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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May 07. 2023

우리 교육을 돌아보며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IB 프로그램은 학습자가 인간성을 인식하고 지구에 대한 후견인으로 함께 더 좋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국제적인 관점이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얀 스텐의 <마을 학교>를 보면, 화가가 교실 수업 현장을 그렸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을 표현하려고 했는지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수업 중 하는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별차이가 없어 보인다. 1665년 경에 얀 스텐이 이 작품을 그려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수세기 동안 학교의 진보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게 놀랍다. 김홍도의 작품 <서당>에서도 학동은 훈장을 중심으로 줄을 맞춰 앉아 있다. 이 배치만으로 수업이 훈장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 두 작품 속에는 모두 체벌이라는 엄격한 훈육의 모습이 담겨 있다. '체벌'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교육 방식이다. 시대가 변하여 체벌은 이제 전면 금지되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교 현장에서는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는 체벌은 반대하면서도 교육에 있어서 체벌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얀 스텐 [마을 학교]

우리 학교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교가 여전히 성적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좋은 학생은 우수한 학생으로 인식되고 칭찬을 받는다. 학교 시스템은 모든 학생에게 교사의 말과 학교 교칙을 성실히 잘 지키도록 강요한다. 주장이 강하고 교사에게 반항하는 학생은 골칫거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현 시스템에서는 학습자는 자기가 원하고 결정한 방식에 따라 성장할 수 없다. 이것은 마치 과거 조선시대 여성을 옥죄던 삼종지도와 같이 기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억압적 환경이 될 수도 있다. 


그리스 신화에는 프로크루스테스가 등장한다. 그는 손님을 침대에 눕힌 후 침대보다 키가 크면 남는 목이나 다리를 잘라버리고, 침대보다 작으면 침대 길이에 맞도록 망치로 펴서 늘린다. 만약 침대 길이에 잘 맞으면 묶인 상태로 두어 굶겨 죽였다. 이 신화로 인해 '프로크루테스의 침대'라는 용어가 생겼다. 자기 생각을 기준으로 남의 생각을 제단 하려는 행위 혹은 타인에게 해가 되지만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횡포를 의미한다. 침대를 학교로, 프로크루스테스를 교사로, 손님을 학생으로 바꿔 생각해도 많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급속히 변하고, 새로운 질서와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Open AI의 ChatGTP의 등장은 학생이 자기가 원하는 지식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가 많다. 하지만 문제는 지식을 찾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개념을 습득하고 조직하여 상황에 맞도록 적절히 활동할 수 있는 자유로운 능력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우리 사회에는 객관주의 인식론에 바탕을 둔 획일적 교육 문화가 유령처럼 남아 여전히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학교에서 교사는 자의든 타의든 수업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은 토의나 토론에 매우 서툴다. 우리 사회는 오히려 토론 문화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21세기 세계화 시대에는 토론식 수업이 필수다. 문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데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자기주장을 스스로 검열하며 옳음과 그름으로 판별하려는 강박 관념을 가져서도 안 된다. 학습자는 자기 의견을 제시하는데 자유로워야 한다. 하나의 문제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나와 다른 의견을 힘으로 눌러서는 안 된다. 특히 교사는 많은 문제 상황에 대해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문제를 제기해야 문제 중심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 중심의 전통문화와 경쟁 중심의 교육에 학습자를 가두어서는 안 된다. 


'하크니스 테이블(Harkness Table)'은 큰 원탁형 테이블이다. 이 테이블은 미국의 석유재벌이자 자선 사업가인 ‘에드워드 하크니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1931년 주입식 교육을 하던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 에드뭐드 하크니스가 찾아와 새로운 교육방식을 고안한다면 거액을 기부하겠다는 제안으로 이 하크니스 테이블이 탄생했다. 이 새로운 수업 방식의 도입으로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니는 세계 최고의 명문 학교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지금 하크니스 테이블은 토론식 수업의 대명사가 되었다. 하크니스 테이블은 교육의 형식이 얼마나 내용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만약 우리 교실에 책상을 모두 하크니스 테이블로 바꾸게 된다면, 현재의 수능과 같은 정답이 있는 필기시험은 불가능하게 된다.


우리 학교는 수동적 학습자를 양성하는 형식으로 가득한 교육 시스템이다. 산업 중심의 국가 발전과 함께 대학 입시 즉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선발과 경쟁 중심의 교육이다. 우리는 'IB Learner Profile'을 'IB 학습자상'으로 번역한다. 이 용어 해석에서도 역시 이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특정 외부 모델에 학습자를 맞춰 나가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필(Profile)'은 로마 시대 동전에 새겨 놓은 측면 얼굴에서 기인한 단어다. 우리 말로는 '인물평', '인물 소개'정도로 번역된다. 'IB Learner Profile'의 무난한 해석은 'IB 학습자 소개' 정도가 될 것이다. IB 프로그램을 학습한 학생이라면 기본적으로 경험하는 교육 내용 전반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학습자가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최종 목표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IB Learner Profile' 학생의 성장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학습자에게 학습은 학교를 마치면 끝나는 경험이 아니다. 성현들이 군자가 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한 것처럼 우리도 인생 전반에 걸쳐 학습자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생활의 달인'과 같이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의문을 던지고 탐구하며 남다른 자신을 삶을 완성하려 노력해야 한다. 학교는 평생 학습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 경험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결국 학습자에게 학교란 자기 삶이 될 것이다.    


[작품 정보]

서당(書堂/1780경/26.9cm×22.2cm/한지에 먹)

김홍도(단원/1745~1806)

국립중앙박물관(대한민국, 서울)


마을 학교(The Village School/1663~1665/110.5×80.2㎝/캔버스에 유화)

얀 스테인(Jan Steen/1626~1679/네덜란드)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아일랜드 더블린)


[참고 자료]

1. https://www.ibo.org/benefits/learner-profile/

2. 김헌,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을유문화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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