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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의 찐사랑
남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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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오데트
Oct 28. 2023
나와 십 년째 살고 있는 그는 맥주를 참 좋아한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일명 멕켄지 자세로 엎드려 tv를 보면서 맥주를 한잔 하는 게 그의 유일한 낙이다.
멕켄지 자세가 뭔가 하면 허리를 강화하는 요가의 코브라 자세와 비슷하다. 그는 주로 엎드린 자세에서 양팔꿈치로 몸을 지지하고 있다.
때로는 저 자세 때문에 허리 디스크가 없는 건가 근거 없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맥주에는 안주가 빠질 수 없는 법. 오징어 등 각종 주전부리가 든 접시와 차가운 맥주잔은 늘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그런 모습이 거슬렸던 걸까, 그의 장모는 평소 제 집처럼 드나드는 다이소에 가서 신박한 물건을 들고 오셨다.
손바닥 두 개 정도의 길이에 원목색의 미니 식탁처럼 생겼는데, 사위의 간단한 주안상을 여기에 차렸으면 한단다.
무뚝뚝한 사위는 고마움에 씰룩이는 입꼬리를 감춘 채 멋쩍게 자신의 물건을 받아왔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디서 많이 보던 물건이다.
예전에 내가 키우던 고양이의 밥상과 많이 닮았다.
그가 뭔가를 발견하고 이렇게 물었다.
‘
이거 강아지용 아닌가요?’
아니나 다를까, 떡하니 하단에 이렇게 적혀있다.
“
Little Friends”
작은 친구… 게다가 그 옆에 앙증맞게 그려져 있는 개뼈다귀 모양.
이건 당신이 추측하는 그것이 맞다.
사료식기대!! 친정엄마는 고르고 골라 제일 작고 간편하게 생긴 트레이르 사 오셨는데 그게 하필 동물용이었다니.
사위를 크게 한방 먹이려고 한 건 아닌데, 그의 얼굴이 매우 상기되어 있다.
나는 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식기대를 봉인이라도 하듯 tv 선반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났을까?
그는 바로 그 식기대에 맥주, 소시지, 과자 등 각종 안주를 골고루 세팅해서 매번 화려한 식사를 하신다.
바로 그 맥켄지 자세로.
#글로성장연구소#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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