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민의 평화와 평안을 빌며.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차마 꿈엔들 생각지 못했다. 깜냥을 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야기다. 전쟁 발발한 지 100일째다(2022년 6월 2일). 러시아는 일방적으로 침공했다. 평온하던 우크라이나가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변했다. 전 세계가 요동쳤다. 가스, 곡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자원의 수급이 영향을 받았다. 양 국가와 근접해 있는 유럽은 물론 전쟁이 길어짐에 따라 이들 나라로부터 대부분 식량을 수입해 살던, 중동 국가들도 절대적 영향을 받고 있다.
이야기를 더 확장해서는 안 된다. 아니, 할 수도 없다. 정작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전혀 다르게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무식한 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엊그제, 친구 엄광0과 당해 전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염려 가운데, 내가 질문했다.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스러운지? 이 전쟁의 결말이 어떤 모습으로 종지부를 찍어야 좋은지?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인 돈바스를 내주면서 전쟁을 맺는 게 좋은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문자 그대로 ‘결사항전’하는 것이 좋은지, 지금도 엄청난 인원이 죽어가고 있고, 또 죽을 것이 거의 확실한데도?>
대한민국에서 1962년에 태어난 ‘나’는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끊임없이 전쟁이 있었던 나라다. 교과서를 비롯한 책을 통해 알았다. 아버지(1921년생)와 그리고 6.25 전쟁 당시 북한에 있는 식구들과 생이별한 장인(1921년생)을 비롯한 어른들을 통해 들었다. 전쟁 전문가 등의 저서를 통해 배웠다.
전쟁의 참혹함이란! 그 끔찍함이란!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 경험하지 못했고, 보지 못했다. 이후 영상 등을 통해 그 장면을 보았으나 마음에 절절히 닿지는 않았다. 그게 ‘나’라는 사람의 한계와 본연의 실체인지 몰라도, 슬픈 감정은 잠시뿐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내가 생각하는 전쟁만 해도 상당하다. 어찌 일일이 열거하랴.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쟁부터 2022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수많은 생명을 빼앗아갔다. 다만, 나는 직접 그 전쟁의 자리에 있지 않았다는 행운에 감사(?)할 뿐. 나는 이런 수준의 놈이다.
생명보다 더 소중한 건 뭔가? 정신인가? 가치관인가? 믿음인가? 자유인가? 조국인가? 육체와 정신은 구분되나? ‘내’가 없는 조국은 무슨 의미인가? 어떤 사람은 ‘조국 없는 나’는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이번 전쟁의 종결에 대해 전문가들도 판단이 나뉜다. 전쟁 전문가, 외교 전문가, 경제 전문가, 사상가, 종교가 등도 말이다. 100세 가까운 미국의 국무장관 출신 헨리 키신저, 조지 소로스, 놈 촘스키, 강우일 주교 등이 그들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서유럽과 그리고 폴란드, 루마니아 등의 동유럽 국가들도 나라마다 의견을 달리한다. (다른 이유가 더 많을 수도 있겠지만, 거칠게 말하면) 무엇보다 생명이 중요하니까 타협과 협상으로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쪽과 그리고 이대로 멈춰서는 러시아의 야욕이 더 커지기 때문에 러시아가 굴복할 때까지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쪽으로 갈린다. 핵심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나뉜다.
각 개인의 처지에서 바라본 견해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각자가 속해 있는 국가의 입장에서 바라본 견해일 수도 있겠다. 더 나아가 코즈모폴리턴(cosmopolitan-세계시민)으로서 ‘세계시민’적 연대를 인류의 중요한 과제로 인식한 견해일 수도 있겠다.
다양한 견해 가운데에서도 한 가지는 의견이 같다. 핵전쟁의 위험과 그리고 핵전쟁의 공포다. 인류가 한순간에 멸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장(?)하면, 한 개인(푸틴)이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서, 인류 전체의 존망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사는 거다. 걱정하고 있지 않고. 당장 눈앞에 죽음이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한들 우리가 어떻게 하겠느냐는 현실적 무력감 속에.
엄광0과 조금은 의견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화라는 한계 때문인지 대화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 현실적 무력감 때문인지, 아니면 지식과 통찰력의 부족 때문인지, 어떤 이유에서건 그냥 맺을 수밖에 없었다. 고통받는 저들을 위해 기도하자면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계시민의 평화와 평안을 빈다. 특별히 전쟁으로 고통 가운데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힘없어서 돈 없어서 빽 없어서 군대에 끌려간’ 러시아 청년들과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황망하게 가족의 생명을 빼앗겨 슬픔으로 지내는 모든 사람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