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 하나.

by 재윤

사람은 하루를 살고 나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다. 문을 닫고 나서야 진짜 얼굴을 만난다. 오늘 나는 조금 늦게 집에 도착했다. 하루가 끝난 자리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피곤이 아니라 그리움이었다. 그래서 이게 맞는지, 틀린지 굳이 따져 묻지 않았다. 그냥 옆에 두었다.


그리움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찾아온다. 불청객 같기도 하고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같기도 하다. 예전엔 이 마음이 오면 무엇이라도 설명을 만들어 붙였고, 누군가를 주어로 삼아 핑계를 찾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움에는 이름을 덜 붙이고, 문장을 짧게 두는 쪽이 조금 더 편안했다.


오늘도 나는 사람들을 만났고, 말보다 많은 표정을 들었다. 웃으며 듣는 연습을 했고, 무뚝뚝하다는 첫인상이 조금은 옅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라본다. 그래도 방으로 돌아오니 그 연습의 끝은 또 나였다. 거울 속의 나에게 말을 시키는 대신, 켜켜이 쌓인 그리움이 스스로 말을 꺼내 주길 기다렸다.


오늘 밤은 그리움이 밀려온다.

누군가의 이름 때문이 아니라,

내 안쪽에 빈 의자 하나가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오늘 글의 마지막 문장은

결정이 아니라 바람이다.

이 밤이 너무 짧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짧음 끝에서 내가 나를 조금 더 안아줬으면 좋겠다.


오늘도 글쓰는 재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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