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노 부부의 결혼식>
사람은 살면서 많은 일을 겪는다. 그중 하나가 결혼이다. 동양에서는 결혼은 인륜지대사 중 가장 중요한 일로 꼽는다. 서양에서는 "바다에 나갈 때는 한번 기도하고, 전쟁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고, 결혼을 할 때에는 세 번 기도하라"라고 말할 정도다.
얀 반 에이크의 작품 <아르놀피노 부부의 결혼식>은 미술사 최초로 2명의 전신을 그린 초상화다. 마치 현대 결혼식 사진 같은 작품이지만 결혼이 가지는 의미만큼 곳곳에 상징을 숨겨 놓았다. 부부의 맞잡은 손은 화합, 발밑에 강아지는 헌신, 신발을 벗은 발은 신성함을 상징한다. 특히 결혼식이니 만큼 신부 얼굴 뒤에 용을 밟고 서있는 출산의 수호신 성녀 마르가리타의 조각상이 있고, 청동 샹들리에 꽂힌 촛불 한 개는 결혼식을 지켜보는 신의 눈을 상징하는 요소다. 또한 거울 속에 인물은 이 결혼식을 증인이다. 거울 위에는 작가 자신이 이 결혼식에 있었음을 알리는 글도 적어 놓았다. 에이크는 작품에 부부의 경제적 지위를 보여주는 결혼식 예복, 오렌지, 화려한 카펫, 스테인드 글라스 등도 그려 놓았다.
세계 여러 지역에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결혼 풍습이 있다. 모든 지역에서 결혼식은 남녀 간의 결합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사람이 사회를 이루고 살면서 결혼식은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결혼식의 과정과 절차는 중요한 의미를 담아야 하는 그릇이 되었다.
생명의 관점에서 결혼은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든 역사를 함께 하겠다는 서약이다. 한 사람의 과거는 짧게는 자신의 삶이겠지만, 길게는 인류의 역사, 지구의 역사, 우주의 역사다. 우주와 지구의 역사 한 시점에서 발생한 생명체가 생명의 강을 흘러가며 진화하며 현재에 모습이 되었다. 생명의 역사에서 인류는 지구의 아프리카 지역에 나타났다. 한 무리의 인류는 과감히 아프리카를 떠나 지구를 여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떠난 인류는 수많았던 기아, 전쟁, 전염병 등의 역경을 이기고 자신의 자손을 남겼다. 한 쌍의 부부는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지금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는 것이다. 이제 부부는 새로운 생명을 낳을 것이다. 그 작은 생명은 생명의 강을 타고, 새로운 탐험을 시작할 것이다. 결혼은 기적의 결과이자 시작이다.
<아르놀피노 부부의 결혼식(The Arnolfini Portrait)>
예술가: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 ca.1390~1441)
국적: 벨기에
제작 시기: 1434
크기: 60×82.2㎝
재료: 오크판에 유화
소장처: 런던 내셔널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