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흘러갔다. 짧게 오늘을 되돌아보니, 감사한 것이 참 많은 하루였음을 고백하게 된다.
오래간만에 푹 잠들었다. 어제 오전에 빠델을 치고, 마사지와 맛있는 저녁, 그리고 찜질방까지 다녀와서 그런지 간밤에 깊은 잠에 빠졌다. 그래서인지 오늘 하루가 유독 활기찼다. 에너지를 흩뿌리지 않고, 정말 내가 필요한 곳에만 써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정해진 루틴대로 아침 일찍 나가 골프 연습을 짧게 하고, 영어 학원에 들렀다. 서초 매장에 방문해 일을 보고, 지인과 저녁을 함께했다. 그 지인의 추천으로 강남에 맛있는 케이크 집이 있다기에, 그곳에서 몇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예전과는 조금 다른 일상이다. 하지만 모든 시간을 내가 선택할 수 있고, 먹고 싶은 메뉴도, 하고 싶은 일도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은 묘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쉬워 보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늘 누군가의 일정 안에서 움직이는 데 익숙했다. 상대가 편한 시간, 상대가 좋아할 선택, 상대가 원할 법한 하루. 그것이 배려라고 믿었고,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아오는 동안, 내 하루에서 ‘나의 선택’은 점점 자취를 감췄다.
아침 출근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사랑한다는 건, 대체 어떤 걸까.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자주 쓰이지만, 동시에 너무 추상적이다. 위로처럼 들리지만, 막상 삶에 가져다 놓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오래도록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내가 사랑을 할 때는 온 신경이 늘 상대에게 향해 있었다. 나의 시간보다 그녀의 시간이 먼저였고,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마저도 상대의 기준 안에서 결정했다. 그게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의 방식이었고, 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랑이 끝난 뒤,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마치 사업에 실패한 뒤 3년 동안 쉼 없이 달리다가,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받았을 때처럼. 그날의 나는 침대에 누워 “오늘은 꼭 잘 쉬어야지”라고 다짐만 하다 하루를 통째로 흘려보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타인을 돌보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정작 나 자신을 돌보는 방법은 배운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다시 생각했다. 나를 사랑한다는 건,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에너지를 나에게 쓰는 것.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
누군가를 아끼듯, 내 시간과 내 선택을 존중해 주는 일. 그것이 오늘 아침, 내가 찾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그 순간, 오늘 하루의 장면들이 하나로 이어졌다. 충분히 잠들고, 내가 원하는 운동을 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머물고 싶은 자리에 머문 시간들. 그건 사소한 하루가 아니라, 오래간만에 나에게 허락된 하루였다.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을 곁에 두는 건, 결코 나를 사랑하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동안, 나를 사랑하고 있었던 걸까. 그 질문 앞에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 나는 그 사람의 시간을 존중했고, 그 사람의 선택을 아꼈다. 나를 사랑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그 결정을 존중해 주는 마음. 이 단순한 사실을 몰랐던 건지, 아니면 애써 외면해왔던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오늘 아침,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선택했다.
매 순간을 내가 원하는 것들로 채우기로.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쓰는 것도, 월요일에 유튜브를 업로드하는 것도 모두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내 에너지를 온전히 나에게 쓰는 행동들이다. 늦은 시간이지만, 피곤하지만, 글을 쓰는 게 행복하고 책 한 줄을 읽는 게 행복하다.
누군가는 나를 ‘굿가이’라고 부른다.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애쓰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부정할 수 없었다. 나 스스로도 알고 있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왕 굿가이로 살아가는 걸 단번에 바꾸지 못한다면, 그 에너지를 타인이 아니라 나에게 써보기로 했다.
나는 여전히 굿가이로 살 것이다.
다만 이제는, 나에게도 친절한 사람이 되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예전의 나처럼 그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오늘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 딱 하나만 선택해 보길 바란다.
그게 시작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미 선택이다.
오늘도 글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