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에서 언니가 된 큰 아이의 마음 헤아리기
최근 둘째를 출산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출산 전부터 지금까지, 나의 가장 큰 관심과 걱정은 이제 갓 두 돌이 지난 큰 아이였다.
출산 전에는 엄마껌딱지인 이 아이가 엄마 없이 3주를 잘 지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고, 출산 후에는 동생의 존재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혹여나 애착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했다.
갑자기 생긴 동생의 존재는 남편이 첩을 데리고 오는 것과 같은 충격이라길래 첫째가 느낄 상실감을 최대한 줄여주고자 전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아기 인형을 가지고 와 동생의 존재를 설명해주기도 하고, 곧 언니가 될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게 했다.
네 가족이 모인 대망의 날,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큰 아이는 동생에게 적개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아기인형만 보다가 살아 움직이는 신생아를 보니 신기한 듯 동생 주위를 서성이며 "아기이, 아기이"라고 했다.
본인도 아기면서, 저보다 어린 동생을 챙겨주려고 했다. 쪽쪽이를 건네주기도 하고, 젖병을 주려고도 했다. 모유수유를 할 때도 보채지 않고, 옆에서 가만히 기다려줬다.
언니 노릇을 톡톡히 하는 큰 아이를 보며 남편과 아버님, 어머님은 기특해했다. 큰 아이에게 교육을 잘 시켜서 그런 것 같다고도 했고, 아이 성격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고도 했다. 똑똑하고, 착한 아이를 어른들은 모두 대견해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아이답지 않게 동생을 배려하는 첫째 모습에 마음이 쓰였다. 천성이 아무리 순하고 착하다고 한들 첫째도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3살 아기였다. 동생이 태어나면 어른들은 첫째를 다 큰 아이처럼 대하지만, 나와 너무나도 닮은 첫째 아이의 상실감과 슬픔이 내 눈에는 보였다.
큰 딸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의 내가 보인다. 내게도 한 살 아래 여동생이 있다. 우리는 고작 1살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부모님은 장녀인 나와 막내인 동생을 다르게 대했다. 부모님이 나보다 동생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져 어린 마음에 상처도 받고, 질투도 했었는데 부모님은 이런 내 마음을 전혀 모르셨다.
부모님은 지금까지도 내게 "어릴 때부터 떼 한 번 부리지 않은 순하디 순한 아이"라고 했다.
동생을 보러 온 사람들 속, 자기 방으로 들어가 혼자 조용히 놀고 있는 큰 아이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날 닮은 아이의 상실감이 고요해서 더 크게 느껴진다.
떼쓰지 않아도 엄마가 너의 마음을 잘 알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