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로 사는 게 더 경제적인 이유
자기 집 자가야?
아니요, 월세인데요
미혼도 아니고, 애가 둘이나 있는 기혼자가 월세로 산다고 하면 대부분 흠칫 놀라며 당황해한다. 그러고는 한 달에 월세가 얼마인지 묻고, 전세로 옮기라며 훈수를 둔다. 그 누구도 우리가 왜 월세에 사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생활이 넉넉지 않으니 월세에 사는 거라며 넘겨짚는다.
거주용 집은 '자가 아니면 전세'라는 생각이 만연하다. 여전히 월세에는 셋방살이 시절의 쿰쿰한 곰팡이 내가 나나보다. 하지만 그거 아는가? 요즘 월세 세입자는 두 분류로 나뉜다. 자본금이 부족한 무주택자 또는 투자에 밝은 다주택자로 말이다.
월세는 현재 그 집의 전세 시세, 그리고 금리와 연동해서 책정된다. 현재 은행 금리가 3%라면 전세보증금 1억 원은 월세 30만 원인 셈이다.
정확히는 법적으로 정해진 전월세전환율이 따로 있다. 하지만 매번 일일이 찾아보기 힘드니 편하게 '1억 × 0.3% = 월세'로 계산하자. 3초 만에 얼추 비슷하게 전월세 전환계산을 할 수 있는 꿀팁이다.
전세 4억 5천만 원 vs 월세 120만 원(보증금 5천만 원)
위 두 조건 중 뭐가 더 이득인 거 같은가? 계산이 빠른 사람들은 눈치챘겠지만, 비용적인 측면에서 두 조건은 같다. 단지 임대인에게 주거비용을 계약 당일 일시불로 주느냐, 임대기간 동안 매월 나눠서 주느냐 차이일 뿐이다.
전세가 월세보다 항상 더 나은 계약형태는 아니다. 전세가 유리한지, 월세가 유리한지는 매번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1. 전세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선택해야 한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으니 전세를 안전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매년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있으니, 2년 뒤 돌려받은 보증금도 전보다 줄어들었다고 보는 게 맞다.
전세가 유리하려면 부동산 가격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많이 떨어져야 한다. 그래야 보증금이라도 지킨 전세 세입자가 상대적으로 돈을 번 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물론 역전세는 조심해야 한다.
물론 월세로 살면 신경 쓸 것도 많고, 불안하긴 하다. 그런데 그 불안은 자가로 살아도 마찬가지다. 월세와 결이 다를 수는 있지만, 집 한 채로는 노후를 든든히 준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집 값이 오른다고 한들 내 집만 오르는 게 아니니 막상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 설상가상 금리까지 오른다면 매월 은행에 납부하는 금액만 많아지니, 자신의 생활이 여유롭다고 느끼기 만무하다.
자가든 전세든 월세든, 각기 장단점은 명확히 존재한다. 그러니 자신의 성향과 목표에 맞는 선택을 하면 된다. 거주 방식 구분보다 중요한 건 어디에 살고 있느냐다. 전세로 살든, 월세로 살든 좋은 곳에 산다는 건 그만큼의 지불능력이 있음을 나타내는 거니 말이다.
그러니 빈티로 얼룩져진 월세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자. 그럼 당신에게도 또 다른 선택지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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