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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Dec 27. 2023

4인 가족 월 보험료 10만 원

부자가 되려면 절약은 기본이다. 

서른 초반의 나이에 10억을 벌었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역시 돈을 벌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투자를 해서 돈을 많이 불렸고, 그 과정에서 운도 많이 따랐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 바로 절약이다. 


우리가 단기간에 돈을 많이 불릴 수 있었던 이유의 8할은 바로 절약 때문이었다. 절약을 했기에 투자 종잣돈을 모을 수 있었고, 전세가가 떨어지고, 세입자를 못 맞추는 위기의 순간에서도 파산하지 않고 어찌어찌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절약은 '굳이'에 돈을 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물건을 살 때 '굳이?'라는 의문이 든다면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는다. 굳이라는 의문이 든다는 것은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거나, 이 가격에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 차는 5년 전 400만 원에 산 그랜저 TG다. 처음에는 아이가 생기면 SUV로 바꿀 생각으로 중고차로 싸게 샀는데, 연식이 15년이 된 지금까지도 불편함 없이 잘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굳이 월 100만 원씩 할부금을 갚으며 차를 바꿀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아이가 둘인 지금까지도 잘 타고 다닌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4인 가구 우리 집에는 보험이 딱 2개 있다. 5년 뒤 만기가 되는 내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말이다. 남편은 회사에서 단체보험과 실손보험을 가입해주고 있어 따로 보험을 들지 않았고, 애들 앞으로는 소액의 어린이보험도 가입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혹시 모르는 미래를 대비해 보험은 가입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굳이 왜 보험사에 의지해야 하나 싶었다. 불안을 미끼로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보장금액은 그대로면서 매년 보험료가 오르고, 보험 심사 조건은 까다로워지는 게 그 이유다.


결혼 2년 차에 가지고 있던 모든 보험을 정리했다. 그리고 매월 내던 보험료는 대출원리금을 갚는 데 쓰며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 등으로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닥치면 가지고 있는 아파트 하나 팔아서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보험금이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는 보험사에 의지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믿음직스럽다고 판단했다.




'굳이의 판단 회로'는 물건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굳이 돈을 쓰지 않는다. 


절약한다고 하면 흔히 구두쇠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절약하는 사람과 구두쇠는 결이 다르다. 일례로 내 친구들은 내가 돈을 잘 쓴다고 생각한다. 친구의 모임에서 가끔 밥이나 커피값을 내기도 하고, 친구에게 축하할 일이 생기면 선물도 보내니 말이다. 


10억이나 있으면 그 정도 쓸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함부로 돈을 써도 되는 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돈을 쓰는 건 그 관계가 자신에게 소중하기 때문에 지갑을 여는 것이다. 알뜰한 친구가 나와의 만남에서 지갑을 잘 연다면, 그건 당신이 그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절약은 돈을 안 쓴다는 게 아니다.
선택과 집중으로 통해 가치 있게 돈을 쓰는 것을 말한다.


절약을 지지리 궁상이라고 생각하는 건 절약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절약하는 과정은 우아하며 품위 있다. 게다가 창의성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 재밌기까지 하다. 나눔이나 당근마켓 등으로 보물 같은 물건을 찾는 것도 재밌고, 블로그 체험단 등으로 외식 비용을 아끼는 과정도 꽤 쏠쏠하다. 


물건을 많이 사지 않으니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소중히 다루게 된다. 물건에 잠식당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컨트롤하며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기분도 든다. 돈을 함부로 쓰지 않으며 절약했을 뿐인데 나의 삶이 가르마 타듯 단정하게 정돈되는 것 같다. 


성공하는 사람의 공통된 특징은 에너지를 잘 관리하며 자신의 삶에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여기서 에너지는 체력, 시간, 돈 모두를 의미한다. 돈을 쓰며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멘털을 지키겠다며 소비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로 기분이 좋아지는 건 잠깐일 뿐이다. 돈은 자신의 에너지와 같아서, 돈을 함부로 쓰면 자신의 에너지도 의미 없이 소진된다. 자신을 위한 소비가 오히려 자신을 공허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을 지키고 싶다면 소비를 통제하며 자신의 에너지를 보존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자수성가한 사람 중에는 절약하지 않고 열매를 맛본 사람은 없다. 부자가 되려거든 절약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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