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연 Dec 14. 2023

투자와 투기, 그 한 끗 차이

부동산으로 돈 버는 사람 세 번째 특징

부동산 시세차익으로 돈을 번 사람들을 보며 누구는 대단하다고 치켜세우고, 누구는 투기꾼이라며 손가락질을 한다. 


같은 사례를 보고도 왜 투자와 투기로 반응이 엇갈리는 걸까? 그건 사람마다 투자와 투기를 정의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던질 투에 재물 자를 쓰는 투자(投資)는 한자 뜻 그대로 재물로 재물을 버는 걸 말한다. 반면 투기의 기(機)는 기회라는 뜻으로 기회를 엿보아 큰 이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두 단어가 주는 뉘앙스 차이는 확실하다. 


투자는 좋은 것. 투기는 나쁜 것이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투자고, 어디서부터 투기일까. 집이 2채면 투기인가? 3채 이상이면 투기인가? 부동산 갭투자는 다 투기인가? 그럼 주식이나 비트코인, 금 등은 괜찮은가? 


명확한 기준 없이 단순히 내가 가지지 못 한 자산으로 돈을 벌었다고 '투기'라고 손가락질을 한다면, 그때의 투기는 질투한다는 뜻의 투기가 될 뿐이다.


'내가 하면 투자, 남이하면 투기'라며 억지를 부리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전재산을 한 곳에 올인하는 게 아니라면 모든 자산증식 과정을 '투자'라고 본다. 


전재산이 10억 인 사람이 그 돈을 한 곳에 올인하는 행위는 무모하고, 어리석은 투기가 된다. 하지만 재산이 10조가 넘는 사람이 10억 원의 투자형 아파트를 산다면, 아무리 같은 금액이어도 이 경우에는 투기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혹자는 누군가가 아파트를 2~3채를 사면, 무주택자가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줄어드니 시장경제를 혼란스럽게 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이는 자본주의를 잘 못 이해한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게 원래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땅따먹기 하는 제도다. 적법한 절차로 자산을 취득했다면, 그 누구도 그 소유에 대해 왈가불가할 수 없다. 


누군가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의 이 사회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적은 일어나기 힘들다. 그러니 이곳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돈을 긍정하고, 투자를 긍정하고, 이 모든 걸 공부해야 한다.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투기'라고 손가락질만 한다면, 그 사람은 평생 피해자 입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투자는 관대하게, 투기는 인색하게 정의해야 한다. 그래야 배움을 구할 수 있고, 발전을 할 수 있다. 시대고하를 막론하고 부자들은 자산을 증식하는 모든 과정을 투자라고 보지, 투기라고 보지 않았다.


우리 부부가 처음 부동산 투자를 하게 된 계기는 <부동산 100문 100답>이라는 책 한 권 덕분이었다. 갭투자로 부동산 100채를 가진 저자가 쓴 책이었는데, 우리는 그 책을 읽고 앞으로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불려야겠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저자의 경험을 '투자'로 봤기 때문에 꿀 수 있었던 꿈이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그 책을 읽고 '투기꾼이 쓴 책'이라며 덮어버렸으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아마 인천 신혼 전셋집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투자에는 관대해지고, 투기에는 인색해지는 것.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특징이다. 




이전 07화 부동산 가격에 대한 불편한 진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