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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과 실행 사이에서 길을 찾다 (3)

상근예비역과 리더십의 본질

by Altonian Camino

정식 소대원이 없었던 소위


임관 후 처음 부임지를 받았을 때, 나는 소대 지휘자로서 사람들을 이끌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정식 소대원은 없었고, 대신 나는 대대 인사장교라는 보직을 맡았다.
지휘자가 아니라 참모였던 것이다.


지휘자가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컸지만, 인사장교의 책무 또한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상근예비역 관리였다.


상근예비역이라는 특수한 자원


상근예비역은 일반 병사들과 달랐다.
그들은 부대 내 생활관에서 합숙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동사무소(오늘날 주민센터 또는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예비군 중대 사무실로 출근해 지역 예비군 훈련과 자원 관리 업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근무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민간 생활을 이어갔다.


낮에는 군인, 밤에는 민간인이라는 이중적 생활은 자칫하면 규율의 틈을 만들 수 있었다.
실제로 지각, 무단결근, 복무 태만, 심지어 음주 문제까지 군 기강을 흔들 위험이 늘 존재했다.


그렇기에 상근예비역 관리야말로 향토사단 대대 인사장교의 중요한 책무였다.


인사장교로서의 리더십


나는 이들을 단순히 ‘출퇴근 병사’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 부대의 자원이며, 동시에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였다.


그래서 나는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1. 관리보다 이해

규율을 강요하기보다 생활 속 어려움을 이해하고 해결하려 했다.
가정 문제, 학업이나 아르바이트, 통학 문제 등 개인 사정이 복무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단순히 “규정 위반”으로 처리하기보다, 먼저 이야기를 듣고 해결책을 찾았다.


2. 예방적 리더십

사고가 터지고 나서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징후에서도 미리 개입했다.
반복되는 지각, 잦은 불만은 반드시 기록하고 대화해 더 큰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막았다.


3. 신뢰 구축

행정적 지시만 하면 인사장교는 ‘관리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장교가 된다고 느끼게 만들면, 규율은 스스로 지켜졌다.
그래서 나는 늘 “문제 생기면 먼저 나에게 와라”라고 말했다.


Reflection


시간이 지나며 나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정식 소대를 지휘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었지만, 상근예비역 관리야말로 또 다른 리더십의 시험대였다.


정규 소대 지휘는 겉으로는 권위와 명령이 기반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이해와 신뢰에서 나온다.


상근예비역 관리는 애초부터 그 이해와 신뢰 없이는 성립되지 않았고,
그래서 더욱 본질적인 리더십의 훈련장이 되었다.


MBA에서 배운 리더십 개념으로 되돌아보면,
이 경험은 Servant Leadership(섬기며 이끄는 리더십),
Transformational Leadership(신뢰와 영감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리더십),
그리고 Adaptive Leadership(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접근하는 리더십)을 몸소 익힌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계급장이 아니라 신뢰로 사람을 이끌 수 있을 때,
비로소 리더십이 실행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소위 임관 직후의 나는 지휘자가 아닌 참모였고, 정식 소대원은 없었다.
그러나 상근예비역이라는 독특한 자원을 관리하며, 나는 새로운 방식의 리더십을 체득했다.


그 경험은 이후 내가 중위로 진급한 뒤, 연대 군수장교 보직을 맡아 더 큰 자원과 사람을 관리할 때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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