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리아] 존 에버렛 말레이
학습자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웰빙(Well-being)을 성취하려면 지적, 육체적, 정신적인 면에서 균형을 갖추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다른 사람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는 상호 의존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햄릿은 죽은 아버지의 복수에 집착한다. 하지만 아버지를 죽인 원수인 '왕'을 제거한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어머니의 남편이며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왕을 섣불리 죽일 수 없었다. 왕을 제거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그와 동시에 왕과 함께 살 수밖에 없다는 현실 사이에서 햄릿은 자신의 나약함에 괴로워하며 서서히 이성을 잃어간다. 사랑하는 여인 오필리아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햄릿에게서 버림받은 사실에 이성을 놓아버렸다. 가여운 오필리아! 그녀는 꽃으로 화환을 만들어 나무에 걸어 두려고 하다가 물에 빠져 죽고 만다. 영국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는 강물에 빠져 인어처럼 노래하며 죽어가는 듯한 <오필리아>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은 모두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인간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비극은 극단으로 치우쳤을 때 발생한다.
미노스 왕의 노여움을 받은 다이달로스는 그의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자신이 설계한 미궁에 갇혔다. 미궁의 특성을 잘 알고 있던 다이달로스는 하늘로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 새 깃털을 모으고 실로 엮은 후 밀랍으로 붙여 날개를 완성했다. 다이달로스는 이카루스에게 날개를 달아주며 주의점을 알려 주었다. "너무 높이 날면 태양의 열기 때문에 밀랍이 녹아 추락할 수 있으니 꼭 하늘과 바다의 중간을 날아라" 날개를 달고 하늘을 처음으로 날게 된 이카루스는 두려움도 잠시, 자유로움에 도취되어 아버지의 경고를 잊었다. 호기롭게 뜨거운 태양을 향해 날아올랐다. 밀랍은 뜨거운 열기에 녹았고, 이카루스는 날개를 잃고 결국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중국《회남자》의 <인간훈>에는 새옹지마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옛날 새옹이 기르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났으나 노인은 낙심하지 않았다. 그 후 달아났던 말이 준마를 한 필 끌고 왔다. 하지만 노인은 기뻐하지도 않았다. 아들은 준마를 타다가 낙마하여 다리가 부러졌다. 하지만 역시 노인은 낙심하지도 않았다. 아들은 때마침 일어난 전쟁에 부러진 다리로 빠질 수 있었다. 죽음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새옹지마는 기쁠 때는 슬픔을 생각하고, 슬플 때는 기쁨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과 달리 본질이 현실에 내재한다고 보았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들고 있는 책은 ≪윤리학≫이다. 윤리학은 인간의 삶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학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에는 진정한 본질 즉 살아가는 목적이 있다고 보았다. 그것이 바로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좋은 삶)’이다. 이는 행복이라고도 번역된다. 그는 행복을 위해서는 극단에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선한 의지로 중용의 선택으로 실천하는 삶이 축적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 항상성의 본질이 균형이다. 몸속 환경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일정 범위에서 조절한다. 혈당의 경우 공복 시 70~99mg/dL로 조절된다. 식후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인슐린이 분비되고 다시 혈당이 떨어진다. 운동으로 혈당을 사용해 정상 범위 아래로 내려가면 글루카곤이 분비되어 다시 혈당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다. 생명에게 균형이란 생명 그 자체다. 제임스 러브록은 그의 저서 ≪가이아 이론≫에서 지구를 대지의 여신 가이아로 지칭한다. 가이아는 항상성 조절 과정으로 내적 균형을 이룬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지구도 하나의 생명체다.
변화는 세상의 근본 속성이다. 출렁이는 파도처럼 삶에는 등락하는 시기가 있다. 아카루스처럼 한쪽으로 치우치면 화가 될 수 있다. 현대인에게 '번아웃'과 '무기력'은 삶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삶의 기술은 흔들리는 세상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학습자는 신체와 함께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서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명심해야 한다.
[작품 정보]
오필리아(Ophelia/1851/76.2×111.8㎝/캔버스에 유화)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1829~1896)
테이트 미술관(Tate Britain/영국 런던)
[참고 자료]
1. https://www.ibo.org/benefits/learner-profile/
2. 강신주, 철학 대 철학, 오월의봄, 2021.
3. 유안 씀, 최영갑 엮음, 회남자, 풀빛, 2014.
4. 김헌,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을유문화사, 2022.
5. 이진우, 균형이라는 삶의 기술, 인플루엔셜,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