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분신과도 같은 작고 소중한 우리 아이를 끔찍한 사고로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상상말이다.
미디어 매체를 통해 아이를 잃은 부모만 봐도 감정이 동화되어 절로 눈물이 나는데, 내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내 온몸을 내던져 아이를 구해야지'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몇 번이나 했었다.
그런데, 어제 정말 그 일이 벌어졌다.
어린이집 하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파트 단지 내에 못 보던 풀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맞은편 어린이집에서 주민들을 위해 개방해 둔 풀장이었다. 그 작은 풀장 안에는 온 동네 아이들이 다 모인 것 같았다. 물이라면 환장하는 우리 딸은 수영복으로 갈아입을 새도 없이 그대로 풀장 속으로 직행했고, 20여 분간 신나게 물장구치며 신나게 놀았다.
하지만 사고는 언제나 예고 없이 발생한다.
친구의 팔에 부딪혔는지 갑자기 딸아이가 균형을 잃고선 물속에 빠졌다. 수심은 깊지 않았지만 물에 빠져 일어서지도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니 자칫 딸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몇 초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인 내겐 이 모든 게 슬로모션처럼 보였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풀장 안에 있었다. 시뮬레이션을 할 필요도 없었다. 모든 게 반사적으로 이뤄졌다. 앞뒤 상황을 재지도, 내가 다음 달 출산을 앞둔 만삭의 임산부라는 사실조차도 잊고 있었다.
물속에 빠진 내 아이를 번쩍 들어 안았다. '컥컥'거리며 울고 있는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괜찮아, 괜찮아"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 풀장 안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있었는지, 풀장 주변에 둘러싸인 다른 엄마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상황에 나랑 딸아이 딱 둘만 있는 거 같았다.
아이의 울음이 잦아들고 나서, 함께 풀장을 빠져나왔다. 한 팔로 아이를 감싸 안고, 또 다른 손으로 유모차를 밀고 있는 홀딱 젖은 몸의 만삭의 임산부. 그게 2년 차 엄마인 내 모습이었다.
위풍당당, 나는 엄마다.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괜찮냐고 물으니, "무울~"이라고 말하며 눈과 귀를 가리켰다. '아, 눈이랑 귀에 물이 들어갔구나'
그러더니 "엄마"라며 날 가리키더니 번쩍 안아 드는 시늉을 하며 활짝 웃었다.엄마가 자신을 구해줬다는 게 아이에게 크게 느껴졌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작디작은 몸을 꼭 안아줬다. 그리고 아이에게 약속했다. "엄마가 우리 딸 평생 지켜줄게"
흔히 아이 존재 자체를 선물이라고 표현한다. 맞는 말이다. 이 사랑스러운 생명체를 보고 있으면 눈도 즐겁고, 마음도 환희로 가득 차니 말이다.
이 마음을 어찌 몇 줄의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감정은 부모가 되어봐야 알 수 있다. 누군가의 엄마라는 게 참 감사하다. 오늘도 난 아이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배웠다. 그렇게 엄마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