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따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의도적 왕따를 자처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못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잘 한다. 분위기를 띄우는 법도 알고, 대화를 이어가는 기술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의 관계가 내게 짐처럼 느껴졌다. 억지로 웃어야 하는 자리, 듣고 싶지 않은 말들, 그리고 서로의 마음에 관심 없는 대화들. 그 모든 것들이 내 에너지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결심했다.
"나는 나를 지치게 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겠다."
그때부터였다. 의도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필요 없는 술자리엔 나가지 않았고, 억지로 웃어야 하는 모임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처음엔 이상했다. 평소보다 훨씬 조용한 일상이 낯설었다. 휴대폰 알림도 줄었고, 연락 오는 사람도 드물어졌다. 그 공허함에 잠깐 불안하기도 했다.
"혹시 내가 너무 고립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억지로 이어가던 관계가 줄어드니, 내 삶에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운 건 뜻밖에도 '진짜 사람들'이었다.
우린 살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중에는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소중한 인연도 있고, 반대로 마음의 에너지를 빼앗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처음엔 그걸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피곤해지고, 별생각 없이 만난 사람이 오히려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나는 과거에 사람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인간관계는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많이 알아야 기회가 생긴다고 믿었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인맥을 쌓으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곤함만 커졌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했고, 힘들 때 곁에 남아줄 거라 믿었던 이들이 등을 돌리기도 했다.
그때 깨달았다.
"사람이 많을 필요는 없구나.
진짜 좋은 사람 몇 명이면 충분하구나."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삶은 단순하다.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게 아니다. 오히려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다.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내가 틀렸을 때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 실패했을 때 등을 두드려주고, 성공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인생의 대부분은 괜찮아진다.
우리는 종종 외로움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때로는 의미 없는 관계에 억지로 머물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진짜 외로움은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지만 마음이 통하지 않을 때, 우리는 더 깊은 외로움을 느낀다.
의도적 왕따가 된 후, 나는 혼자의 시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혼자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조용히 산책을 하면서 오히려 내 안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통해 내게 필요한 사람과 필요하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눈이 생겼다.
그 결과, 내 주변엔 더 이상 나를 지치게 하는 사람이 없다. 대신 함께 있을 때 편안한 사람들,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남았다. 이 인연들은 억지로 만들어낸 게 아니다. 오히려 내가 나다워질 때 자연스럽게 곁에 머무른 사람들이다.
가끔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는가?"
"그들과의 관계가 나를 지치게 하는가,
아니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끄는가?"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을 곁에 두느냐에 달려 있다. 용기를 내어 불필요한 인연은 내려놓고, 나를 빛나게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자. 때론 혼자가 더 나은 선택일 때도 있다. 결국,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 좋은 삶이다.
당신의 삶을 언제나 응원하는
글 쓰는 구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