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노 쌤 May 07. 2023

5. 원칙이 있는 사람(Principled)

[소크라테스의 죽음] 자크 루이 다비드

학습자는 인류의 존엄과 권리 존중을 토대로 강한 공정심과 정의감을 가지며 청렴하고 정직하게 행동해야 한다. 자기 행동에 따르는 결과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조선시대 암행어사는 마패와 함께 '유척'을 지니고 다녔다. '주척'으로도 불리던 유척은 놋쇠로 만든 표준 자다. 조선시대에는 병역 의무자인 양인 남성이 현역 복무에 나가지 않을 경우 세금인 군포로 대신했다. 조선 후기 군포는 면포 1필이었다. 쌀로 내면 6말, 조는 8말, 콩은 12말이었다. 탐관오리는 세금을 거두는 과정에서 횡포가 심했다. 원칙을 따르지 않고 길이를 조작했다. 암행어사가 유척을 지니고 다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량형을 통일하고 공정하게 세금을 거두는 지를 감찰하려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음악을 장려한 것도 음의 높이와 길이가 정확한 유척을 만들 수 있는 원리와 연결된다. 세종이 백성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원칙을 만들고 지키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무지의 지’ 혹은 ‘자신의 무지에 대한 자각’을 강조했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로 상대방 스스로 진리에 다가가게 하거나 무지를 깨닫게 하는 산파법으로 유명하다. 소크라테스의 이런 대화 방식은 정치인이나 소피스트에게도 자신의 무지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궁지로 몰아갔다. 사회 기득권층은 이런 그의 행동을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소크라테스는 반대편의 음모로 결국 신을 부정하고 젊은이를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고발되었다. B.C. 399년 5월 그는 프닉스 언덕 종교 법정에 섰다. 절차는 민주적으로 진행되었다. 재판 과정에서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많이 이의 심기를 긁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 누구보다 냉정하고 당당했다. 500명이 참여한 판결에서 근소한 차로 사형이 내려졌다. 그는 목숨을 구걸하기보다 자기의 신념과 원칙을 지켰다. 감옥에 갇힌 그에게는 국가 행사로 인해 집행이 미뤄지면서 한 달간의 시간이 있었다. 탈옥할 마음만 가진다면 그를 도울 많은 지지자가 있었기에 쉽게 탈옥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자들의 권유도 뿌리치고, 결국 독배를 들었다. 

자크 루이 다비드 [소크라테스의 죽음]

다비스의 <소크라테스의 죽음>에는 안타까워하는 제자들의 모습과 당당한 소크라테스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다비드는 70세의 소크라테스는 실제보다 젊고 혈기 있게, 청년이었던 플라톤은 침대 발치에 앉아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노인으로 묘사했다. 플라톤의 기억 속 소크라테스는 죽지 않았다. 플라톤으로 살아남은 소크라테스의 사상은 현대 시대에까지 살아남아 있다.


송나라 승려 도원이 역대 부처와 조사들의 어록과 행적을 모아 엮은 불교서인《경덕전등록》에는 '단하소불'이라는 일화가 있다. 당나라 시대, 단하가 어느 겨울 혜림사에서 좌선 중 추위를 참지 못하고 목불을 가져다 불을 때고 있었다. 이를 본 원주 스님이 "어찌 목불을 태우는가?"라며 크게 꾸짖었다. 단하는 막대기로 재를 뒤척이며 "나는 부처의 사리를 찾고자 했소"라고 답했다. 이에 원주 스님은 "목불에서 무슨 사리가 있단 말이요!"라고 화를 냈다. 그러자 단하는 "사리 없는 부처라면 어찌 부처라고 할 수 있단 말이요!"라고 하였다. 400여 년 뒤 고려 진각 국사는 이렇게 반문했다. "단하는 목불을 태웠고, 원주는 그것을 꾸짖었다. 허물은 누구에게 있는가?"


학습자는 항구에 정박해 움직이지 않은 배가 아니라 변화무상한 대양을 항해할 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삶의 방향을 알려 줄 나침반이 필요하다. 나침판은 인류애, 인권, 생명과 같이 인류 보편적 가치를 가리켜야 한다. 많은 이가 받아들이고 따를 수 있는 가치를 담은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게리 해멀과 C. K. 프라할라드가 공동 집필한 《미래를 위한 경쟁(Competing for the Future)》에는 ‘원숭이와 사다리 위의 바나나’라는 실험이 등장한다. 연구자들은 원숭이 5마리를 우리에 넣었다. 우리에는 사다리가 있다. 그 위에 바나나가 달려 있다. 한 원숭이가 바나나를 보고, 사다리를 오르려 했다. 이때 연구자는 모든 원숭이에게 차가운 물세례를 퍼부었다. 이 과정은 반복되었다. 그 결과 원숭이들은 사다리를 오르려는 원숭이를 막았다. 결국 모든 원숭이는 바나나를 포기했다. 다음 날 연구원은 원숭이 한 마리를 교체했다. 신입 원숭이가 상황을 모르고 사다리를 오르려 했다. 이를 본 기존 원숭이는 신입 원숭이를 저지했다. 심지어 공격까지 가했다. 영문도 모른 채 신입 원숭이도 바나나를 포기하게 되었다. 이후 차례로 원숭이를 교체했다. 마침내 우리에는 물세례를 경험한 원숭이가 한 마리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 속 원숭이는 더 이상 사다리를 오르지 하지 않았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원칙은 새롭게 정립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원칙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모든 원칙을 이성적으로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지키려는 원칙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지를 늘 판단하려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학습자는 자기가 세운 원칙에 따라 융통성을 가지고 문제에 적용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식에 따라 행동하고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학습자는 신뢰와 공감을 얻음으로써 세계 시민으로 성장한다. 


[작품 정보]

소크라테스의 죽음(The Death of Socrates/1787/130×196㎝/캔버스에 유화)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1748~1825)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미국 뉴욕)


[참고 자료]

1. https://www.ibo.org/benefits/learner-profile/

2. 강신주, 철학 대 철학, 오월의봄, 2021.

3.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1. 생각의길, 2019.

4. 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 한국경제신문, 2016.

5. 정재승, 열두 발자국, 어크로스, 2018.

이전 05화 4. 소통하는 사람(Communicators)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