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투블럭의 역습
그 블럭이 아니잖아요
by
글쓰는 오데트
Nov 5. 2023
아래로
“앞머리는 두고 옆머리랑 뒷머리는 짧게 정리해 주세요.”
“요즘
애기들도 투블럭 많이 하던데 어때? 요즘 유행하는 머리로 해줄게. 해놓으면 엄청 세련되어 보인다니까.
"
며칠뒤면 아이의 유치원 학사모 촬영이 있어 친정엄마가 자주 가는 동네 미용실에 들렀다.
여자들은 사실
대부분 머리를 기르는 입장이라 미용실을 자주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아들은 키워보니 남자들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커트로 헤어스타일을 정리해줘야 한다. 그래야 지저분해 보이지 않고 멀끔함을 유지할 수 있다.
남
아
헤어스타일이 뭐 특별한게 있나 싶어, 아이 커트는 비교적 동네에서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다니는 편이다.
기본커트는 늘 무난하게 잘라주던 곳이라 이번에도 아이손을 이끌고 이 미용실을 찾았다.
예전에 투블럭 머리가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 미용사님의 권유에 잠시 멈칫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련되어 보일 거라는 한마디에 갈대같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련? 요즘 잘 먹어서 얼굴살도 뒤룩뒤룩 쪘는데, 투블록을 하면 얼굴이 세련되고 조금 작아 보이려나
?'
“그럼 앞머리는 자르지 말고 투블
럭으로 예쁘게 부탁드려요.”
잠시 고민을 하다 어리석은 입을 놀려버렸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미용사님의
바리깡이 아이의 뒷머리를 스쳤다.
‘아.. 망했다.’
바리깡이 지나간 자리는 벌목을 한 민둥산이 되었다.
아이의 두피가 그렇게 뽀얀지 처음 알았다.
그 뒤통수를 보니 동자승, 변발, 입대라는 단어들이 떠올랐다.
투블
럭을 해달라고 했는데 머리에 블럭이 하나 생겼다.
‘
설마 저게 끝은 아니겠지? 투블
럭이 머리를 저렇게 빡빡 미는 거였나? 층을 내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제 아이의 커트가 끝이 났다고 한다.
고개를 들어 자세히 보니 빡빡이 머리에
널따란 솥뚜껑을 하나
올려놓은 것
같다.
드라마에서 보던 만주족, 거란족이 내 앞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층을 좀 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머리에 단차가 너무 심하네요. 까만색 모자 쓴 것 같아요.”
소심한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눌러가며 말했다.
미용사님은 이렇게 미는 게 요즘 유행이라며, 애들 머리는 금방 자라서 지금 이렇게 밀어놔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도대체 이 만주족 머리가 유행하는 건 맞는 건지, 내 주변에는 눈을 씻고 봐도 없던데…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서 유행하는 걸까.
지인이 헤어 이식을 할 때 뒷머리를 저렇게 밀었던 같기도 하다.
일명 망한 머리를 수습하기 위해 오늘은
친정엄마의 도움을 빌렸다.
손재주가 좋으신 엄마는 가끔 아이파마를 집에서 해주신다. 이번에도 앞머리만 살짝 말아보려고 한다.
컬이 있으면 반삭 스타일이 조금 나아 보일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펌제가 묻지 않게 머리띠를 이마에 두르고 그루프를 말고 나니 세상 잘생겨 보인다.
그냥 이 변발 스타일 빼고는 다 어울리는 걸까.
파마가 끝나고 나면 잘생긴 내 아들로 돌아오길 마법의 주문을 걸어본다. 뿅
&파마 전에 솥뚜껑 머리 사진을 남기지 못해 파마 후의 머리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keyword
아이
유행
머리
5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멤버쉽
글쓰는 오데트
소속
글로성장연구소
행복한 엄마를 꿈꾸는 40대 워킹맘. 브랜드 미션 "엄마도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인지시키고 그 여정을 돕는다" 저서>> 공저 '그 집 식구들의 비밀'
구독자
66
구독
월간 멤버십 가입
월간 멤버십 가입
작가의 이전글
축의금 얼마나 하세요?
글쓰기가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들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