9. 아무튼 달리기(8)

한물가고 있는 중입니다만

by 판도


겨울이 되니 달리기가 고역스럽다.


(다행히 요 며칠 따뜻했지만, 오늘은 영하 4도의 기온에서 뛰어야 한다)


바깥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버리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온갖 핑계가 쏟아져 나온다.


인간은 정말 연약한 동물이다.


아니 내가 연약하고 영악한 동물 아닌가?


씁쓸하다.


어떤 이들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러닝을 즐기던데...


달리기도 전에 힘이 빠진다. 부러워서...



오늘은 나만의 특별한 핑곗거리를 늘어놓아 보겠다.


우선 나는 한물가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하체 부실이다.


오른쪽 무릎 수술로 평소 걸을 때도 예고 없이 삐그덕거리며 통증을 일으켜 절뚝거리게 만든다.


당연히 러닝을 할 때도 그 고통스러운 통증이 엄습할 때가 많다.


다행히도 계속 달리다 보면 신기하게 그 통증이 사라진다.


좋은 건가?


타고난 허약 체질에 평소 근력운동을 게을리하니 남을 탓할 수도 없다.


또, 난 불치병 같은 손 저림을 갖고 있다. 야외 활동을 할 때, 한여름을 빼고는 손이 저리고 시리다.


손끝에서 일어나는 동상에 걸린 듯한 통증이 극심하다.


그래서 장갑을 껴야 한다.


폐기능도 좋지 않다.


지금은 끊었지만 담배도 오랜 기간 피웠다.


금연은 내가 가장 잘한 일 중의 하나.


술은 지금도 알코올 중독자처럼 게걸스럽게 마신다.


불쌍한 놈.


스스로가 몸과 마음을 끝물의 구렁텅이를 향해 몰아넣는 형국이다.


한심한 놈...


제발 네 몸은 너 자신이 아껴라.


*


'인생에 달리기가 필요한 시간'


이라는 책이 있더라.


맘에 드는 책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응원하여 준다.


그래서 좋다.


거친 세상 풍파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채찍도 필요하겠지만, 요즘 세상에 나를 위해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각박한 삶 속에서 모두가 지쳐 날이 서 있고 자신 건사하기도 바쁘다 보니 타인까지 챙길 여유가 없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좋은 사람이고 그래서 좋은 글을 쓰지 않았나 싶다.


저자는 분명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지만 러닝에 있어서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인생에 달리기가 필요한 시간.jpg 내게는 바로 지금이 달리기가 필요한 시간이다


*저자 권은주.


1977년생인 그녀는 12살에 달리기를 시작하여 20킬로미터와 3,000미터 우승, 5,000미터 최고 신기록을 경신하였으며,


1997년 춘천 국제 마라톤에서 2시간 26분 12초로 대한민국 여자 마라톤 최고 기록을 세우며 세계 랭킹 7위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 후, 잦은 부상으로 더 많은 기록을 세우지 못한 것은 개인적으로 아쉽다.




도서관에 가보니 생각보다 달리기에 관한 책이 많았다.


그중의 두 책을 비교하여 본다.


일부러 비교할 생각은 없었다.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은 전회에서 말한 책이다.


현역 의사가 쓴 책이라 그런지 의학적이고 과학적이다.


아주 좋은 책이지만, 인간적이지 않았다.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풀코스 마라톤 100번을 완주했다는 것을 홍보하듯 자랑하는 것이 싫었다.


넘사벽은 인간적인 말이 아니다.


나는 교만과 허세를 싫어한다.


물론 지극히 내 개인적인 영역의 이야기다.


나 자신이 교만의 혀를 놀릴 때는 진저리가 처질 정도로 스스로가 혐오스럽다.


또 하나의 책은 앞서 말한 '인생에 달리기가 필요한 시간'이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그럼에도 달리기를 자랑하지 않는다.


그의 따뜻함이 너무 좋다.


지금은 은퇴하였지만 한때는 대한민국 육상을 대표하며 달리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왕년을 떠벌이지 않는 사람이 좋다.


그래서 내게는 의사 러너의 의학적인 분석보다 지금은 은퇴한 과거의 영웅의 겸손한 이야기가 더욱 친밀하게 다가온다.


뭐 어찌 생각하든 내 마음이니까.


물론 그녀는 현역 선수는 아니지만 러닝 클럽을 운영하며 지금도 달리고 있는 듯하다.


*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옷이 따로 있다.


내게 맞는 옷을 입어야 모든 활동이 편하고 가능하듯, 운동도, 달리기도 내게 맞는 길이 따로 있지 않을까?


달리기에 관한 세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도 결국은 내게 맞는 운동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남들 따라 하다 보면 건강을 위해 시작한 달리기가 내 몸을 망치는 나쁜 짓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필연코 내 몸만 망가질 것이다.


20251218 전체 기록.jpg


20251218 구간별 기록.jpg


금주 러닝 기록


20251218 목


브레이크 타임에 맞추어 한강변으로 나갔다.


아침은 영하의 기온이었지만 낮기온은 영상 5도까지 올라와 있다.


햇살도 좋다.


요즘은 매일 달리지 않는다.


목표는 하루 걸러 달리기지만 많이 게을러져서 하루를 달리면 이틀을 쉬기도 한다.


지난 목요일의 러닝도 며칠을 쉬고 난 후였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면 몸의 피로가 가셔 컨디션이 좋아진다.


덕분에 7분 43초로 1킬로 구간 최고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다.


5킬로 기록도 갈아치웠다.


5.1킬로를 41분 52초에 끊었다.


무리하지 않으면 조금씩 기록이 좋아진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요즘 러닝의 수확이다.


다만 운동량으로 5킬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지기에 5킬로 정도는 내 몸으로 가능한 최고 속력으로 달리고 그 이후는 몇 킬로라도 천천히 달려 러닝의 전체 거리를 늘려 가도록 러닝의 방향을 잡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이 삶의 전부"


라는 마음가짐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우리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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