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루크 필즈
학습자는 공감, 동정심, 존경심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다른 사람의 삶과 세계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소아마비는 고대 예술작품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전염병이다. 이 병은 주로 5세 미만의 영유아가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강한 전염병이다. 미국에서는 소아마비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다가 급증하여 1952년에 들어서는 발생건수가 약 58,000여 건에 달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도 3,145명에 이르렀다. 이를 해결한 사람은 조너스 소크(Jonas Edward Salk, 1914~1995)였다. 그는 1948년부터 소아마비 연구에 집중했다. 연구는 휴일도 없는 강행군이었으며 심지어 1953년에는 자신을 대상으로 최초 임상시험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마침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10주기인 1955년, 소크 박사는 '소아마비 백신' 개발을 발표했다. 앨버트 사빈(Albert Sabin, 1906-1993)도 구강형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여 1961년 상용화했다. 유니세프에서는 세계적으로 소아마비 종식이 거의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사람이 소아마비 백신이 가져다 줄 엄청난 부에 관심을 가졌다. 기자들도 이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기자 회견에서 특허권에 대한 질문을 받은 소트 박사는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라며 기자를 향해 반문했다. 그는 특허권을 주장하지 않았다. 소아마비 백신은 세계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빛이 되었다. 지금도 소아마비 백신은 매우 효과적이며 안전하고 저렴하다.
루크 필즈의 <의사(The Doctor)>는 1891년 작품이다. 한 의사가 가난한 노동자의 가정에 왕진을 왔다. 가난한 노동자의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다. 의사는 아이를 위한 노력을 다했다. 탁자 위에 닫힌 작은 약병과 숟가락이 담긴 찻잔 그리고 아이 머리맡에 놓인 절구는 의사의 치료가 이미 끝났음을 말해 준다. 하지만 의사는 돌아갈 수 없었다. 탁자 위에 놓인 램프 불빛은 아픈 아이를 비춘다. 그 불빛을 따라 의사의 눈길도 아픈 아이를 향한다. 의사는 근심 어린 눈빛으로 아픈 아이를 바라본다. 엄마는 탁자에 앉아 간절히 기도하고, 어두운 얼굴의 아버지는 아이 옆을 지키는 것 이외 아무것도 해줄 게 없다. 창밖으로 곧 밝아오는 새벽처럼 작은 희망이 피어나길 바랄 뿐이다.
루크 필즈가 작품의 주제로 의사를 선택한 동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그의 아들이자 전기 작가인 루크 발 필즈는 부친이 의사를 주제로 선택한 이유를 아버지 전기에서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1877년 루크 필즈는 한 살짜리 아들 필립을 장티푸스로 잃었다. 이때 어린 아들을 돌보던 의사가 보여준 동정심에 잊을 수 없는 큰 감명을 받았다. 아들은 아버지의 전기에 “아버지가 13년 후에 <의사>를 그리게 되었을 때 주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대작 중 가장 빠르고 쉽게 그린 작품일 것이다”라고 기록했다. 그래서일까? <의사>는 환자를 우선시하는 의사의 헌신적 봉사에 대한 상징이 되었다. 의사가 환자와 가족의 아픔을 공감하고 최선을 다할 때, 모든 사람은 의사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맹자》<공손추> 상편에 등장하는 ‘사단(四端)’ 은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의 네 가지 마음을 가리킨다. 맹자는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뤼트허트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 서울대 장대익 교수의《사회성이 고민입니다》에서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문명을 이루며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선한 본성을 꼽는다.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의 논쟁을 차치하더라도 선한 본성이 가진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학습자는 감정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감정을 아껴서는 안 된다. 감정에 이어지는 행동이 있어야 한다. 학습자는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배우고 익히는 것이 아니다. 헌신과 봉사로 우리가 사는 사회를 좀 더 좋은 세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학습자는 작은 것에서부터 조금씩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익혀나가야 한다. 학습자는 이런 과정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는 세계 시민으로 성장해야 한다.
[작품 정보]
의사(The Doctor/1891/166.4×241.9㎝/캔버스에 유화)
루크 필즈(Luke Fildes/1844~1927)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영국 런던)
[참고 자료]
1. https://www.ibo.org/benefits/learner-profile/
2. 강신주, 철학 대 철학, 오월의봄,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