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비가 내리면 사라지는 사람들
비가 좋다.
그러나 가끔은 그 비가 너무 싫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눅눅하고 습기 찬 공기 속에 비와 바람을 타고 흘러드는 흙냄새를 기억합니다. 창문밖으로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머릿속의 잡념이 사라집니다. 나를 팽팽히 끌어당기고 있던 삶 속의 긴장이 비와 함께 흩어지는 날, 이런 날에는 비와 어울리는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차 한 잔이 위로가 되지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앞으로 비 오는 날에는 오낙에서 당신을 위해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겠습니다. 우산 하나 들고 편한 마음과 편한 복장으로 저희 따뜻한 오늘도낙지를 찾아주세요. 당신을 위한 특별한 음식과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위의 글은요,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 비 오는 날의 이벤트였습니다. 비가 오면 사라지는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서였죠. 이벤트는 생각만으로 그쳤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무언가 끊임없이 했는데 제대로 한 것이 없었네요. 그런데 말이죠. 비가 내리는 날 사람들은 밥을 먹으러 어디로 가는 걸까요? 대체 밥을 먹기는 하는 건가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저는 비를 좋아합니다. 비가 뿜어내는 기세가 좋고, 비가 바꾸어 놓는 세상의 풍경이 참 좋습니다. 이런 날이면 툇마루에 앉아 차라도 한 잔 하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저는 그런 팔자 편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비 오는 날에는 식당에 손님이 없습니다.
식당 주인에게 비요일은 우울한 날입니다(물론 빈대떡집처럼 예외는 존재하지만요).
그래서 말입니다.
정말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생각만 한 것이 아니라 연구를 하고 많은 것을 실천에 옮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핑계와 이유로 지속하지 못했습니다. 비 오는 날의 손님 모시기는 지금도 어려운 숙제입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미리 우산을 준비해서 미처 우산을 가지고 오지 못한 손님께 나누어 드렸습니다. 물론 다음에 오실 때 되돌려 주시라 부탁했습니다. 회수율이요? 열에 아홉의 우산은 없어졌습니다. 큰맘 먹고 그냥 나누어 드리면 좋겠는데, 그게 참 쉽지 않았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습니다.
비가 내리면 초능력자가 미리 부침개를 부쳐, 오시는 손님마다 서비스로 드린 적도 있습니다. 그 일을 그녀는 꽤 오랫동안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에 접어들며 기운이 빠져 버렸습니다. 변명에 지나지 않겠지만 참 아쉬운 대목입니다.
가장 큰 패착은 식당 사장이 막걸리를 없애고 낙지해물파전과 같은 술안주를 없애버린 것이겠지요. 비가 내리면 사람들이 찾아와 막걸리를 내놓으라 소리를 높였습니다. 파전처럼 좋은 메뉴는 왜 없앴냐며 나무랐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매상은 떨어졌지만 시끄러운 마음속은 평온을 되찾았으니 누굴 탓할 일도 아닙니다.
어찌 되었건 비 오는 날 장사, 참 어렵습니다. 직장인 시절, 저 또한 비가 내리는 날이면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점심에는 짜장면을 시켜 먹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했지요. 아니면 밖에 나가는 동료에게 간단한 편의점 도시락을 부탁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니까요. 더욱 고민하고 연구하여 곧 다가올 올 장마에는 파랗게 질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지난주 '미래의 나를 만난 후 오늘이 달라졌다( 할 허시필드 저).'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미래의 나에게 죄짓지 마라'
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매일 지나치게 술과 담배를 즐기며 문란한 생활을 이어간다면 미래의 나는 건강을 해치고 점점 더 삶이 피폐해질 것입니다. 또한 오늘 내에 해야만 할 일을 내일로 미룬다면 내일의 나는 분명 자신과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칠 것입니다. 즉, 오늘을 잘 살아 미래의 나에게 미안해할 일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죠. 반면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미래의 나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현재의 내 삶이 즐겁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만사 모든 일에는 중용이라는 것이 있는 거겠죠. 미래를 염두에 두고 오늘에 충실하고 오늘을 즐긴다면 어떨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더욱 공부하여 비가 내리면 사라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오늘도낙지로 향하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나에게 잘했다는 칭찬도 듣고 말이죠. 장마가 끝날 무렵 그 결과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