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남긴 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

모정의 잣대

by 글쓰는 오데트

이른 저녁 친정엄마와 언성을 높였다. 요지는 내가 아이에게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니는 참 엄마 같지 않고 유별나네, 애가 남긴 밥도 안 먹고, 애가 밥 먹을 때 니 다리에 발 올리는 것도 자꾸 내리라고 하고, 어떨 때 보면 니 아빠 닮아서 참 이기적이다. “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나지만 뭐에 꽂혔는지 갑자기 그 말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억울함과 서운한 마음이 뒤엉킨 복잡한 감정이었다.

“아니, 엄마라고 꼭 애가 남긴 밥 먹어야 돼? 남기지 말라고 일부러 조금씩 주는 거잖아. 내 소중한 한 끼를 애가 남긴 밥으로 때우고 싶지 않다고."


타고난 식욕으로 20년 넘게 체중조절 중인 관계로 매 식사는 나에게 매우 소중하다.

꼭 외식이나 고기류가 아니더라도 나 스스로를 위해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 말이다.

그것이 나에 대한 존중이고 챙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보통 아이가 남긴 음식은 어떤가.

죄다 헤집어 놓거나 뭉개져서 먹음직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반찬류라면 나도 기꺼이 먹겠지만 비벼놓은 밥이라던지, 먹다 만 국물은 손대기가 싫었다.

“다른 엄마들은 다 먹더라.”

“애가 남긴 게 뭐가 더럽냐.”


친정엄마의 논리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다른 엄마들이 먹는다고 해서 나도 억지로 먹어야 할까.

나는 아이가 남긴 음식이 더러워서가 아니라, 최고의 한 끼를 매번 나에게 차려주고 싶은 것뿐이다.



물론 음식을 남기는 건 자연보호 차원에서도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최대한 남기지 않기 위해 온 가족에게 조금씩 덜어서 음식을 준다.

땀에 쩔은 발을 올리는 게 불편하고, 남긴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해서 모정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고 매일 애정을 표현하며, 아이를 위해 몸을 던질 준비가 늘 되어있다.

유별나다는 말보다 이기적이라는 말, 더구나 아빠를 닮아서 이기적이라는 그 말에 화가 났었나 보다.

엄마를 닮아 부지런하고 손재주가 좋으며 성격이 똑 부러지는 동생…. 그리고 아빠를 닮아 게으르며 손이 무디고 여린 성격의 나…

아빠와 닮았다는 그 사실이 족쇄가 되어 평생을 괴롭혔다. 인정하기 싫은데 자꾸 아빠와 묶어버리니 더 화가 났던 것 같다.




밖으로만 돌고 평생 엄마를 힘들게 한 아빠… 종종 꽂혀있던 법원 우편물과 아빠를 찾던 낯선 전화는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어릴 적 기억이다.

만약 아이가 커서 나를 닮았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한다면 마음 한쪽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다.


내 아이자랑스러워하는 부모가 되기 위해 오늘 저녁도 남은 에너지를 끌어모아야 할 것 같다.


#별별챌린지 #글로 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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