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가고 있는 중입니다만
엊그제 12월 26일 금요일.
수요일 러닝 후, 목요일 하루를 쉬었더니 또 몸이 근질근질.
나가고 싶다.
그러나 아침 기온 영하 12도, 낮 2시 현재 기온 영하 5도이다.
하늘은 맑다.
망설이다 러닝화를 신는다.
내일부터 주말이니 몸에 이상이 생기면 그냥 푹 쉬자 마음먹는다.
얇은 옷을 몇 겹으로 껴입으니 다행히 그다지 춥지 않다.
햇살도 좋다.
그러나 이런 추위는 모두가 싫어한다.
5킬로를 뛰는 내내 나처럼 러닝을 즐기는 사람은 딱 세 명을 만났다.
사이클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도 서너 명, 산책을 하는 사람은 그보다 조금 많을 정도.
달리고 돌아오니 상의 속옷은 땀에 흠뻑 젖었다.
온천탕에 퐁당 뛰어들고 싶다.
*
금주 러닝 기록
20251221 일
브런치 글을 올리고 8시 50분에 집을 나섰다.
영하 3도.
추위에 잔뜩 쫄아 옷을 껴입었다가 다시 얇은 옷으로 갈아입기를 잘했다.
달리기 전 약간 추울 정도로 복장을 갖추는 게 좋다는 러너들의 조언이 괜한 말이 아니다.
10분여를 달리니 땀이 나기 시작했다.
너무 추워서 더 빨리 달렸다.
지금 기온은 아직 겨울다운 추위가 아닌데 앞으로 더 추워지면 어찌한담.
아무튼, 다시 달리지 않을 것처럼 달렸다.
숨이 차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는 달릴 수가 없었다.
처음 1킬로 구간 기록이 7분 47초, 8분 안에 달렸다.
믿을 수 없는 속도요 기록이다.
더 힘을 냈다.
5킬로 전 구간을 계속 8분 안에 뛰어 7분 8초라는 1킬로 구간 최고 기록도 세웠다.
결국 5.1킬로미터를 38분 12초에 끊었다.
내 꿈의 기록인 40분 안에 5킬로를 달린 것이다.
지난 9월 15일 처음 러닝에 5킬로미터를 한 시간에 간신히 뛰었던 나다.
*
달리기에 빠지다 보니 이제 관련 영화까지 찾는다.
이런 부류의 영화는 재미없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나였건만.
그렇다고 달리기에 미친 건 아니다.
아무튼, 달리기에 재미를 붙인 것은 사실이고, 또 좋은 운동에 미치면 또 어떠한가.
세상이 미쳐 돌아가지만, 나는 몸과 마음에 좋은 운동에 확 미쳐 버리고 싶을 뿐인데.
달리기나 마라톤을 주제로 한 영화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다른 운동 종목을 다룬 영화보다 육상 종목과 관련된 영화가 적다는 것은 그런 거 만들어 봤자 돈이 안 된다는 자본주의 시대의 반증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나라는 달리기 광풍이 불고 있다.
'1947 보스턴'이라는 영화가 있다.
보스턴 마라톤을 무대로 한,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이라는 민족의 마라톤 영웅이 나오는 영화다.
마라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배고픈 운동이다.
영화 또한 다르지 않다.
그 시절의 가난의 극복을 위한 마음은 민족의 독립에 대한 열망과 결을 함께 한다.
대한민국의 영웅들은 일본 괌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뉴욕을 거쳐 드디어 보스턴에 입성한다.
국뽕 영화인지 마라톤 영화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일장기를 달고 뛴 손기정과 성조기를 달고 뛰어야 하는 서윤복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엄연한 과거의 모습이었기에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다.
다행히 서윤복과 남승룡은 태극기를 달고 뛰었다.
드디어 1947년 4월 19일, 51회 보스턴 마라톤이 열렸다.
우승자는 바로 서윤복.
이는 단순히 한 대회의 우승을 넘어 한국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건이었다.
- 기록: 2시간 25분 39초 (당시 세계 신기록 경신)
- 최초의 기록: 아시아인 최초의 보스턴 마라톤 우승이자,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 'KOREA'라는 국호와 태극기를 달고 국제 대회에서 거둔 첫 우승.
- 경기 내용 :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수가 감독으로, 남승룡 선수가 페이스메이커 겸 코치(실제 경기 12위)로 함께 참여하여 일궈낸 결실이다.
그리고 2023년에 임시완(서윤복), 배성우(남승룡), 하정우(손기정)가 뛴 영화 '1947 보스턴'이 개봉하였고 100만 명이 조금 넘는 관객수를 기록했다.
마라톤 예능과 달리기의 유행은 허상이고 관객의 외면은 실상일까.
아무튼, 서윤복의 보스턴 마라톤 우승은 역사적 사실이기에 감격스럽다.
*
이제 8시가 되면 밖으로 나가 달릴 것이다.
오늘은 코스를 달리할 것이다.
메타세콰이아숲을 빠져나오면 하남시청 쪽으로 방향을 잡아 덕풍천을 따라 달리다 둘레길을 빠져나와 덕풍시장의 국밥집을 찾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