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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인구 스웨덴이 '하나의 기업'
처럼 움직이는 이유

결국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by Altonian Camino

프롤로그: 작은 지도에 담긴 거대한 세계


최근 흥미로운 인포그래픽 하나를 보게 되었다.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채워진 스웨덴 지도 위로, 우리가 익히 아는 글로벌 기업들의 로고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볼보(Volvo), 이케아(IKEA), 에릭슨(Ericsson), 사브(Saab), H&M, 일렉트로룩스(Electrolux)...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스포티파이(Spotify)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인구 천만 명 남짓. 지도 위 국토는 작았지만, 그 안에서 태어난 산업 생태계는 하나의 거대한 대륙처럼 느껴졌다. 자동차, 통신, 방산, 에너지, 가구, IT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워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 작은 지도는 우리에게 ‘스웨덴 AB(Sweden AB)’, 즉 ‘주식회사 스웨덴’이라 불리는 국가의 비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Sweden AB(Aktiebolag)’의 비밀: 사람과 시스템의 균형


한 분석가는 이 현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스웨덴의 경쟁력은 지정학적 이점이 아니라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이 문장은 스웨덴 모델의 심장을 정확히 짚어낸다.


흔히 우리는 강력한 시스템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웨덴의 사례는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들의 시스템은 단순히 잘 짜인 규칙이나 제도의 총합이 아니다. 그것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 위에서 정부, 기업, 교육 기관이 서로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유기체에 가깝다.


이곳에서 제도는 사람을 제약하기 위한 통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마음껏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안정적인 ‘울타리’ 역할을 한다. 반대로 사람들은 그 울타리를 신뢰하기에, 주어진 자율성 안에서 기꺼이 책임을 다한다.


결국 스웨덴의 진짜 경쟁력은 바로 이 ‘사람과 시스템의 완벽한 균형’에 있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 이것이 바로 혁신을 일상으로 만들고, 국가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인 기업처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스포티파이가 볼보를 이긴 날


최근 이 유기적인 시스템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다. 2024년,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가 스웨덴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국가 산업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볼보, 에릭슨, 사브와 같은 전통적인 제조 대기업들을 넘어선 결과였다.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 경험’을 파는 회사가, 육중한 자동차와 첨단 통신장비를 만드는 회사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 있었을까?


이는 산업의 무게중심이 ‘가시적인 생산물’에서 ‘무형의 연결 가치’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다. 스포티파이는 단순히 음악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전 세계 수억 명의 취향과 데이터를 연결하고 새로운 경험을 창조한다. 시장은 바로 이 ‘연결과 경험의 가치’에 더 높은 점수를 매긴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웨덴의 산업 생태계가 이러한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가장 먼저 체화하며 새로운 시대의 리더를 길러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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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사람이 움직이는 시스템’을 향하여


“결국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이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사회를 설계해 온 스웨덴의 오랜 철학이자 선택의 결과다.


지금 우리 한국은 어떤가. 우리는 세계적인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지만, 때로는 과도한 규제와 불신이 시스템의 발목을 잡고, 시스템이 사람의 창의성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이제 우리도 산업별 클러스터를 넘어, 사람과 제도가 서로를 신뢰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거버넌스 생태계’를 고민해야 할 때다. ‘주식회사 스웨덴’의 이야기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한 혁신 국가’의 모습이 결국 사람과 시스템의 조화로운 관계 속에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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