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하원의 매력

일부러 걸어갑니다.

by 글쓰는 오데트


‘수민이 울어요~~~.!‘


아이가 탄 노오란색 합기도 차량이 오고 있다. 아이의 친구가 멀리서 소리친다. 우리 아이가 차에서 울었다고.

훌쩍거리는 아이의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내가 오늘 체육관까지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오지 않아서 울었다고 한다.

”엄마가 아파트 앞으로 데리러 온다고 했지, 거기까지 간다고 얘기는 안 했잖아…속상하게. “


어이가 없으면서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아기인데 내년에 초등학교에 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다.

내가 오지 않아서 유일하게 외우는 친정엄마 연락처를 관장님께 알려 주었다고 한다. 관장님이 확인 전화를 하신 이유가 이거였군…

우는 아이를 달래며 엄마 전화번호는 네 목걸이에 적혀있으니, 앞으로 어른한테 도움을 청할 때는 그걸 보여 주라며 일러두었다.



아이가 처음으로 피아노 학원을 가는 날이라 더 긴장을 한 모양이다. 들뜬 표정의 아이를 이끌고 서둘러 학원으로 향했다.

아이는 잘 걷기 시작하면서 손잡기를 거부했다. 덕분에 몇 년간 도로를 여유롭게 걸어본 적이 없다. 목줄 풀린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는 아이를 붙잡으면 그때부터는 내 몸이 아이손에 끌려가는 것만 같았다.

그나마 유모차를 타면 마음이 편한테, 아이가 걸을 때는 늘 뒤를 따라다니느라 진땀이 났다.

“애가 손을 잡고 있던가요? 우리 애는 손만 잡으려고 하면 쏙 빼서 뛰어가버리는데.”

아이손을 잡고 다정히 걷는 다른 엄마들을 보면 어찌나 부럽던지… 나의 이마는 늘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아이가 내 손을 얌전히 잡고 있다. 조막만 한 손을 잡고 걷는 기분이 조금 오묘하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안정감, 탯줄 대신 손으로 연결되는 듯한 유대감, 평생 돌보고 지켜야 할 존재에 대한 책임감.

손을 잡고 있는데 왜 가슴이 먹먹해지는 걸까…

나를 너무 닮아 손까지 작은 아이를 보니 다양한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아이와 손을 잡고 걷는 게 좋아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당분간은 도보로 아이를 데려다줄 생각이다.

한 달간은 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넣어 주고 카페에서 글을 써보겠다는 야무진 계획도 세워놓았다.


시커먼 사춘기가 되면 여전히 아드님이 엄마손을 잡고 걸어줄지 의문이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단 둘이 데이트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귀하고 달콤하다.

남편과는 일렬로 걷는 사이라서, 이런 설렘을 알면 조금은 질투를 하게 될까 상상해 본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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