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에] 빈센트 반 고흐
학습자는 한 가지 이상의 언어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창의적인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타자 혹은 다른 집단의 관점을 주의 깊게 들으며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세계의 만남은 파괴의 과정을 동반한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 은하를 향해 초속 120Km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40억 년 후 이 두 은하는 충돌한다. 태양계는 물론이고, 두 은하는 기존의 모습을 완전히 잃을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새로운 평형상태에 도달해 새로운 은하의 모습을 갖출 것이다. 정현종의 시 <방문객>의 시구처럼 사람이 온다는 것도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두 우주가 만나는 과정이다. 바닷가 해안이 아름다운 것은 두 세계가 만나 격렬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 고단한 흔적이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 소설집 《나무》의 <완전한 은둔자>에서 귀스타브 루블레 박사는 인간이 한 번도 닿지 못한 몽환과 관련된 뇌의 새로운 영역을 찾아낸다. 하지만 이 위대한 발견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방법이 없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그의 뇌는 누구의 애도도 없이 결국 개의 먹이가 되어버린다. 소통은 인간의 숙명이다. 나와 상관없는 많은 이들과 만나고 부서진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나의 세상이 만들어진다. 사르트르는 타자의 실존이 자기 실존에 대한 위협이라는 의미로 “타인은 지옥이다(L'enfer, c'est les Autres)”라고 표현했다.
회화사에서 3대 걸작을 꼽으라면 당신은 어떤 작가의 작품을 고르겠는가? 모르긴 해도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들어갈 가능성은 매우 크다. 1888년 12월 아를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고흐는 고갱과 말다툼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자기 귀를 잘랐다. 고흐는 자른 귀를 창녀 라셀에게 주었다. 이 사건으로 작은 마을 아를은 발칵 뒤집혔다. 이윽고 주민들은 고흐를 고발했다. 결국 이듬해 1889년 5월 고흐는 생레미에 있는 정신병원인 생폴 드 모졸 수도원에 스스로 들어갔다.
한없이 쓸쓸하고 괴로웠던 순간! 고흐는 병실의 창밖을 바라보던 풍경과 자기 기억의 조각을 모아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다. 작품은 달과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그 아래 어둠이 내려앉은 고요한 마을 그리고 이 두 공간을 이어주는 사이프러스 나무로 구성되어 있다. 소박한 마을 집 창에는 창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자기만의 소소한 이야기를 오손도손 만들고 있을 것이다. 밤의 정적으로 덮인 마을 위로 밤하늘의 달과 별은 역동적으로 휘몰아치고 있다. 고흐는 그렇게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침묵 속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장자》 내편 <제물론> 12장에는 ‘조삼모사’라는 일화가 있다. 원숭이를 기르는 사람이 원숭이 먹이가 부족해져 해결책으로 “아침에 도토리 3개를 주고, 저녁에 4개를 주겠다.”라고 했다. 이에 모든 원숭이가 화를 냈다. 이에 “그렇다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라고 하니, 이번에는 원숭이가 모두 기뻐했다. 하루에 도토리 7개를 받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 일화로 장자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일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주인이 아니라 원숭이가 도토리를 받는 방식을 정했다는 점이다. 또한 더 중요한 부분은 주인은 원숭이를 매우 사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숭이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깔아뭉개지 않았다. 주인은 미물인 원숭이에게 조차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존중하려는 배려심을 보여주었다.
나이팅게일은 크림 전쟁 당시 38명의 성공회 수녀와 함께 오스만 제국의 수도 코스탄티니예에서 간호사로 활동했다. 그곳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이 전쟁이 아닌 전염성 질환 등으로 더 많이 죽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는 상부에 이 사실을 알리고 간호의 중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요즘의 인포그래픽과 같은 시각적인 통계 자료를 만들어 보고서에 첨부했다. 그 자료는 그녀가 무엇을 주장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 보고서로 그녀의 의견은 정부에 적극 반영되었다. 이처럼 타인과 소통하려면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료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녀는 이 업적으로 영국 왕립통계학회의 첫 여성 회원이 되기도 하였다.
학습자는 타인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원숭이 주인은 배분 방식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배려했다. 나이팅게일도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본인이 읽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보고서를 읽게 될 이들을 위한 배려인 것이다. 그러기에 학습자는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길러야 한다. 언어는 물론이고 표, 그래프, 그림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자는 타인의 상황을 잘 이해하여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소통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작품 정보]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1889/73.9×92.1㎝/캔버스에 유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1853~1890)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미국 뉴욕)
[참고 자료]
1. https://www.ibo.org/benefits/learner-profile/
2. 강신주, 철학 대 철학, 오월의봄,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