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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May 07. 2023

8. 도전하는 사람(Risk-Takers)

[알렉산드로스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다] 베르텔레미

학습자는 불확실한 세상에 선견지명과 결단력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 학습자는 새로운 생각과 혁신적인 전략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혹은 협력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학습자는 도전과 변화에 직면했을 때 뛰어난 기략과 탄력성을 보여야 한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는 나라를 구한 제갈량의 다양한 묘책이 나온다. '금낭묘계(錦囊妙計)'도 그중 하나다. 오나라 대도독 주유는 형주를 얻기 위해 유비에게 손권의 누이동생인 손상향과 혼담을 제안한다. 음모임을 간파하고 반대한 대신과 달리 제갈량은 오나라로 다녀올 것을 유비에게 청한다. 유비는 제갈량의 말에 따라 혼례를 치르려고 오나라로 떠난다. 이때 제갈량은 유비의 호위를 맡은 조운에게 금낭 세 개를 건네며 말한다. 불확실한 세상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도전을 위해서는 위험의 관리가 중요하다. 대처와 관리가 가능한 위험은 더 이상 위험이 아니다. 이 위험은 도전이다. 새로운 신세계로의 항해를 위한 '기회의 땅'이자 '블루 오션'이 된다.  

베르텔레비 [알렉산드로스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다]

고대 프리기아 왕국에는 왕이 없었는데, 어느 날 테르메소스의 신전에서 "테르메소스에 우마차를 타고 오는 자가 왕이 될 것이다"라는 신탁이 내려왔다. 때마침 시골 농부이던 고르디우스와 그의 아들 미다스가 우마차를 타고 테르메소스 성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그가 신탁에서 말한 왕이라고 기뻐했고, 고르디우스는 프리기아의 왕이 되었다. 이후 고르디우스의 왕위를 물려받은 미다스는 자신과 아버지가 타고 들어온 우마차를 프리기아 천공의 신인 사바지오스에게 바쳤다. 사바지오스 신전의 신관들은 이 우마차를 신전 기둥에 풀 수 없는 복잡한 매듭으로 묶었다. 이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왕이 된다"라는 전설이 전해졌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이 매듭을 칼로 단숨에 자름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은 '대담한 방법을 써야만 풀 수 있는 문제'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콜럼버스의 달걀'과 함께 발상의 전환으로 '단번에 해결하는 것'이라는 은유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두 방법 모두 본질적 해법은 아니다. 편법에 가깝다.


동양에도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중국 북위의 실권자 고환이 아들들에게 실뭉치를 하나 주며 추리라는 명을 내렸다. 다들 실뭉치와 씨름하고 있던 찰나에 차남 고양은 칼로 단번에 실뭉치를 잘라버렸다. 그리고는 아버지에게 "어지러운 것은 베어야 합니다."라고 호기롭게 고한다. 이것이 바로 쾌도난마(快刀亂麻)와 난자수침(亂者須斬)의 어원이다. 이는 백성을 참혹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함을 지칭한 말이며, 결국 어지러운 세상을 향한 폭정을 정당화하는 말일뿐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도 기존 연합의 해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1961년 5월 25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역사적인 연설을 위해 의회에 섰다. 그곳에서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고 안전하게 지구로 귀환시키겠다는 달 탐사 의지를 천명했다. 이른바 문샷(MOONSHOT)이다. 이제 문샷은 달 탐사선 발사의 의미를 넘어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이른바 초대형 미션 임파서블 프로젝트를 이르는 말이 되었다. 코로나19 백신개발 프로젝트는 일종의 문샷이었다고 화이자 CEO인 앨버트 불라는 말한다. 목표와 기한은 정해져 있었다. 성공을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융합하고 관리해야 했다. 성공에 대한 확실한 보장은 없었다. 화이자의 백신 개발 과정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모든 구성원은 잠재된 역량을 총동원해 맡은 바 이상을 정해진 일정 내에 성공해야만 했다. 그 결과 백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학습자는 성장 과정에서 많은 도전을 받는다. 순탄한 꽃길만 걸을 수 없다. 위험한 도전 중 성취라는 달콤함에 유혹되어서도 안된다. 학습자에게 필요한 경험은 변화에 도전하는 '과정'에 맞춰야 한다. 도전의 결과는 실패와 성공 중 어느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배움은 하나다. 도전하는 사람은 과정 속에서 위기를 관리하고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리더로 성장할 세계 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다. 


[작품 정보]

알렉산드로스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다(Alexander cuts the Gordian Knot/1767/113×145㎝/캔버스에 유화)

장 시몽 베르텔레미(Jean-Simon Berthélemy/1743~1811)

보자르 드 파리(Beaux-Arts de Paris/프랑스 파리)


[참고 자료]

1. https://www.ibo.org/benefits/learner-profile/

2. 나관중 저, 이문열 역, 삼국지, 민음사, 2002.

3. 앨버트 불라, 문샷: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화이자의 대담한 전략,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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