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유구유언 29화

절대 상종 금지 인간 유형.

-어찌,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기 뜻대로만 하며 살 수 있겠는가.

by 이태승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을 겪어봤다. 가깝게는 가족부터 친구, 직장 동료, 교회 교우들과 그리고 살짝 거리를 둔다면 신학대학원 동창들과 교수님들---. 난, 인간관계에 있어선 상당히 긍정적(?)인 태도를 지녔다. 함께 어울리다 보면, 서로의 손익관계 등으로 인해 갈등과 다툼도 발생할 수 있으나, 대화와 타협을 하면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태도는 오십 중반의 나이까지 견지했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그런데도 도무지 타협되지 않았을 때는 ‘이게, 아닌가’라는 일말의 의구심도 들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대화와 타협 그리고 조정 등이 불가한 사람들이 있음을 알았다. ‘내 딴에는 최대한 양보해도’, ‘아무리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 애써도’, 도저히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심각하게 고민했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걸까?’. ‘이유가 뭘까?’. ‘내 잘못은 뭘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을 거듭했으나 시원한 답은 얻지 못했다.


인간관계를 너무 단순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인간 존재를 근원적으로 선하게만 이해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삼십 중후반에 친구라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배반’을 당해봤으면서도. 원점부터 다시 생각했다. 숙고했다. 공부했다. 그 결론이다. 내 생각이 순진했다. 나름 간단히 정리했다. 심리학 교재와 유튜브도 참조했다. ‘절대 상종 금지 인간 유형’ 세 가지다.


첫째, 사씨다. 사이코패스 형이다. 사씨는 ‘욱~’을 잘한다. 감정 조절을 못 한다. 화나면 물불을 가리지 못한다.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욱~’한 후, 자신은 뒤끝이 없다고 한다. 상대방은 이미 자신 때문에 받은 충격으로 인해 ‘반죽음’ 상태인데.


둘째, 나씨다. 나르시시즘 형이다. 나씨는 ‘제 잘난 맛’으로 산다. 그거로 끝난다면, 문제가 크게 되지 않을 수 있다. 심각한 부분은 이거다. 지가 세상에서 제일 잘 났기 때문에, 남들이 조금 잘 나간다면,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상대방은 무조건 자기보다 ‘아래 또는 못나야’ 하므로, 상대방의 성공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은커녕 시기와 질투로 상대방을 강제로 끌어내리려 한다. 모함이 개입된다.


나씨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을 조금 변조했다. 나씨가 우물 위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자신에게 반해서 우물로 빠져 죽었다. 그러자 우물이 슬퍼했다. 옆에 있던 친구가 묻는다. ‘나씨가 죽어서, 슬퍼하는 거냐?’ 우물의 답이다. ‘아니, 난 나씨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지금껏 황홀하게 살았는데, 이젠 나씨가 없으니 내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나르시시즘이 무서운 이유다.


셋째, 마씨다. 마키아벨리 형이다. 마씨는 자신을 전지전능한 군주로 생각한다. 모두 자신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상대방을 자신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여긴다. ‘Gas lighting(가스 라이팅)’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상대방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자신이 절대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유형은 정확히 나누어진 게 아니다. 어느 한 유형에 속한다고 콕 짚어 말할 수 없다. 어느 한 성향이 특히 더 강하게 내재하여 있다고 할 수는 있다. 세 가지 유형의 성향이 서로서로 교통한다. 한 개인의 성향이 세 개의 중간 어디쯤 있을 수도 있다. 깊이와 강도는 조금 다르다 해도.


사람 누구에게나 이런 성향 조금씩은 모두 지녔다. 다만 그 성향이 인간관계, 교육, 경험 등을 통해 순화하여, 사람들 간의 관계가 원만히 유지되는 거다.


그게 안 될 때, 고통스러워 정신과 의사를 찾기도 한다. 역설적이게도 비정상인 (사,나,마)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정상의 사람이 병원을 찾는다. 그들을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할 이유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어서 무척 괴롭지만, 어쩔 수 없다. 자신부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서로 어울리면서 타협하면서, 조율된 가운데 사는 존재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가진 본래의 의미이기도 하다. 어찌,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기 뜻대로만 하며 살 수 있겠는가. 모두가 성찰하며 살아야 할 이유다. 이길태승, 바로 너 자신부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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