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유구유언 27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할 이유.

-나의 빛나는 전쟁 참여 역사가 거짓이었음을.

by 이태승

[오늘 뉴스다. 오토바이 타던 사람이 사고가 났다. 오토바이가 달리던 트럭과 충돌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붕' 떠서 날아갔다. 다행히 도로 옆 공사장 모래를 쌓아 놓은 그 위로 떨어졌다.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잃었다. 다른 부상은 전혀 없었다. 공사장 인부가 그 사람에게 허겁지겁 달려와서 보았다. 그런데 그 오토바이 운전자 목이 완전히 꺾여 있었다. 반대 방향으로. 그래서 그 인부는 제대로 고개를 돌려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힘껏 그 사람의 목을 잡고 반대로 돌렸다. 그때 그 오토바이 운전자가 죽었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자신의 잠바를 뒤집어 입고 운전했던 거다. 더운 날씨 때문에 잠바의 자크를 잠그지 않고 입으니, 맞바람으로 인해 불편했던 거다. 그래서 잠바를 뒤집어 입고 오토바이를 탔던 거다.]


학원에서 여름에 학생들에게 말했던 내용이다. 초등학생은 거의 100% 믿고, 중학생은 70% 정도, 고등학생은 약 30~40% 정도 믿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학원 생활도 벌써 약 20년이 지났으니. 아마 내가 그럴싸하게 분위기를 보면서, 실감 나게 전했던 것도 있겠지만, 선생님 또는 원장님이라는 ‘신뢰할만한 뒷배경이 한몫했으리라’. 웬만한 학생들로선 믿을 수밖에 없게 ‘뻥’을 친 거다.


만일, 학원이 아니라면, 말하는 사람이 ‘선생님 또는 원장님’이 아니라면, 그동안의 상황에서 ‘내’가 실없는 농담이나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사람이라면, ‘뉴스’라는 공신력의 바탕이 되는 매개체를 이용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학생들이 얼만큼이나 이 터무니없는 내용을 믿었을까. 요즘 유튜브 등을 비롯한 새로운 미디어가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신속하게 뉴스가 전달된다는 점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긍정적인 면이 있다.


반면에 이른바 가짜(fake) 뉴스도 횡행하고 있음은, 그 가짜 뉴스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심대하다는 것은 모두 인정한다. 진영 간의 다툼에서는 서로서로 상대방이 ‘가짜’라고 주장한다. 이 건 또 다른 큰 문제다. 모두 각성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다. 깨어나 정신을 차린다는 뜻에서, 정신적 방황에서 자기의 갈 바를 깨닫고, 잘못을 깨달아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꼼짝없이 당한다. 거짓말쟁이들에게.


개인 간에서 발생하는 사기도 마찬가지다. 물론 사기꾼의 잘못이 훨씬 크지만, 사기를 당하는 사람의 과욕도 상당 부분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더 확장하면 정치, 종교 분야 등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사기꾼’들에게 당하지 말아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더욱 교묘하고 치밀하다.


정치적/종교적 배경, 학벌, 공권력 등을 활용해서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챙긴다. ‘民主(민주)와 神(신)’을 팔아 처먹는다. 공익이나 올바른 가치관 그리고 종교적 순수함은 이들에게서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비판적 사고와 각성이 늘 요청되는 까닭이다. 그야말로 모리배와 사기꾼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려면. 설령 나중에 알았다고 해도 당한 사람은 자기 스스로 못남을 인정하는 꼴이기에 (당했다는 그 사실 자체를) 인정도 잘 하지 않는 게 안타깝기도 하지만.


내 학원 경력의 처음이다. 정확히 기억한다. 1988년 3월 2일(27세)이다. 서울 목동에 있는 명성속셈학원에서 강의했다. 초,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을 가르쳤다. 이후 개포동, 개봉동 그리고 (인천) 간석동, 만수동에서 학원을 했다.


당시 에피소드다. 초등학생들에게 했던 내용이다. 6월 25일쯤 전후에 주로 했다. 6.25 전쟁 이야기다. 대한민국 지도를 칠판에 대충 그려 놓고, 남북한 간 전쟁을 나름대로 실감 나게 말한다. 소련, 중공, 유엔군 참전, 낙동강 전투, 서울 수복 등을 말한다. 그 중, 가장 강조하는 내용은 ‘인천상륙작전’이다. 아무런 이유는 없다. 단지 내 고향이 ‘인천’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말한다. 내가 ‘인천상륙작전’ 당시 총 들고 싸웠던 상황을. 그러면서 바지를 걷어 위로 올리면서 보여준다. 내 왼쪽 다리 정강이뼈를. 그때 전투에서 입었던 부상으로 인해, 지금은 뼈 대신 ‘쇠 막대기’가 있다고 하면서. 앞에 있는 학생에게 단단한 정강이뼈를 만져 보라고 하는 건 당연하고. 집에 무공훈장도 있다고 하면서.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 표정이 달라지는 건 한순간이다.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세상에서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추앙심과 존경심이 가득 찬 눈빛으로. 군대는커녕 총이라곤 고등학교 교련 시간에 만져 봤던 M1 소총과 그리고 월미도에서 인형 맞추기 사격 개머리 소총이 전부였던 내게.


이런 식으로 당한다. 수업 마무리쯤, 사실대로 말한다. 나의 빛나는 전쟁 참여 역사가 거짓이었음을. 混沌(혼돈)한 상태에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混同(혼동)을 일으켜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각성하며 살아야 할 이유다. 제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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