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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승 Sep 10. 2022

네가, 내 마음을 아니?!

-갑작스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한, 인간 본연의 실존이란!

며칠 전, 50년 된 친구 사이인 차기0, 김수0, 이태승(나)이 선술집에서 만났다. 이런저런 대화 끝에, 가족 이야기가 나왔다. 각자의 가족들에게 서로 <잘해라!>라는 권유 가운데.      


김수0: 기0아, 너 지금 아내는 정말 좋은 거 같아. 그러니까 준서(가명: 기0 아들) 엄마에게 했던 거처럼 하면 안 된다. 진짜 잘해야 해!     


이때까지는 분위기가 정말 훈훈했다. 그다음부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차기0: (김수0이 바로 전, 전화 건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다고 하면서, 베트남에서 국제전화가 왔다고 말함) 얼마 전에, ‘동규(가명: 수0 아들) 엄마가 베트남에 있다는 소식 들었어!’     

김수0:---(잠시 침묵)---.     

차기0: 너도 동규 엄마에게 잘하지 못했잖니!     

김수0:---(긴 침묵)---     


수0이 입장에서 기0이가 자신의 마음 아픈 곳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는지 또는 동규 엄마에 대한 ‘속상함’ 때문에 그랬는지는 정확히 지금도 모르겠다. 다만, 김수0이 시작한 둘의 아래 대화 내용은 ‘듣는 내 귀’를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무척 놀랐다.     


김수0: 태승아! 기0이가 어땠는지 알아! 얘네 가족하고, 우리 가족하고, 약 30년 전에 경포대에 놀러 갔을 때였어. 준서가 여덟 살 때쯤 경포대에서 빠져 죽을 뻔해서, 내가 기0이에게 ‘큰일 났다. 빨리 구해!’라고 말했더니, 기0이가 이랬어. ‘나도 몰라, 자기가 죽으면 죽는 거지, 내가 어떻게 해.’     


이태승: 아이, 뭔 소리를 그렇게 해, 설마.     


김수0: 진짜라니까, 준서가 비치발리볼 잡고 수영하다가, 파도에 쓸려서 점점 해변에서 멀어지고 있어서 큰일 났다 싶어, 내가 기0이 보고, ‘위험하니까, 빨리 들어가서 구해 와’라고 했어. 그랬더니 기0이가 정말 그랬다니까!     


이태승: 설마, (기0이 얼굴 보면서) 진짜야?     


차기0: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은 어느 순간 떨리고 있었음. 고개를 끄덕임. 아무 말 없음)     


이태승: (정말 놀람!!) 어떻게 된 거야? 진짜야?!     


차기0: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수영도 못하고, 동해안 바닷가는 물속에 깊은 웅덩이가 있으면 위험한 걸 아니까, 겁나서 들어갈 수가 없었어.     


김수0: 봐, 진짜지! 그래서 동규 엄마가 거기 안전 요원에게 급하게 말해서 구해 줬다니까!     


이태승: (정말 놀란 상태를 조금이나마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깊게 숨을 쉬며) 수0아, 너는 왜 구하러 가지 않았니?     


김수0: 아니, 준서가 내 아들도 아닌데, 그리고 기0이가 저렇게 있는데, 내가 왜 가니!     


이태승: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함, 잠시 후) 이 내용 준서가 알아?     


김수0: 글쎄, 혹 기억할 수도---.     


차기0: (조심스레) 아마, 말을 하면 기억할지도---.     


이태승: 수0아, 내 생각에는 이 내용은 절대로 누구에게도 더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특히, 준서는 말할 것도 없고, 기0이 앞에서도 그래.      


김수0: 야, 나는 만일 내 아들이라면, 무조건 들어갔을 거야. 아들 생명이 먼저지! 내가 죽으면 죽는 거지.     


차기0:---(조그마한 목소리로) 네가 내 마음을 아니?!     


이태승:---(마음이 정말 복잡하다.)---     


정말, 천진난만하다고 할까, 지나치게 고지식하다고 할까. 뭐라 설명해야 할까, 이 나이브(naive) 상황을! 정말, 赤裸羅(적나라) 하다. 친구들과 내가 세상에 태어날 때의 붉은 몸 그대로,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발가벗은 상태의 느낌이다. 실제, 인생 자체가 아무리 적나라한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주절주절 쓰겠다. ‘둘’ 관계 및 위 대화가 나온 배경이다.  김수0의 아내는 약 8년 전, 가출(?)했다. 지금까지 김수0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그 둘 사이에 딸과 아들이 있다. 동규(현재 28세)는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 군대 복무 관련하여 산업체 근무 중이다. 공부도 잘하고, ‘돈’도 잘(?) 번다. 체격도 좋고 정말 잘 생겼다. 아버지에게 정말 잘한다. 효자다.      


그 아내는 남편 친구인 차기0과 이따금 통화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남편인 김수0과는 통화하지 않는다. 수0이의 아내가 예전에 차기0에게 부탁했다. 자신이 베트남에 있다는 사실을 전하지 말 것을. ‘말이 통한다.’라는 것이 정말 중요한가 보다. 김수0과 아내, 그 둘의 행복을 빈다. 법적으론 현재도 ‘부부’ 관계다.     


차기0은 약 20여 년 전, 이혼했다. 아들과 딸이 있다. 약 3년 전, 탈북 이주민인 지금의 아내와 살고 있다. 행복하게 산다. 부부 모두 매우 성실하다. 그 누가 보더라도, 부러울 정도로. 서로를 끔찍이 위한다. ‘천생연분’, 이 둘을 위한 말이다. 부부의 무궁한 행복을 빈다.      


김수0과 차기0은 여러모로 아주 다르다.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모두 ‘다르다’라고 할 정도다. 둘은 대화하다 보면, 서로 ‘틀리다’라고 소리를 높인다. 그 둘, 심성이 모두 정말 ‘착한 것’ 빼고는 정말 다르다. 만나면 티격태격이다. 그래도 좋단다. 그 둘 사이의 우정이 신기하다. 나는 절대로 그 둘 사이의 우정에 끼어들 수 없다. 상대가 안 된다.      


다시, 심각한 내용으로 돌아간다. 아들과 딸을 둔 아비로서 생각이 복잡하다. ‘내가, 만일 이런 상황이었다면, 나는--- 과연?!’ 차기0이 당시에 지녔을 마음은 과연?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내가 죽으면 어떡해’, ‘아들이 죽으면 어떡해’, ‘둘 다 죽으면 어떡해.’ 등등.     


김수0이 했던 말이 폐부를 찌른다. 이 말을 현장에서 듣는, 차기0의 마음은 어땠을까. ‘내 아들도 아닌데, 내가 왜 가니’, ‘내 아들이라면, 무조건 들어갔을 거야. 아들 생명이 먼저지! 내가 죽으면 죽는 거지’.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정말 수0이는 자기 아들이 그랬다면---?! 혹, 실제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갑작스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한, 인간 본연의 실존이란 과연?! 어려운 문제는 신께 묻는다. 이럴 땐 어찌해야 합니까. 제발, 가르쳐주세요. 난,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차기0이 했던 말이 머리와 가슴을 떠나질 않는다. “네가, 내 마음을 아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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