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뱃속의 아이까지 세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난 엄마가 되는 게 꿈이었던 결혼 5년 차의 난임 새댁이었다.
당시에는 유모차를 끌고 가는 사람들만 봐도, 멀리서 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만 들려도 부러움에 한 동안 그곳에 시선을 떼지 못했었다.
이십 대 후반의 나이에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직장도 안정적이고 양가 부모님 모두 건강하시니 다른 사람들은 우리 부부의 삶이 부족함이 없다며 치켜세웠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아이'가 없는 삶은 빛 좋은 개살구와 같았다. 꺄르륵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아이 있는 집들을 보며 우리는 윤택한 삶 속에서 공허함을 느꼈다.
결혼 전? 아니 신혼 때까지만 해도 결혼을 하면 아이는 쉽게 생기는 줄 알았다. 주변에서 허니문 베이비로 아이를 갖는 경우도 많이 봐왔고, 미성년자들이 덜컥 임신했다는 뉴스들도 많이 봐왔으니 그동안 피임만 신경 써왔지, 임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줄은 미처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결혼하고 3년쯤 지났을까, 이제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아이는 우리 생각처럼 쉽게 찾아와 주지 않았다. 배란테스트기를 하며 날짜에 맞춰 노력도 해보고, 병원에 가서 난포 주사를 맞아보기도 했는데 노력을 할수록 커지는 기대감이 우리를 더 큰 좌절감으로 빠뜨리게 했다. 실망을 마주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엄마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 더 강해졌다.
'대체 우리에겐 왜 아이가 생기지 않는 걸까?' 아이를 바란 후, 우리 부부를 끈질기게 따라온 퀘스천 마크였다.
당시 나의 모든 알고리즘은 '임신'이라는 키워드에 점령당했었는데, 그때 우연히 EBS에서 만든 '임신이 되는 과정'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됐다. 정자가 난자를 만나기 위해 험난한 장애물들을 뚫고 가는 내용이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필사적으로 보였는지 마치 성에 갇힌 공주를 구하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난 왕자의 모험기와 같아 보였다.
5분 남짓한 영상을 보며 '임신이라는 게 참 쉬운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임신이 된다 해도, 10개월 동안 무탈히 임신을 유지하는 것, 건강히 출산하는 것도 큰 일이었다. 세상의 모든 임신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긴 한 생명을 만나는 일인데어찌 쉬울 수 있겠는가.
문득 5년 전 난임병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땐 걱정과 불안으로 병원의 문턱이 굉장히 높아 보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바로 그때 병원에 가서 시험관 시술을 하고 첫째를 만난 일이었다. 벌써 첫째가 태어난 지 3년이 지났거늘 우리 부부는 아직까지 그때 병원에 가길 정말 잘했다고 얘기하곤 한다.
이번 브런치북 <난임부부, 세 아이의 부모가 되다>에서는 결혼 5년 차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던 난임부부가 시험관 시술로 첫째와 둘째를 만나고, 깜짝 선물처럼 찾아온 셋째를 만난 과정을 적어보려 한다.
직장을 다니며 시험관 시술을 진행했을 때의 경험과 당시 날 불안하게 했던 시험관 시술에 대한 온갖 카더라의 실체를 경험자로서 구체적으로 적어볼 계획이다. 이 글이 엄마는 되고 싶지만 난임병원과 시험관 시술은 무서운 사람들의걱정과 불안감을 떨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예비 부모님들에게 좋은 소식이 들리길 간절히 바랍니다. (다둥맘 기운 팍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