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학당] 라파엘로
학습자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기술을 사용하여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자는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어처구니없거나 어이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생각 좀 하고 행동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한 사람조차도 또 다른 상황에서 생각 없어 보이는 행동을 하게 된다. 세상 많은 일은 모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 좀 하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조차 생각이 어떻게 시작되는 것에 대해 물으면 쉽게 답하지 못한다. 사실 우리는 많은 문제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문화는 실제 생각할 여유와 자유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병목사회'로 대표되는 우리 교육 현실은 이미 정해진 물음과 정답으로, 학생으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지 못하도록 급박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학생의 엉뚱한 생각은 '쓸데없는' 것으로 너무 쉽게 취급한다.
철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철학(Philosophy)’의 어원은 ‘사랑함(Philos)’과 ‘지혜(Sophia)’가 합쳐진 단어로 ‘지혜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 사랑은 인간의 본성으로 자식, 이성, 물건, 이상 등 가지거나 지향하려는 강한 본능으로 표출된다. 철학은 세상 이치를 알고 현명한 판단을 제공할 수 있는 지혜에 대한 갈망이다. 이상향에 부합하다고 판단되는 지혜를 찾으려는 정신 활동인 것이다. 즉 ‘철학함’이다. 칸트는 《논리학 강의록》에서 “철학함을 배운다는 것은 자기 이성을 스스로 사용할 수 있음을 배운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즉 철학함은 자기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활동이다. 더불어 결과만을 아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왜 그렇게 반박했는지 자기 이성에 기반하여 되짚어서 보는 과정이다. 철학함은 풍부한 지식을 자기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철학은 놀라움에서 시작한다.”라고 플라톤은 꼭 집어 ‘놀라움’을 지적했다. 《테아이테토스(Theaitetos)》에서 그는 “놀라움의 경험이야말로 철학자의 특징이며, 이것 말고 철학의 다른 출발점은 없다.”라고 할 정도였다.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형이상학(Metaphsica》에서 “우리는 놀라움에서 철학을 시작한다.”라며 스승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했다.
놀라움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 단어는 ‘타우마제인(Thaumazein; 경이)’이다. 타우마제인에는 어떤 난관에 봉착해 놀라 이상하게 여김을 의미한다. 난관은 ‘아포리아(Aporia)’로 길을 의미하는 ‘프로스(poros)’에 부정접두어 ‘아(A)’가 붙은 단어다. 늘 생각하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과정에 기존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서 드러나는 상태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자기 무지에 놀라며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철학의 시작이라는 의미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상황이 당연하지 않은 미시감이 드는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다. 생각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요즘 어린 학생을 알파 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의외로 SNS와 같은 인터넷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지 않다. 학교 폭력 예방과 공부에 집중하도록 부모들이 스마트 기기 활용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도 가야 하기에 알파 세대는 친구와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합리적 선택과 윤리적 문제에 둔감하다.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 상태로 경험하게 되며, 윤리적인 문제 상황을 맞닥뜨릴 기회가 없다. 아이들은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하기에 고민하지 않고 그저 주어진 길을 가능한 한 빨리 마치려는 것만 집중한다.
학습자에게는 생각에 대한 긍정적 경험과 보상이 필요하다. 학습자는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문제 상황에 직면하면 우선 아는 개념을 다시 한번 더 명확히 규정해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인 학습이 시작될 수 있다. 학습 과정에서 문제 상황을 날카로운 면도날 위에 올려놓고 명확하게 다듬는 비판적 사고를 사용한다. 그런 다음에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창의적 사고가 동원된다. 이 과정으로 어려운 문제 상황을 함께 해결했다는 내적 보상은 학습자를 성장시킨다. 학습자는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내재화하게 된다. 학습자가 숙고의 과정으로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때, 이성은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
[작품 정보]
아테네 학당(The School of Athen/1509~1510/500×770㎝/프레스코)
라파엘로(Raphael, 1483~1520)
바티칸 사도 궁전 서명의 방
[참고 자료]
1. https://www.ibo.org/benefits/learner-profile/
2. 강신주, 철학 대 철학, 오월의봄, 2021.
3.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23, 미래의창,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