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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의 찐사랑

남편의 밥상

by 글쓰는 오데트

나와 십 년째 살고 있는 그는 맥주를 참 좋아한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일명 멕켄지 자세로 엎드려 tv를 보면서 맥주를 한잔 하는 게 그의 유일한 낙이다.

멕켄지 자세가 뭔가 하면 허리를 강화하는 요가의 코브라 자세와 비슷하다. 그는 주로 엎드린 자세에서 양팔꿈치로 몸을 지지하고 있다.

때로는 저 자세 때문에 허리 디스크가 없는 건가 근거 없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맥주에는 안주가 빠질 수 없는 법. 오징어 등 각종 주전부리가 든 접시와 차가운 맥주잔은 늘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그런 모습이 거슬렸던 걸까, 그의 장모는 평소 제 집처럼 드나드는 다이소에 가서 신박한 물건을 들고 오셨다.

손바닥 두 개 정도의 길이에 원목색의 미니 식탁처럼 생겼는데, 사위의 간단한 주안상을 여기에 차렸으면 한단다.

무뚝뚝한 사위는 고마움에 씰룩이는 입꼬리를 감춘 채 멋쩍게 자신의 물건을 받아왔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디서 많이 보던 물건이다.

예전에 내가 키우던 고양이의 밥상과 많이 닮았다.

그가 뭔가를 발견하고 이렇게 물었다.

이거 강아지용 아닌가요?’



아니나 다를까, 떡하니 하단에 이렇게 적혀있다.

Little Friends”

작은 친구… 게다가 그 옆에 앙증맞게 그려져 있는 개뼈다귀 모양.

이건 당신이 추측하는 그것이 맞다.

사료식기대!! 친정엄마는 고르고 골라 제일 작고 간편하게 생긴 트레이르 사 오셨는데 그게 하필 동물용이었다니.


사위를 크게 한방 먹이려고 한 건 아닌데, 그의 얼굴이 매우 상기되어 있다.

나는 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식기대를 봉인이라도 하듯 tv 선반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났을까?

그는 바로 그 식기대에 맥주, 소시지, 과자 등 각종 안주를 골고루 세팅해서 매번 화려한 식사를 하신다.

바로 그 맥켄지 자세로.



#글로성장연구소#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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