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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May 07. 2023

10. 성찰하는 사람(Reflective)

[인왕제색도] 겸재 정선

학습자는 자기 생각과 경험을 신중하게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과 발전에 토대가 될 수 있는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새해를 여는 1월의 영어 단어 재뉴어리(January)는 로마 신화에는 등장하는 야누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문을 수호하는 야누스가 시간을 문을 열어 새해를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 야누스는 머리의 앞과 뒤에 각각 얼굴이 있다. 한 얼굴은 과거를, 다른 얼굴은 미래를 응시한다. 1월이란 지난해를 성찰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국보 제216호인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비 갠 인왕산에 안개가 피어오르는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겸재가 76세에 그린 이 작품은 그의 모든 역량이 잘 표현된 진경산수화의 걸작이다. 그의 호인 겸재는 주역의 4괘 중 하나인 ‘겸괘’에서 따온 것이다. 이는 ‘자신을 비워서 낮춘다’라는 뜻이 들어 있다. 전한 시대 쓰인 《회남자의》 <천문훈> 편에서는 우주 생성의 원리를 ‘기’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책에서 “기는 음양이 되고 음양의 순수한 기는 사시가 되었으며, 사시의 흩어진 기는 만물이 되었다.”라고 만물의 생성을 설명한다. 정선은 이처럼 음과 양으로 이루어진 세상의 천태만상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화폭에 담으려 했다. 투박하고 검게 칠해진 인왕산의 암벽이 누르는 무게감이 여백으로 만들어진 수평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가볍게 받쳐주어 음과 양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산수화를 그리는 과정은 어려운 현실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자기 내면을 성찰하고, 내면에 잠자는 선함을 일깨우려는 과정이었다. 《논어》 <옹야> 편 21장에는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며, 지혜로운 사람은 동적이고 어진 사람은 정적이며,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게 살고 어진 사람은 장수한다”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인왕제색도를 보고 인왕산의 풍경과 비교해 보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소 비슷한 사실적 표현을 찾을 수는 있지만 부질없는 일이다. 겸재는 그림으로 자기를 반성하며 자기 내면을 성찰하는 과정을 화폭에 담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왕산의 비가 그치듯, 병석에 누운 친구 이병헌의 병이 낫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원이 담긴 그림일 수도 있다. 산수화가 선비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혼란스러웠다. 권력을 잡기 위해 서로를 죽이는 아수라장이었다. 순자의 눈에는 죽고 죽이는 현실이 더 강렬했기에 성선설보다 성악설을 주장하였다. 순자의 시선은 맹자와 달리 현실 문제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자는 학문의 시작을 경험의 재구성에서 찾으려 했다. 순자는 학습을 내적으로 아는 것보다 외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강조했다. 외적인 행동으로 드러나야 진정한 배움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순자》  <권학> 편에는 “푸른 물감은 쪽에서 취하지만 쪽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로 이루어졌지만 물보다 더 차갑다”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바로 ‘청출어람(靑出於藍)’으로 유명한 구절이다. 순자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었다. 자기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성찰하면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그의 저서 《법철학 강요》에 남긴 경구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미네르바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다. '올빼미는 밤에도 깨어 두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지혜로운 여신의 상징물이 되었다. 이 아포리즘(aphorism)은 세상의 모든 역사는 그 일이 일단락되었을 때, 지혜와 철학을 통해 고찰되는 과정을 거쳐야 함을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즉 모든 일은 그 일을 행한 후 성찰의 과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자는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느리지만 꾸준히 매진해야 한다. 그러기에 나아가는 방향이 올바른 쪽을 지향하고 있어야 한다. 학습자는 늘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나아가는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고 했다. 《논어》<이인> 편에 등장하는 말이다. 공자가 원하는 것은 단지 도를 아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단 하루라는 도를 행하는 삶을 살아보고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학습자는 야누스의 얼굴처럼 과거 자기 행동을 성찰하며 미래를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


[작품 정보]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1751/79.2×138.2㎝/종이에 먹)

겸재 정선(謙齋 鄭歚/1676~1759)

국립중앙박물관(National Museum Of Korea/대한민국)


[참고 자료]

1. https://www.ibo.org/benefits/learner-profile/

2. 강신주, 《철학 대 철학》, 오월의봄, 2021.

3. 김헌,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을유문화사, 2022.

4. 최종엽, 오십에 읽는 순자, 유노북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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