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유구유언 25화

걱정 말고 무릉도원에서 행복하게 살길.

-내 마음이 뒤죽박죽 심란한 이유. ‘빈 껍데기 사랑’.

by 이태승

2022년 6월 9일, 대구에서 참극이 발생했다. 변호사 사무실에 방화사건이 일어났다. 방화범을 포함 총 7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방화범이 건물에 들어선 지 29초 만에 벌어졌다. 소송에서 패소한 방화범이 보복으로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범죄다. 방화범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희생이 컸다. 매우 슬픈 일이다. 희생된 사람들이 당시 지녔을 공포란!


2022년 6월 8일, 송해 선생님이 별세하셨다(1927년생). 언론에 의하면, 바로 전날(6월 7일)도 종로에서 순두부찌개를 드시고 귀가하셨단다. 새벽에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져 발견됐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많은 사람이 선생님을 좋아했지만, 나도 늘 존경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부모님 뵌 듯했기 때문이다.


송해 선생님의 가족사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내용은 외아들을 먼저 가슴에 묻은 이야기다. 1986년, 한남대교에서 일어난 오토바이 사고였다.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慘慽(참척)’이다. 글 쓰는 순간에도 감정을 이입하면 견디기가 쉽지 않다. 자식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는 일이란.


같은 아파트 14층에 살던 이웃 주민이다. 부부와는 나름 친밀하게 인사하면서 지내는 사이였다. 그 부부는 몇 년 전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이사하기 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을 때 일이다. 아내가 깊은 한숨 쉬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요? 도대체 뭘 하면서 먹고 사나요?”


당시, 나랑 부부만 엘리베이터에 있었다. 분명 혼자 한 말이다. 대답을 들으려 한 말이 아니었다. 나도 할 말이 없었지만, 하지도 않았다. 아니, 할 수도 없었다. 그 사람의 한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걱정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이사했다.


6월 8일(수), 부천 자연생태공원에 갔다. ‘무릉도원’ 돌비도 있었다. 그 돌비 옆에 구경하러 오신 건지, 바람 쐬러 오신 건지, 견학 목적으로 오신 건지, 자연과 함께하시기 위해 오신 건지, 인생을 논하기 위해 오신 건지, 한 무리의 여러분들이 계셨다. 대략 그분들의 연세를 가늠했을 때 대략 3세~5세 정도로 뵈는, 어린이집에서 나오신 분들이 십여 분이 계셨다. 선생님의 선창과 율동을 그대로 따라 하셨다. 순진무구한 분들이다.


난, 무릉도원을 누리기에는 자격이 부족하다. 욕심도 더러움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노래가 들려왔다. ‘선생님께 사랑의 총 발사, 빵야~! 뺭야~!---’. 어린 분들을 따라, 앞에서 율동을 하는 선생님께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사랑의 총을 발사할 뻔했다. 한쪽 눈을 감으면서.


무릉도원에서는 기암절벽과 폭포수는 기본이다. 다양한 색을 자랑하는 꽃과 울창한 나무는 배경이다. 온갖 새 소리와 나비의 환상적인 춤사위는 시름을 잊게 했다. (좀 과장했다. 직접 가보시길). 무릉도원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은 사람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 다른 모든 게 다 좋아도, 함께 하는 사람이 없으면 무릉도원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무릉도원도 사람이 누리라고 있는 거다. 사람에겐 사람이 최고다. 난, 엄광0과 함께 했다.


엄광0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종교, 정치, 인생, 부부, 자녀, 친구, 예술 등 정말 다양한 소재였다. 때로는 어느 부분에서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지만, 서로 그 자체로 존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누군가 말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곳이 무릉도원이라고’.


오늘(2022년 6월 9일), 영화 <그대가 조국>을 봤다. 정치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나라’를 뒤집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조국이라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거칠게 말해서, 그의 가족은 거의 ‘屠戮(도륙)’을 당했다. 인과응보라 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그만 말해야겠다.


동시대의 사람으로서,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아비로서 가슴이 아팠다. 영화를 마친 후에, 투자 책임자(진모영 감독), 출연자(박지훈대표, IT전문가)와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있었다. 나도 잠시 말했다. 너무 답답했기 때문이다. 말한 내용은 緘口(함구)한다. 曺國(조국)에 대해 오천만의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에서도 다른 사람은 다른 의견일 수 있겠으나) 조국은 ‘동굴’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음은 분명했다. 그 자신은 ‘터널’이라 믿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 상당수가 걱정 속에 살고 있다. 누굴 만나든 대부분이 비슷하다. 온통 걱정이다. 걱정, 걱정, 걱정. 걱정을 돈 주고 사면서까지 한다. 걱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사는 건지 자신을 스스로 의심한다. ‘걱정해야 하는데, 왜 걱정할 일이 없지? 이거 뭐 내가 잘못 사는 거 아냐?!’ 거의 이 수준이다. 상황을 알고 보면, 정말 걱정할만한 내용도 있다. 건강과 돈이 그 내용의 주를 이룬다. 본인과 가족의 건강 그리고 직장과 사업에 대한 걱정, 노후에 대한 걱정이 그거다.


나도 걱정한다. 돈 더 벌어야 한다. 자녀 더 잘돼야 한다. 늙어서 고생하지 않아야 한다. 아프지 말아야 한다. 가족 모두 잘돼야 한다. 솔직히 말한다. 난 걱정하지 않는다. 아무렴! 걱정한다고 이런 것이 잘 되나? 그렇다면 난 밤새우고, 걱정만 하겠다. 돈, 자녀, 노후, 건강, 가족 등 모두 잘 돌아가고 있다.


자랑질 병이 또 도졌다. 진짜는 이거다. 상황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내가 ‘그냥’ 만족하는 거다. 예전에 학원 운영할 때는 걱정으로 지새운 밤이 적지 않았다. 소주도 기본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대부분의 걱정이 시작된다. 진정 걱정할 것만 하고, 웬만한 것은 걱정하지 마라. 미리 걱정하지 마라. 닥치지도 않은 일을 갖고, 걱정부터 앞선다. 준비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하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내일 발생할까 걱정되는 일은, 내일이 해결하게끔 하라는 말이다. 해결의 주체가 ‘나’가 아니라 ‘내일’이다. ‘내일’의 주체는 당신이 믿는 ‘神(신)’이다. 내일이 되면 ‘신의 뜻대로’ 해결된다는 말이다. 미리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좀 겸연쩍다) 이 정도 살고 뒤돌아보니, 사실 미리 걱정할 일이 별로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됐다. 최선을 다해 준비할 건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쓸데없이 걱정한 게 대부분이다. 욕심으로 인한 걱정이었다. 원래부터 자족하면 없을 걱정이었다.


방화의 참극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아픔 등은 어찌 이루 감당할 수 있으랴! 그 고통으로 인해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걱정은 마땅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그러기에 하는 말이다. 왜, 미리 걱정하나?!


하루 이틀 사이로 무릉도원과 현실을 체험했다. 현실 같은 영화(실제로도 다큐멘터리)와 영화 같은 현실(방화사건)도 보았다. 실제로 걱정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일로 근심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부질없는 욕심으로 인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둘, 어느 한 곳에 해당한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각각 내 마음에 들어왔다. 그들을 생각하자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부연한다. 욕심으로 인해 걱정하는 사람에게, ‘걱정하지 마라’고 할 수도 없다. (욕심으로 인해 걱정한다는) 내 예상이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걱정하지 마라’고 할 수도 없다.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바에는.


내 마음이 뒤죽박죽 심란한 이유다. 내 마음과 그리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 대한 실천 없는 ‘빈 껍데기 사랑’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염치없음이 스스로 너무 부끄럽기 때문이다. 이 글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헤매면서 엉키는 까닭이기도 하다. 특기가 또 나온다. 부끄러울 땐 숨는 거다. 불리할 땐 도망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뻔한 결론이다. 어쩔 수 없다. 내 한계다. 정말 陳腐(진부)하다. 케케묵고 낡은 글의 진행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말고, (지금 여기) 무릉도원에서 행복하게 살길. 사랑의 총을 쏘며, ‘빵야~! 빵야~!’. ‘사랑’이 넘실대는 ‘사랑 海(해)’가 사회자인 ‘천국노래자랑’도 즐기며. [결론이 진짜, 진짜, 찐 ㅈ陳腐(찐부)다].


태승아, 너 또 뭐 걱정하고 있지?! 잠도 못 자고! (이크, 들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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