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아도 진심을 거는 이유

불안과 홀로섬이 내게 가르쳐 준 것

by 재윤

왜 나는 늘 모든 걸 다 던지며 살았을까. 사랑도 그랬고, 일도 그랬고, 사람도 그랬다. 늘 적당히가 없었다. 한번 마음을 주면 끝까지 갔고, 한번 시작한 일은 내 전부를 걸었다. 문제는 그렇게 산다고 해서 늘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라는 데 있다. 오히려 대부분은 깨지고, 다치고, 상처받고, 결국 혼자 남는 쪽에 가까웠다.


어쩌면 나의 불안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또 상처받을까 봐, 또 버려질까 봐, 또 혼자 남겨질까 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불안과 홀로섬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는데, 정작 나는 그걸 모른 척하며 살아왔다. 내 마음은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아야 하는데, 정작 그 유일한 사람인 내가 나를 외면하고 있었던 셈이다.


오늘 샤워를 하다가 마지막에 찬물을 틀고 가만히 서 있는데 그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늘 내 모든 걸 던지며 살았을까. 나는 찬물 샤워를 한 지 5년이 넘었다. 하루에 두 번 샤워를 하니, 하루에 두 번 찬물에 몸을 맡기는 셈이다. 처음에는 발끝에만 닿아도 몸서리가 쳐졌다. 그런데 사람은 참 이상하다. 매일 반복하다 보면 그것마저 익숙해진다.


그래서 찬물 샤워를 하면 성공하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찬물 샤워 자체가 사람을 성공하게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 다만 분명한 건 있다. 찬물에 몸을 맡기면 몸이 깨어나고 정신이 맑아진다. 글을 써야 하는데 도무지 쓰기 싫을 때, 머리가 흐릴 때, 마음이 늘어질 때 나는 찬물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머리가 맑아지고, 다시 움직일 힘이 생긴다.


생각해 보면 인생도 비슷했다. 깨지고, 다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거기에도 내성이 생긴다. 내가 딱 그런 사람이다. 나는 어떤 일이든 늘 최선을 다해왔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고 늘 좋은 결과가 따라오진 않았다. 무수히 실패했고, 좌절했고, 사랑 앞에서도, 사업 앞에서도, 투자 앞에서도 쓰라린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때마다 신이 참 야속하다는 생각도 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던 날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모든 시간들이 나를 망친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지금의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하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이제 조금씩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있다.


평생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상처 덕분에, 실패 덕분에, 불안 덕분에 오히려 나를 조금 더 알게 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불안과 홀로섬은 내게 고통이었지만, 동시에 나를 들여다보게 만든 선물이기도 했다.


글을 쓰는 것도 그래서 좋다. 쓰는 동안은 내가 나를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장을 적다 보면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내가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흔들리는지가 보인다. 누군가는 이걸 창작이라 부를 것이고, 누군가는 또 하나의 쓸데없는 글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이 생산의 행위가 좋다.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그것이 내 안을 정리하고 누군가에게는 작은 용기라도 건넬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며칠 전 중국 출장을 다녀오며 로밍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크루즈를 타고 들어오다 배가 우리나라 영해에 가까워졌을 때 알람이 여러 개 한꺼번에 울렸다. 그중 유독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브런치 글 조회수였다. 어느 날 무심히 써 내려간 글 하나가 7천 회가 넘게 읽혀 있었다. 잘 늘지 않던 구독자도 몇 명 더 늘어 있었다.


매번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 척하지만, 그런 알림 앞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나를 보면 나도 참 속물이다. 인정받고 싶고, 읽히고 싶고, 좋아해 주길 바란다. 그래서 더 쓰고 싶어진다. 그것도 결국 나다.


사람은 머리로만 자신을 알 수 없다. 직접 던져봐야 안다. 사랑도, 일도, 사업도, 관계도. 적당히 발만 담가서는 자기 본심이 보이지 않는다. 흔들려도 보고, 깨져도 보고, 후회도 해봐야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자신을 알고 싶다면, 너무 안전한 곳에만 머물지 말라고. 조금은 던져보라고. 사랑이든 일이든, 진심을 걸어보라고. 상처받을 수 있다.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과한 사람만이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글쓰는 재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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