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차피 늙는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마치 자신만은 예외인 것처럼 살아간다.
가장 가까운 부모를 보면 알 수 있다. 언젠가 나를 업어 키우던 그 팔이 이제는 내 팔을 잡고 겨우 계단을 오른다. 주름진 손등, 느려진 걸음, 그리고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 그 안에 나의 미래가 담겨 있다.
그럼에도 우린 자신이 늙지 않을 거라 믿는다.
그게 어리석음인지, 아니면 인간의 교만함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젊음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마치 오늘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하지만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면, 그 안에서 아버지의 눈빛이 보이고,
어머니의 미소가 겹쳐진다. 그제야 깨닫는다. 시간 앞에서 인간은 숙여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그렇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늙는다는 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채워지는 일이다. 어릴 땐 몰랐던 고마움이 생기고, 젊을 땐 보지 못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랑이 깊어지고, 이해가 넓어진다. 우리가 늙어간다는 건 결국 조금 더 온전한 인간이 되어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시간 앞에 숙여야 하지만, 동시에 시간 앞에 당당해야 한다. 피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되, 그 안에서 자신의 의미를 만들어가야 한다. 하루를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집중하는 일. 그게 인생을 품격 있게 만드는 태도다.
그 어떤 것도 당신의 죽음 앞에서는 의미를 잃는다.
재산도, 명예도, 이름도 모두 사라진다. 남는 건 얼마나 사랑했는가, 얼마나 진심으로 살았는가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을 잊지 말자. 시간은 우리를 늙게 하지만, 그 늙음 속에서만 삶의 깊이를 배운다. 죽음은 우리를 데려가지만, 그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우린 결국 모두 그 길 위에 서 있다. 누구는 조금 빠르고, 누구는 조금 늦을 뿐이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자.
시간 앞에 숙여야 하고,
그 시간 앞에 당당해야 한다.
그래... 당신에 오늘을 살아라~
오늘은 여기까지다.
지금까지 글쓰는 구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