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연 Jan 19. 2024

[에필로그] 돈보다 중요한 것

돈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내 옆에 있는 사람만 할까?

이러다 쫄딱 망하면 어떡해?


가끔 남편에게 "부동산 경기가 붕괴되거나, 우리가 가진 아파트 가격이 폭락해서 쫄딱 망하게 되면 어떡해?"라는 시답잖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럴 때면 남편은 '그럴 수도 있지'라며 진지하게 이후의 대책을 고민한다. 장난으로 던진 농담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몰래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걱정 마, 빈털터리가 돼도 내가 당신 옆에 있을게"라고 장난스레 웃었다. 내 미소에 남편도 어이없는 듯 따라 웃었다. 


힘들 때마다 되려 파이팅 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며 되묻곤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니?' 나의 자신감의 출처는 명확하다. 그건 바로 그와 함께 일궈온 시간이 주는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8년 동안 많은 우역곡절이 있었다. 브런치북에서는 순탄하게 순자산 1억에서 10억까지 간 것 같겠지만, 실은 글에 담지 못했던 위기의 순간들이 더 많았다. 지난 2년 간은 아파트 가격 폭락으로 고점대비 약 9억 원이 떨어져 속앓이를 하기도 했고, 전세가 안 맞춰져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으며, 매일 집이 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했던 적도 있었다. 


그뿐이랴 전세가가 좋을 때는 전세풍차 돌리기지만, 전세가가 낮게 나올 때는 혹여나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나 싶어 백방으로 돈을 알아보러 다니기도 했다. 집만 사면 끝인 줄 알았는데 전세를 놓은 빌라에서 누수가 발생해서 이를 해결하느라 골머리를 썩이기도 했다.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중도금 대출 상환 기간이 다가오는데 아직 전세와 매매 수요가 없는 난제에 부딪혀 있다. 하지만 전처럼 그리 크게 불안하지는 않다. 부동산 투자 경력 8년 차의 짬바일까? 부정적 이슈에 대한 내성과 멧집이 꽤나 세졌다. 


항상 '언제든 망할 수 있다'를 염두에 둔다. 기대는 늘 실망을 동반하지만, 건강한 비관은 최악의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안전바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결혼 8년, 투자경력 8년 동안 배운 점이 있다면 궁지에 몰렸어도 늘 선택지는 있고, 버티기만 하면 다시 웃는다는 거다. 


흔히들 결혼할 때 배우자의 경제력을 직업, 연봉, 사는 곳과 같은 현재 눈에 보이는 숫자로 판단한다. 하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과 사회적 위치는 그 사람을 감싸고 있는 포장지에 불과하다. 결혼 후 안정감을 주는 경제력은 돈이 아닌 사람에게서 발견해야 한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변덕스러운 존재기 때문이다. 


부부가 부자가 되는 길은 2인 3각경기와도 같다. 서로를 보지 않고 돈만 바라보면 스텝이 꼬여 넘어지고 싸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로 손을 맞잡고 합심해서 걸으면 비록 속도는 더딜지라도 목적지에 안전히 도착할 수 있다. 삶이라는 고행을 함께 발맞춰갈 때 진정한 부부가 된다고 하는데, 이제 그 말 뜻을 알 것도 같다. 


그러니 이왕 부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가뜩이나 힘든 길 서로 옥죄며 더 힘들게 가지 말고, 꽃 구경 하듯 콧바람 불며 즐겁게 가보길 추천한다. 


꽃길도 원래 흙길이다 





지금까지 브런치북 <부자가 되는 결혼, 가난해지는 결혼>을 재미있게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 드립니다. 모두 행복한 부자 되세요!

이전 12화 부자가 되려면 세금부터 공부하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