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 속 당신을 향한 사랑과 신뢰는 영원히 변치 않을 거다.
[크레타 사람이 말했다. “모든 크레타 사람은 거짓말쟁이다.”]
대학교 철학과에서 자주 인용되는 명제다. 혹시 이 명제의 참과 거짓에 대하여 생각해 본 경험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곰곰이 깊게 생각해 봐라. 위 명제가 참인가 거짓인가. 성경 디도서 1장 12절 중에도 나오는 문장이다.
이 한 줄에 관해 참일까 거짓일까를 고민하다가 혼돈에 빠지지는 마라. 성경이 엉터리라고 말하지도 말라. 이번 기회를 자신의 문학적 상상력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으면 된다. 표현된 말과 글에 집착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이런 깨달음을 주는 중요한 구절로 명심하고 있으면 삶에 큰 도움이 될 거다.
<유구유언>의 글에도 너무 집착하지 말라. 글 하나하나에 ‘어디 잘못된 곳은 없나’라고 쌍심지 켜고 살피지 말라. 어디 잘못된 곳이 한두 군데일 뿐이랴. 길게 보고 넓은 마음으로 읽기 바란다.
1993년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 월드를 가족과 함께 여행했다. 거기서 돌고래쇼를 처음 관람했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돌고래들이 사람의 지시를 어떻게 그토록 잘 따를 수가 있을까, 그땐 몰랐다. 인간의 잔인함을.
“돌고래들이 처음 배우는 건 냉동 생선을 먹는 법이다. 활어는 비싸서 수족관 업자들은 돌고래가 ‘굴복’할 때까지 냉동 생선만 준다. 돌고래는 길게는 두 주일 동안 굶다가 마지못해 냉동 생선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기의 몸을 노예로 내준다. 돌고래쇼를 배운다. 돌고래쇼에는 비밀이 있다. 하루 몇 차례 이뤄지는 쇼가 바로 이들의 식사 시간이라는 점이다. 돌고래에게 공짜 점심은 없다. 쇼를 하지 않으면 굶어야 한다.” <한겨레 신문, 남종영>
지금 생각하면 나 스스로가 정말 부끄럽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 어떤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때에는 그 속까지 알아야 할 거다. 일방적인 주장에 동조하거나 선입견에 빠져 판단하는 확증편향을 경계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상한 상상을 해본다. 돈, 돈, 돈 하는 시대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크고 화려한 아파트 한 채가 수십억 원이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어찌하여 궁핍한 지경이 되었다. 먹을 것도, 잘 곳도 없게 된 그가 자살하기 위해서 심야에 한강 다리 위에 오른다. 뛰어내리기 직전에 한강을 바라본다.
한강에 수십, 수백 채의 아파트가 불빛과 함께 출렁인다. 그 물 위에 비췬 아파트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실제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한강을 보며 연일 축제를 즐긴다. 물속에 주검이 있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기득권자가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마음 판에 새기며 살아야 할 이유다. 누리고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도 감당해야만 올바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보편적 인권은 가장 중요한 가치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다.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랴. 한 영혼이 온 우주보다 더 귀하다는 성경 구절을 논할 필요도 없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근데 요즘 이런 진리가 흔들리는 듯하다. 마몬(Mammon-돈 신)에게 모두 굴복한다. 돈의 위력이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돈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 사람으로서 이렇게 사는 게 합당할까.
최후의 판단은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진리와 진실은 최종의 순간에 드러난다. 현재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삶을 누리고 있냐는 표식은 그 목적지에 이르는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이정표에 따라서 목적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삶의 단면만을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 진리와 진실이 들어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대체로 속 깊이 묻혀있기 때문이다.
책을 처음 출간한다. 그동안 살면서 느꼈던 단상을 중심으로 글을 썼다. 무척 떨린다. 부끄럽기도 하다. 독자들 앞에서 발가벗은 느낌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덤덤하게 쓸 것을 다짐했다. ‘환갑’이라는 나이 자체를 혜택과 뻔뻔함으로 무기 삼았다. 앞으로도 더 ‘뻔뻔하게’ 살 거다. 내 뻔뻔(fun-fun)함은 ‘환갑과 살아생전 장례식’을 겸한 <유구유언 환-장 잔치>에 오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독자들도 뻔뻔하게 당당하게 주체적으로 즐기며 살지 않으려는가. 換腸(환장)해서는 절대 안 되겠지만.
미숙한 글솜씨임을 알면서도, 칭찬과 격려하면서 책 출간을 처음으로 제안한 친구 조주현과 그리고 글의 단편이 나올 때마다 그 내용을 토대로 일일이 대화를 나누며, 교감과 공감을 함께 하며 장단을 맞춰 준 친구 엄광용에게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또 한 사람이 있다. 내 딸 이신영이다. 본인 학업 분량도 만만치 않은데, 특별히 시간 내서 가족과 관련한 이야기와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을 주었다. 글 꼭지가 나오거나 단편이 완성될 때마다 이신영에게 말했다. ‘신영, 5분이면 돼. 봐 줘~’. 막상 그 5분은 때론 수십 분이 지나 한두 시간까지 갔다. 이신영은 알면서도 계속해서 속아 줬다. 빨리 인사를 끝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또 주책없이 울지도 모르겠다. ‘이신영, 고마워. 싸랑해’. 앞으로 계속될 제2권 <유구유언>도 부탁해!
<유구유언>에 등장하는 대부분은 가족과 그리고 친구들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가 글을 통해 나온 걸 거다.
소개된 사람 중, 혹여 이 글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만일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았다면, 단지 글의 전개와 표현이 미숙해서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 내 가슴 속 당신을 향한 사랑과 신뢰는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주길 바란다. <유구유언 환-장 잔치>에서 오랫동안 함께 하길 소망한다. 모두 모두 행복하길 바란다. 아주 아주 아주 진짜 진짜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