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3세들의 장교(將校) 선택,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난한 자는 군에 가고, 부자는 가지 않는다"는 오래된 속담이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그룹의 후계자들이 병역을 회피하기보다 오히려 장교의 길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군 복무가 애국심과 리더십의 상징으로 존경받지만,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병역이 불평등과 회피의 문제로 소비되어 왔다. 이러한 불신은 장교나 병을 막론하고 군 경험 전체의 가치를 사회가 충분히 인정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 현대, 한화, SK 등 주요 대기업 그룹의 3세들이 해·공군 장교로 입대를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병역을 피하기보다, 오히려 더 무게 있는 장교의 길을 택하는 모습은 단순한 의무 이행을 넘어선다.
이는 곧 사회적 신뢰를 얻고, 리더십 자본을 축적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역설적으로 사회 전반에서는 장교 지원자가 줄고 있다는 것이 공개된 통계다.
국방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사관학교, ROTC(학군사관) 모두 지원율이 감소 추세에 있으며, 특히 학사사관(OCS) 과정은 한때 치열한 경쟁을 자랑했지만 최근 지원자가 크게 줄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젊은 세대에게 장교는 더 이상 매력적인 커리어가 아니다. 높은 책임,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그리고 사회적 존중의 결핍이 겹치면서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벌가 자녀들이 오히려 장교를 선택하는 모습은 더 큰 대비를 이룬다.
공개된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주요 그룹 자녀들의 장교 선택 경로는 학사사관·전문사관·ROTC로 다양하다.
학사사관(OCS): 한 대기업 그룹 4세는 해외 시민권을 포기하고 해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대했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그룹의 여성 임원 자녀 역시 여성임에도 해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자원해 중위로 전역했다고 보도되었다.
전문사관(통역장교): 한 그룹의 형제는 모두 해외 명문대 졸업 후 공군 사관후보생으로 임관해 통역장교로 복무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학군사관(ROTC): 또 다른 대기업 그룹 후계자는 ROTC로 임관해 육군 중위로 복무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다양한 경로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사병이 아닌 장교 복무를 선택했다는 점, 그리고 특히 해·공군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드러난다.
대기업 그룹 자녀들이 해·공군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복무 환경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해·공군은 국제 협력, 해외 파병, 다국적 훈련 등 글로벌 노출 기회가 많다. 항공·우주, 해양·방산 분야는 첨단 기술과 직결되어 있으며, 이들 그룹의 사업 영역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해·공군 장교는 이미지 관리 측면에서 글로벌 감각, 전문성, 현대적 리더십을 상징하기도 한다.
즉, 장교 복무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가문과 기업의 미래 전략과 연결된 경력 자산화라고 볼 수 있다.
장교의 길은 오래전부터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중적 의미를 지녀왔다. 사회적 계층에 따라 그 선택은 전혀 다른 맥락으로 해석되었다.
과거 일부 계층에게 장교 복무는 출세의 사다리, 곧 사회적 이동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군 경력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이후 공직·기업 경력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른 계층에서는 장교 복무를 기피하는 풍토가 이어져 왔다. 병역을 부담이 아닌 회피 대상으로 여기는 관행은 한국 병역 문화 전반의 불신을 키웠다. 무엇보다 사회가 요구해 온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구현은 병역 문제에서 오랫동안 결핍된 가치였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 그룹 3세들의 장교 선택은 이러한 오래된 이중성을 흔들고 있다. 장교 복무가 더 이상 '출세의 수단'이 아니라, 리더십의 훈련장이자 사회적 신뢰 자본을 쌓는 행위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장교는 단순한 복무 방식이 아니다. 사람을 이끌고, 자원을 관리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자리다. 그렇기에 장교의 길은 곧 리더십의 시험대다.
내가 장교 시절 깨달은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계급장은 권한을 주었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명령이 아니라 신뢰와 이해였다. 이 경험은 훗날 MBA 과정에서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 적응적 리더십(Adaptive Leadership)이라는 이론으로 다시 정리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군 조직에서 배운 리더십의 본질은 기업 경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편적 가치였다.
대기업 자녀들의 장교 선택은, 우리 사회가 리더십의 본질을 다시 질문할 수 있는 기회다.
과연 진정한 리더십은 어디서 나오는가? 책임과 권한이 주어진 상황에서 사람들과 함께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이 리더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그리고 그 경험이 군이든 기업이든 학교든 어디에서든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아닐까?
이러한 질문들은 군 경험의 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한국 리더십 문화 전체에 중요한 변화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결국 장교든 사병이든, 기업의 인턴이든 CEO든, 진정한 리더십은 타인을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 본 글의 개인별 구체적 내용은 공개된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적 견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견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군 경험이 리더십 형성에 정말 도움이 될까요? 댓글로 의견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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