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노를 입은 카유미] 클로드 모네
학습자는 세계의 다양한 가치와 문화뿐만 아니라 우리 고유문화와 개인사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다양한 관점을 찾고 평가하는 경험은 성장으로 이어진다.
2016년 3월 9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가 열렸다. 중계를 지켜보던 많은 시청자는 이세돌 9단이 한 번이라도 이겨줄 것을 간절히 소망했다. 13일 제4국에서 신의 한 수라 불리는 78수는 인류 역사에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다. 결국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그렇게 5전 4승 1패로 딥러닝 기술로 탄생한 알파고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장대익 교수는 이 세기 대국을 다른 측면에서 활용했다. 그는 대국 시작 전 피실험자들에게 승패를 예측하게 함과 동시에 각자의 ‘에고 네트워크 밀도’를 측정했다. 에고 네트워크란, 한 개인을 중심으로 교류하는 주변인들 간의 연결 정도를 말한다. 나와 교류가 빈번한 사람들이 서로 간에도 친밀하다면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가 높은 것이다. 반대로 각각 나와는 친하지만 서로 간에는 먼 관계라면 밀도가 낮은 것이다. 연구 결과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가 낮을수록 바둑 대결의 승패 예측 정확성이 높았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의 사람과 다양한 교류가 필요함을 잘 보여준다.
1854년 3월 31일 일본은 미국과 가나가와 조약(미일화친조약)을 체결했다. 개항 후 1867년 파리 엑스포 참가를 계기로 유럽에는 도자기, 부채 그리고 우키요에 등으로 ‘자포니즘’이라는 열풍이 일었다. 특히 우키요에는 큰 관심을 끌었다. 우키요에는 에도시대인 17세기 후반 일본 서민층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목판화 중 하나다. ‘우키요’는 덧없는 세상, 속세를 뜻하며, 주로 유녀나 가부키 배우, 명소의 풍경 등을 주제로 그려졌다. 동양의 낯선 풍경, 이국적인 인물, 평면에 표현된 깊이 있는 공간, 강한 원색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서양 화가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일본풍은 유럽 문화 전반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1876년 모네는 <기모노를 입은 카유미>를 ‘일본풍(Japonerie)’이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인상주의 전시회에 출품했다. 이 작품의 모델은 모네의 부인이다. 카유미는 강렬한 붉은색의 기모노를 입고 있다. 기모노에는 일본 사무라이가 금방이라도 칼을 휘두르며 나올 것 같이 역동적으로 그려졌다. 그녀 주변에 널려 있는 부채와 그녀가 들고 있는 부채에는 모두 우키요에가 그려져 있다. 그럼에도 금발의 카유미는 희고 밝은 얼굴로 일본풍을 즐기는 신식 ‘프랑스 여인’ 임을 뽐내고 있다. 모네는 일본 화풍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켰다. 그는 프랑스 문화 토대 위에 일본 문화를 융합해 세계적인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1992년 ‘특종 TV 연예’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한 주간 발매된 신곡을 발표하고 심사 위원이 평가하는 코너가 있었다. 평가 위원은 그 당시 유명 작곡가와 작사가 그리고 MC로 더 잘 알려진 연예 평론가와 국민가수로 불렸던 유명 가수가 맡았다. 이 무대에 무명의 신인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올랐다. 이 남성 그룹이 부른 노래는 바로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꿔 놓은 '난 알아요'였다. 춤과 음악 그리고 랩이 비빔밥처럼 버무려진 새로운 음악이었다. 뭐라 평가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무대였다. 공연이 끝나고 이어진 평가는 가혹하고 처참했다. 맬로디와 가사 그리고 춤까지 총체적인 비난으로 이어졌다. 받은 점수는 10점 만점에 평균 7.8점이었다. 심사 위원의 혹독했던 평가와 예상은 지금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그날 이후 완전히 빗나갔다. 이 노래가 나쁜 평가를 받은 것은 단지 기존 음악의 질서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평가 위원이 오히려 부정 오류에 빠진 것이다.
학습자의 사고는 열려 있어야 한다. 겸허히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발성으로 일어나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사고와 관점이 필요하다. 늘 변화를 인식하고 스스로 변할 수 있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학습은 학습자를 독단과 편견에 가둘 가능성이 크다. 학습자는 자기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과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자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
[작품 정보]
기모노를 입은 카유미(Camille Monet in a Japanese Costume/1875/231.8×142.3㎝/캔버스에 유화)
클로도 모네(Claude Monet/1840~1926)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oston/미국 보스턴)
[참고 자료]
1. https://www.ibo.org/benefits/learner-profile/
2. 강신주, 철학 대 철학, 오월의봄, 2021.
3. 장대익, 사회성이 고민입니다, 휴머니스트,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