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험관 시술을 하기 꺼려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었다. 겨울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건강체질이긴 했지만, 인위적으로 호르몬 주기를 변경하는 시험관 시술을 하면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주위의 말들에 하루에도 여러 번 마음이 흔들렸다.
남편과 함께 난임 병원에 가기로 한 전 날밤 혼자 방에서 나와 시험관 시술로 걱정되는 점을 종이 한가득 적었다. 대부분 '시험관 시술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진 않는지'하는 질문들이었다. 혹여라도 나쁜 점이 하나라도 있다면 남편을 설득해 자연임신을 조금 더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엄마가 되고는 싶었지만, 난 여전히 아이보단 내가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난임병원 방문 당일, 시험관 시술을 해야 한다는 선생님 앞에서 주머니 속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주머니 속에는 어젯밤 써놓은 종이가 있었다. 병원에 가면 당당히 물어봐야지 했는데, 막상 선생님 앞에 서니 혹시나 이런 질문들을 한다는 자체가 실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선뜻 종이를 꺼내기가 망설여졌다.
그러다 "더 궁금한 거 있으신가요?"라는 선생님 말씀에 수줍게 웃으며 종이를 꺼냈다. 선생님 표정을 보니, 이런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선생님은 편안한 표정으로 매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정확한 어조로 대답해 주셨다.
1. 시험관 시술을 하면 난소암 가능성이 높아지나요? NO
2. 시험관 시술을 하면 복수가 차나요? NO(단, 난소 수치가 높으면 해당될 수 있음)
3. 시험관 아기는 유산율이 높은 가요? NO
4. 시술 중 가벼운 운동이나 커피를 마셔도 될까요? YES
5. 체력이 많이 떨어지나요? 상대적임
선생님은 대답을 마친 후 "걱정 마세요. 다 잘 될 거예요~"하며 여유 있게 웃으셨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정말 다 잘 될 것만 같았다.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며 평소와 같은 일상생활을 했다. 매일 출근을 했고, 동료들과 커피도 한 잔씩 마셨다. 일상에 시험관 시술 하나만 덧붙인 유난스럽지 않은 생활이었지만 감사하게도 그러부터 한 달 반 뒤 첫째가, 시술 네 달 뒤 둘째가 우리를 찾아왔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아이들은 현재 4살과 2살이 됐다. 시험관 시술로 얻은 아이들은 자연 임신으로 생긴 아이에 비해 몸이 약하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임신을 했을 때도 별 탈이 없던 이 아이들은 자라는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줬다. 물론 엄마인 나도 건강히 잘 지냈다. 오히려 아이가 생기기 전보다 더 건강하게 말이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시험관 시술을 하면 난소암이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실제로 그게 사실이었다면 이 시술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지도 않았을 거고, 2~3만 명의 난임환자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로 시험관 시술을 할 일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시간에도 시험관 시술을 앞두고 걱정과 불안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면, 선생님이 내게 건네준마법의 주문을 이 글을 통해 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