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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울 Nov 18. 2023

마음 문을 여는 열쇠는 온몸에서 돋아나는 소름이었다.

[나는 오늘도 10살 아이가 된다.]

“우리 교수님은 유튜브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우세요.”     


요양보호사 시험공부를 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공부 채널로 유튜브를 운영 중이다.


강의장에서 듣던 목소리와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의 차이점을 감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난 여러 개의 목소리를 소유한 사람이다. 강의장에서는 허스키한 보이스의 울림으로 학생들의 생각과 마음으로 침투한다.


 조금은 묵직하고 낮은 억양이 단호함을 더하기 해 주고 그 더하기는 깨달음과 감동으로 변모한다. 그 때야 비로소 내 목소리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난 그 힘의 위력을 16년째 경험하고 있는 강사다.     


유튜브는 한 템포 올린 톤으로 한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을 위한 문제 풀이 채널이다 보니 감동과 깨달음 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성과 지속성이다.


지루함을 경계하기 위해서는 속도감도 살짝 있어야 하고 적절한 유머도 필요하다. 이건  허스키 보이스 보다 상큼톤이 어울린다.( 그래서 유튜브 너울샘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시낭송도 한다. 시낭송을 틀어드리면 두 눈이 동그랗게 변하는 분들과 종종 마주한다.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탐정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특성은 나만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목소리를 얼마든지 변조할 수 있다. 성우라는 직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목소리를 거론하는 이유는 인지활동지도사 수업의 한 과정인 휴머니튜드에서 말하기 기법 중 하나가 목소리를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머니튜드란 프랑스어로 ‘인간다움’을 의미하는 것이고 사람을 상대로 케어를 실천하는 현장에서 익혀두어야 할 기법이다. 태어났다고 모두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고 ‘당신은 소중합니다.’라고 존중해 줄 때 비로소 인간다움을 획득하고 인간사회에 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인이 되면 주변으로부터 눈길을 받는 것, 말을 듣는 것, 신체접촉 하는 것들이 희박해지면서 인간적 존재에 관한 주변관계가 약해진다.


결국 외로움과 소외감이 생기면서 인간다움은 점점 사라진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애쓰지 않아도 네 단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눈을 맞추고 말을 걸고 스킨십이 된다.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다. 그러나 노인은 의식적으로 관심을 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의식이 무의식이 되는 날까지 연습 해야한다.   

   

가장 필요한 것이 휴머니튜드 기법이다. 바라보기, 말하기, 접촉하기, 서기의 단계를 거쳐 가며 각 단계마다 기술을 익히면 된다.

 

말하기 기법 중에서 첫 번째로 강조하는 것이 목소리 톤이다. 최대한 상냥하게 노래 부르는 것처럼 온화하고 친절하게 해야 한다.     


이 문장을 수십 번씩 읽어가며 알아낸 것이 대화도 노래 부르듯이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상황별로 목소리를 바꿀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하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여기서 결정이 된다. 진정한 프로가 되는 시작은 스스로 자존심을 버리는 그 순간부터다.


  쓸데 있는 곳과 쓸데없는 곳을  반드시 구분해서 사용해야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 자존심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노래 부르는 톤을 찾았다면 다음은 그 톤으로 어떤 문장을 사용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말하기 두 번째 기법이 긍정적인 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말은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삶의 태도도 연습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어적 칭찬으로 연습을 시작한다. 인지활동지도사 수업을 하면서 주고받았던 마음들이 있다.


그 마음들을 모두 꺼내어 평소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칭찬의 문장을 하나씩 만들어보게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감각이 시각과 청각이다. 그래서 평범하다.


 여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칭찬의 언어가 “예쁘다.”라는 말이다. 그 말을 해주기 조금 불편하다면 “귀엽다.”는 말을 할 것이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잘생겼다.”와 “멋있다.”는 말이 가장 흔하다.  

   

고래가 칭찬에 춤을 춘다고 하지만 이런 칭찬에는 춤을 추지 않을 것이다. 춤이라는 것은 행동으로 옮겨간다는 것인데 기분만 좋은 칭찬이지 행동까지 이어지는 칭찬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가 예쁜지, 무엇이 예쁜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성과 함께 추가해야 할 것은 작성했던 문장에서 빠진 감각을 찾아서 더하기 하는 것이다. 시각만 있다면 청각, 후각, 미각 중 하나를 넣어서 재편성하면 된다.    

 

내가 예를 들어 설명하는 문장이다.     


“빨간 원피스를 입고 계시니 평소에 보던 모습 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마치 하얀 눈밭에 핀 빨간 장미 한 송이 같습니다. 하얀 눈은 당신이 가진 투명하고 보드라운 피부입니다.”   

  

이런 칭찬을 듣게 된다면 빨간 원피스를 입는 횟수가 증가할 것이다. 모두 이런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써놓은 칭찬의 문장을 같이 읽고 수정한다. 아무리 학생이 많아도 한 분씩 모두 도와준다.  작가라는 직업이 아주 많이 사랑스러울 때다.     


이렇게 완성된 문장은 여러 번 읽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도록 연습도 한다.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노래 부르듯이 말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름 돋는 작업을 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실전으로 옮기게 되면  찾아오는 것은 온몸에서 올라오는 소름이다. 소름과 마주하는 순간 “닭살이 돋는 것 같아요.”라며 온몸을 비틀거나 쓰다듬는다.  


그러나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모두 황홀함이라는 것에 빠져 무아지경 상태다.    

 

이 기분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란다.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누군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때 어떻게 열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다면 내 온몸에 돋았던 황홀함의 소름을 다시 꺼내보면 된다.


 그때로 돌아가면 되니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내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는 말을 노래하듯 해주는 당신.


난 이런 사람이라면 어떤 마음도 내어줄 수 있다.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기술을 익히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애썼던 마음이 보여서다.     

            


학생 선생님께 받았던 김교수의 소름 장면도 인증으로 남깁니다.

"옥수야, 항상 웃는 모습이 열정적이고 목소리가 힘이 있어 좋은데... 목소리도 옥구술 같아."


나도 이 황홀함의 소름을 오래 기억해 두려고 한다. 언젠가 어디서나 꺼내고 싶을 때가 올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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