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도 벌레였다.
나도 내가 빛나는 별이라고 믿었다. 누구보다 뜨겁게 타오를 수 있다고, 세상이 나를 주목할 거라고. 어릴 적부터 내 안에는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다. 꿈은 멀어졌고, 현실은 내 발목을 붙잡는다. 반짝일 거라 생각했던 나는, 언젠가부터 바닥을 기고 있었다. 빛나기는커녕, 먼지 투성에 찌든 나를 마주한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다들 앞으로 나아가는데, 왜 난... "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지?'
질문만 늘어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인정하게 된다. 나는 별이 아니었다. 나는... 벌레였다. 누군가는 날 외면했고, 누군가는 비웃었으며, 누군가는 아예 존재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어둠 속에 있었다.
땅바닥을 기며,
"언제쯤 이 지옥에서 벗어날까?"
끝없이 되뇌었다.
하지만, 땅바닥을 오래 기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거대한 나무의 뿌리, 작지만 꿋꿋하게 피어난 풀꽃.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혼자 빛나는 조그만 빛들.
벌레의 눈에만 보이는 세상...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벌레는 하찮지 않다는걸. 그들은 땅을 일구고,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서 세상의 균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건 이거다 벌레는 언젠가 껍질을 깬다. 어둠 속에서,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날개를 만든다.
마침내... 세상에 나온다.
누구는 이렇게 말하겠지.
"벌레가 날수 있다고?"
"웃기지 마"
하지만 그건 웃긴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다. 꿈이 부서졌다고, 희망이 사라졌다고, 자신이 쓸모없다고 생각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알 거다. 그 바닥의 끝에서 우리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세상이 등을 돌려도, 혼자서 울고 또 울다가도, 다시 일어서야 했던 그 마음을.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혹시 길을 잃었는가? 혹시 스스로가 하찮다고 느껴지는가? 당신도 별인 줄 알았는데, 벌레 같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부디 잊지 말아 달라. 벌레도 언젠가 날개를 단다. 지금 당신이 기는 이 땅바닥이, 사실은 당신의 날개를 키우는 공간일지 모른다. 부디... 조금만 더 버티어 주길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그리고 그날이 오면, 당신은 별 보다 더 높이, 더 자유롭게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대여? 그러니 울어도 괜찮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말아달라. 벌레였던 나도, 언젠가는 하늘을 날수 있을 테니까!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잠시라도 따뜻한 위로를 받았기를 바라며."
글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