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내가 나에게로 돌아가는 중

by 재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가끔 몇 개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린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쓰는 글은 누군가를 위한 정보도, 세상을 움직일 만한 메시지도 아닌, 그저 내 감정을 토해내는 일기장에 가깝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사람들의 반응이 몹시 궁금했다. 누가 읽어줄까, 누가 좋아해 줄까, 이 문장이 괜찮을까. 쓰는 이의 마음보다는 읽는 이의 마음을 더 신경 쓰며, 그렇게 나는 글을 ‘보여주기 위한 일’로 만들어버렸다.


문단을 쪼개고, 문장을 고치고 또 고치다가, 어느 순간 글쓰기에서 치유는 사라지고 패션만 남았다. 그래서 글을 멀리한 건 아니다. 사실은… 나는 게을렀고, 무엇보다 나는 글재주가 없다고 스스로 인정한 순간부터 흥미가 사라졌다.


그저 그것뿐이었다.


물론 책도 냈고, 남들보다 많이 썼기에 누군가보다는 나은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실천을 했고, 지금도 아주 미약하게나마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니까. 우아한 실패자를 쓸 때, 나는 내 실패가 누군가에게 도전이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알다시피였다. 아마 그 책은 누군가의 책장 구석에서 먼지가 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그 사실이 때로는 부끄럽고, 또 때로는 허탈하다. 그래서 말하자면, 나는 여전히 실패 중이다.


40대를 넘어 중반을 바라보니, 문득 회한이 밀려온다. 내가 사는 곳, 먹는 것, 입는 것,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왜 나는 아직도 이렇게 버겁게 살고 있는가. 돌아보면 치열했고, 노력했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던 삶이었다.


그런데도 갈 길은 멀다. 그리고 그 사실이 나를 옥죄어 온다. 사람들은 말한다.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고. 물론 나도 안다. 그리고 감사하기도 하다. 하지만... 때때로 억울하고, 분노하며 살았던 날들이 더 성장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감사는 가진 자의 마음일까? 아니면, 마음이 부서지지 않기 위한 자기 최면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지금 내가 가진 것 중 단 하나라도 사라진다면, 나는 아마 무척이나 슬퍼하겠지. 그러니 감사해야 한다.


맞다, 맞는데...

가끔은 그냥 힘들다.


나는 적막함이 좋다. 허전한 고요가 아니라,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평온한 적막. 노을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 그런 순간을 나는 갈망한다.


2025년. 길고도 짧았다. 무기력했고, 우울했고, 동시에 누구보다 많은 성과를 냈다. 아이러니했다. 1년 전 바디 프로필 속의 나는 어디 갔을까. 다시 배 나온 아저씨가 되어가고, 다시 술에 기대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글을 멀리하고, 운동을 멀리하고,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던 나는 오늘은 이상하게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서 뛰었고, 청소했고, 그리고 다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왜 다시 쓰는가?

답은 단순하다.


내가 나이기 때문에.

오늘의 나는 잠시나마,


"내가 가장 빛났던 그 순간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것 같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지금까지 글쓰는 재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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