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파..ㅠㅠ
나는 원래 잘 씻지 않아도 잘 바르지 않아도, 잡티가 별로 없는 피부하나만큼은 알아주는 강점을 가진 자였다. 근데 두 번의 출산을 겪으면서, 특히 둘째를 낳을 때, 임신성 기미와 쥐젖이 하루아침에 폭포수처럼 쏟아져 버렸다. 역시 호르몬이 최강자였다. 선크림 아무 소용없었다. 출산 후 그냥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거뭇거뭇한 기미를 가진 아줌마가 되었다.
복직도 해야 하고,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생의 추천으로 전화 400통의 예약을 뚫고 얼굴 한판을 깨끗하게 환골탈태시켜주는 피부과를 예약을 했다.
근데, 그날의 치료가 나를 며칠간 강제 휴재를 하게 만드는 사건이 되었다.
아주 인자하신 의사 선생님께서 아이고 기미랑 사마귀가 많네 최대한 깨끗하게 만들어 봅시다.
마취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그때까지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꺼져라 이 기미들아!!! 흥흥!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고!! 우리 딸만 오면 되지, 니들은 왜 눈치 없이 나한테 따라붙었냐고!
하며.. 웃고 있었다가..
자 이제 시작합니다.
오징어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니.. 아 내 오장육부도 불타는 느낌이었다.. 몸을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으으으 으으으..
눈물이 콸콸 흘렀다. 보통은 육아우울증으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는데, 나는 그때 안 흘린 눈물을 레이저 타는 고통에 다 흘렸다.
타닥타닥, 특히 마취약도 안 바른 내 눈두덩이 위를 태우는데 정말 끄아악!!이었다..
자 1차 고통의 시간이 끝나고,
마무리할게요. 라비앙!
그놈의 라비앙 잊지도 않는다. 정말 토치로 내 얼굴에 불 붙인 줄 알았다.
"끄아아아아악!!! 선생님 안 하면 안 돼요!? 아아아!!!"
했더니... 이렇게 턱살도 많은데 탄탄하게 올려야지 좀만 참아요.. 제 턱살 소중해요.. 갖고싶..
"근데 애기엄마는 노래 잘하나 봐 목소리가 엄청 하이톤이네?"
"나도 한 노래하는데.. 호호호." 하시며 끝까지 내 얼굴을 지지셨다..
나는 그때 깨달음을 얻었다. 가끔씩 인생이 힘들 때 우스개 소리로
"아.. 나는 전생에 매국노라서 이렇게 사나 보다."
난 이렇게 고문당했으면, 비밀 독립투사 이름을 줄줄 불었겠구나.. 난 분명히 줄줄 불었을 거야.. 그래서 내가 이렇게 벌 받으며 사는 거지... 난 역시 매국노가 맞다..ㅠㅠ
이런 고문과 고통도 이겨내신 많은 독립투사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ㅠㅠ
피부과 치료받다가 존경심이 들다니..
그렇게 내 얼굴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추가 진료가 더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잃고 병원을 뛰쳐나갔다가 다시 간호사의 손에 끌려와서 마무리 치료를 받고 종결하였다..
"와.. 두 번 다시 안 해.. 생긴 대로 살아야지."
그날 타이레놀만 두 알을 먹고 정신을 잃고 잤다... 그리고 지금 3~4일째 가려움과 따가움을 겨우 겨우 참고 있다...
지금 내 얼굴은 화산 분화구랑 다를 바가 없다. 빨간딱지들이 드드드 고름이 폭발하고 있다.
예뻐지는 거 까지 바라지 않는다.. 그냥 사람의 피부로 돌아오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