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이 되면 빠지지 않는 다짐이 하나 있다. 아마 365일 여자들의 다짐에도 꼭 들어갈 것이고, 남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바로 다이어트다. 살을 빼야지. 운동해야지. 이번엔 진짜 몸을 만들어야지. 이 말은 아마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반복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렇게 다짐하고, 운동도 시작하고, 음식도 줄여보는데 몸은 생각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노력한 것에 비해 결과가 너무 더딜 때가 많다. 그래서 사람은 억울해진다. 나는 이렇게 애를 쓰는데 왜 몸은 그대로일까 하고.
나도 그랬다. 살을 빼보겠다고 음식도 조절해 보고, 이것저것 많이 해봤다. 그런데 안 빠지던 살은 참 끈질기게 버텼다. 노력은 하는데 몸은 그대로인 것 같은 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몸이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심지어 몸이 예뻐졌다는 말도 듣는다. 44살에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 않다.
더 신기한 건 내가 요즘 대단한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추운 탓에 러닝도 하지 않고 있다. 운동이라고 해봐야 팔굽혀펴기 200개 정도, 그리고 복근 버티기 1분 남짓이 고작이다. 식사도 아주 엄격하게 조절하는 편은 아니다. 그럭저럭 잘 먹는다. 그런데 몸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나는 술을 끊었다. 벌써 150일이 넘었다. 예전에는 몸을 바꾸려면 뭔가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적게 먹어야 하고, 더 많이 움직여야 하고, 더 강하게 운동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였다. 내 몸이 달라진 건 더 해서가 아니라, 끊어서였다.
유튜브에서 가수 박진영이 건강에 대해 이야기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몸에 좋은 행동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연구했다고 했다. 논문도 찾아보고 정말 열심히 알아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찾고 또 찾은 끝에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는 것이 아니라, 몸에 안 좋은 것을 하지 않는 것이 건강해지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때는 흘렸던 그 말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왜냐하면 내 몸도 똑같이 반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꾸 몸에 뭘 더 넣을지부터 고민한다. 어떤 영양제를 먹을지, 어떤 운동을 할지, 어떤 식단을 따라 할지를 찾는다. 그런데 정작 몸을 망가뜨리는 걸 끊는 일에는 둔감하다. 나도 그랬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뭔가를 더 하려고만 했다. 운동을 더 하고, 식단을 더 조이고, 더 참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내 몸이 싫어하는 것을 빼는 일에는 둔감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일이다. 몸은 바꾸고 싶다면서, 몸을 망가뜨리는 습관은 끝까지 붙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몸은 생각보다 정직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너무 정직하다. 우리는 몸을 바꾸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몸에 무엇을 넣고 있는지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때가 많다. 운동법은 바꾸고, 식단은 계산하고, 보조제는 챙기면서도 매일 반복해서 넣는 어떤 것들은 너무 쉽게 용서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몸은 속지 않았다. 입으로는 건강을 원한다고 말해도, 몸은 내가 매일 반복해서 넣는 것에 반응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느냐보다, 내가 실제로 무엇을 넣고 있느냐에 훨씬 더 정직했다.
금주 150일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내 몸이 왜 그동안 쉽게 변하지 않았는지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몸은 복잡해서 말을 안 듣는 게 아니었다. 그저 너무 정직해서, 내가 넣은 것의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변화된 몸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건강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결과에 더 가깝다고. 하루 이틀 애쓴다고 바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넣은 것들이 쌓여 결국 지금의 몸을 만든다고. 우리가 먹는 것, 마시는 것, 반복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 몸에 남는다.
사람들은 몸을 바꾸고 싶을 때 자꾸 무엇을 더할까부터 고민한다. 무슨 운동을 해야 할지, 어떤 식단을 해야 할지, 어떤 방법이 더 빠를지를 찾는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무엇을 더할까보다 무엇을 끊어야 할까를 먼저 봐야 할 때가 있다.
내 경우에는 그게 술이었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다. 술을 끊었고, 몸은 반응했다. 나는 그 결과를 지금 눈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누가 몸이 좋아졌다고 말하면, 괜히 더 많은 설명을 하고 싶어진다. 대단한 비법이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더 말하고 싶어진다.
몸은 결국 내가 넣는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반복해서 넣느냐에 따라 몸은 달라진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직하지 못한 건 몸이 아니라, 나의 습관이었다.
지금까지 글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