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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Jan 05. 2024

부동산 공부,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부동산 공부는 책으로 하는 게 아니다.

부동산 공부 어떻게 시작해야 해?


평생 욜로로 살 줄 알았던 친구가 내게 꽤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부동산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부동산 공부를 할 때 보기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책을 추천해 달라는 친구에게 "책? 책은 모르겠고, 집을 사려면 일단 은행이랑 부동산부터 가 봐"라고 했다. 


책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기에 좋은 수단인 것은 맞다. 하지만 책은 매체 특성상 정보 반영이 늦어 시시각각 조금씩 표정을 달리하는 부동산을 공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책으로 기본 용어와 집을 사고 팔고의 큰 틀만 익힌 뒤 서둘러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야 한다. 


친구는 부동산에 거의 전 재산이 들어가는데 완벽히 공부한 후에 사는 게 낫지 않겠냐며 되물었다. 하지만 이 말에는 두 가지 모순이 존재한다. 첫째. 투자에 완벽한 공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둘째. 철저히 공부했다고 한들 손실의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것 말이다. 원래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하이 리스크 - 하이 리턴, 로우 리스크 - 로우 리턴'은 투자 절대불변의 법칙이다. 


바로 집을 사라는 말이 어쩌면 걷지도 못하는 아이한테 뛰라고 한 꼴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상 부동산은 책에서 배우는 것보다 몸으로 부딪치며 배워야 가장 빠르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 공부가 완벽히 끝나는 날은 절대 오지 않는다. 


그러니 20%의 기초 뼈대만 잡고, 일단 저질러야 한다. 공부는 저지른 걸 수습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부동산 공부를 하겠다면 서점이 아닌 은행과 부동산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은행에서 자신 앞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을 알아보고, 내가 가진 자금으로 살 수 있는 부동산을 알아봐야 한다. 


은행에서 자신이 가진 총알의 개수를 확인하면, 살 수 있는 집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선택지가 좁다는 건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 마치 광범위했던 시험범위가 몇 페이지로 줄어든 것과 같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살 수 있는 2~3개의 집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골라 사는 것이다.  


가치 있는 집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직주근접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가격 상승을 제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내 집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막아야 하니, 과거 가격동향을 살펴 극락폭이 크지 않고, 안정적으로 가격 상승이 있는 집 중 자신의 선호에 맞게 골라야 한다. 


집을 샀다고 끝이 아니다. 집을 산 후에는 다양한 미션이 기다리고 있다. 취득세를 내야 하고, 자신의 집이라고 선포하는 등기도 쳐야 한다. 모두 스스로 챙겨야 하는 부분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일러주지도 않고, 카톡으로 알림 메시지가 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이 내용들은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 봐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더라도 내 명의로 된 집이 생기면 그때부터 부동산 중수가 된다. 정보 습득력이 무주택자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좋아진다. 마치 누군가 내 얘기를 하면 멀리 있어도 다 들리는 것처럼, 이때가 되면 모든 부동산 경제 뉴스가 다 내 이야기처럼 들리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26살, 처음 집을 사러 남편과 부동산에 갔을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땐 빠른 속도로 계약서 내용을 읽어나가는 중개인 앞에서 남편과 서로 눈치만 보며 얼어붙어 있었다. 그런데 7년이 지난 지금, 엄마와 비슷한 나잇대의 중개인들과 복비를 흥정하고 있다니.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듯한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난다. 


뭐든 처음 발을 떼기까지가 가장 어렵고 두렵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경험이 쌓이면 전보다 쉬워지고, 조금 더 깊어진다. 세금도 등기 수수료도 처음에는 내라는 데로 다 냈지만, 나중에는 집 값 외로 나가는 돈이 아까워 스스로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등기도 법무사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하게 됐다. 


꼭 관련 책들을 통달해야 부동산 공부가 완성되는 게 아니다. 공부는 손품 발품 팔며 몸으로 배워야 완전히 내 것이 된다. 특히 부동산은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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