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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승 Sep 14. 2022

(씨~익 웃으면서), “선수끼리 왜 이래~!”

-세상도 돌고, 돈도 돈다.

2022년 5월 16일 저녁이다. 식당 <행복한 밥상>(III부에서 한 꼭지로 소개됨)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윗글에서 “네가, 내 마음을 아니!”라고 말한 친구다.     


기0: 한 평의 크기가 얼마나 돼?     

태승: 한 평?(의외다. 이걸? 설마!)     

기0: 응. 한 평?     

태승: 가로 1.8m, 세로 1.8m. 합 3.3제곱미터. 근데 왜?     

기0: 창고를 지으려 하는데, 10평까지만 허가해 준다고 그래서!     

태승: 응, 그렇구나!     

기0: 한쪽이 5m면, 다른 쪽은 얼마까지 해야 해?     

태승: 잠시만, 지금 밥 먹는 중이니, 밥 먹고 금방 전화할게.     


(전화 끊자마자, 휴대전화 계산기를 사용하여, 다른 쪽의 길이가 6.6m까지임을 확인하고 전화했다. 약 10초가 걸렸다.)     

태승: 한쪽이 5m면, 다른 쪽은 6.6m까지 하면 돼!     

기0: 그래! 알았어! 고마워! 역시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한다니까!     


전문가! 그렇다. 나는 전문가다. 입시학원에서 약 17년 동안, ‘수학’을 가르쳤다. 그러니, 이 정도쯤이야! 당신도 내 실력이 놀랍지 않은가! 감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마구 들리는 듯하다. 평을 제곱미터로 환산하는 법은 무척 어려운 문제다. 암산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수학 박사 할아버지’ 정도가 돼야 가능할 거다. 그러니, 나 같은 <수학 전문가>도 이 문제는 계산기로 할 수밖에! (33 나누기 5=?) 이 어려운 걸, 어떻게 암산으로 하나!     


왕년에 제자들이 보면, ‘앗! 속았다’라고 난리 칠 수도 있겠다. ‘수강료를 돌려 달라! 돌려 달라!’ 그러나 애들아, 이미 때는 지났단다. 아무리 법적 다툼을 해도, 그건 너희들이 질 거다. 왜냐면, 소송을 제기하는 데에도 기한이 있단다. 기한이 지났단 말이다.      


애들아, 법에서는 이 부분을 ‘期限(기한)이 徒過(도과)했다.’라는 정말 어려운 말을 골라 쓴단다. 일부러. 왜냐고? 그래야지,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의 ‘피 같은 돈’을 빨아 드시는데, 좋~잖아! 법 전문가들께서. 자기네들만 아는 거처럼 해야지. 전문가, 느낌이 확 나지?!     


그렇다고 너무 부정적으로 법 전문가들을 생각하지는 마라! 힘없고 돈 없고 빽 없는 정말 법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지극 정성으로 고생하시는 진정한 ‘법 전문가’들이 더 많단다. 애들아, 너희가 소송해도 질 이유는 또 있어. 뭐냐고? 너희들 내 덕에 서울대학 갔잖니?! 수학 성적이 나쁘면, 서울대학 갈 수 있었겠니?! 너희들 실력 좋은 거, 그거 다 내 도움 덕분 아니니?! 수학 전문가 말이다. 실제로 ‘속지 않았다’라는 뜻이야. 그러니, 소송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 전문가에게 질 게, 뻔하니.      


혹, 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한다면 모를까! 만약 그렇다 해도, 충분히 계산해 본 후에 소송해라. 잘못하면, 너희는 ‘변호사 수임료’까지 덤터기 쓸 수도 있으니까. 법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수임료, 만만치 않음을 알고는 있어라. 그것이 전문가 능력이란다. 애들아, 이제 알겠니! 전문가들의 솜씨를!      


이참에 내가 써먹은 전문가의 솜씨도 소개할게! 애들아, 너희가 처음 학원에 올 때, 내가 그랬지! 학원에 다니면, 서울대학 갈 수 있다고! 그래서 내 말대로, 너희 중 많은 사람이 ‘서울대학’ 갔잖아! <‘서울’에 있는 ‘대학’> 말이다. 이렇게 수작 부리는 게 전문가의 솜씨란다. 그러니, ‘순진한’ 너희가 어떻게 전문가를 당해 내겠니!     


솔직히 고백한다. 위 내용을 쓰려고 했던 건, 정말 아니다. 여러 가지 <제작 전문가>인 친구가 ‘坪(평)’의 넓이를 질문했던 것이, 계속해서 머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냐면, 내가 알고 있는 한, 이 친구는 잡다한 여러 가지 것들을, <세상에서 두 번째로 잘 만드는 진짜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제작에 관한 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다. 분야도 다양하다. 토목, 가구, 건축---. 대형 건축물과 대형 가구는 아니지만, 웬만한 것은 ‘뚝딱뚝딱’이다. 비닐하우스 짓기, 목재 데크 깔기, 산속에 굴 집 만들기, 나무 위 집짓기 등등이다. 연장도 수두룩하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아! 그랬던 거다. 전문가는 분야별로 나뉘어 있던 거다. 수학 전문가와 제작 전문가가 따로 있었던 거다. 제작 전문가가 수학 전문가를 알아본 거다. ‘선수’끼리는 다 통하는 거다. 이 친구가 이따금 사용하는 말이다. (씨~익 웃으면서), “선수끼리 왜 이래~!” 난, 친구가 가지고 있는 연장에 관해 사용방법은커녕 이름조차 모르는 것이 수두룩하다. 아니, 대부분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다.      


그래서다. ‘세상도 돌고, 돈도 도는 것’이다. 분야별, 전문가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친구가, 내게 ‘평’에 관해 질문했던 당시의 상황을 아직 모른다. 순간적으로 ‘몰랐던 거’일 수도. 아무렴, 어떠하랴! 전문 분야가 ‘아니’니, 모를 수도!     


제작 전문가, 수학 전문가, 법 전문가, 음악 전문가, 미술 전문가, 체육 전문가, 뭐 전문가, 뭐 전문가---(언제까지 전문가 타령할 건가? 글쓰기 전문가가 아니라서 분량 채우기도 힘든데, 열 페이지 정도만 할까!).      


‘한 평’으로부터 시작된 글을 마치겠다. 오랜만에, 옛 제자들에게 ‘꼰대’ 짓을 해야겠다. 애들아! 너희도 나처럼 재밌게 살려면, 전문가가 돼라! 어떤 분야 전문가든지, 그건 상관없다. 도둑놈, 사기꾼같이 정말 <나쁜 전문가>는 절대 안 된다. T.V 뉴스 ‘앞’에 나오는 그 <나쁜 전문가> (쉑~, 욕할 뻔했다) 말이다. 알겠지! 애들아, 너희가 ‘좋아하는 분야’로 전문가 돼서, 다들 잘~살자! 재밌게~.     


아 참, 애들아! ‘스승의 날’인데 ‘왜, 연락도 없고, 선물도 없니?!’ 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명단, 빠지지 않았나!)는 내게 돈도 줬는데 말이야. 하는 일이 잘된다고 하면서.      


첫 번째 말한 ‘누구’(가0)는 이번에 ‘과장’ 됐다고 매우 좋아하더라! “가0야, ‘승진’ 진심으로 축하해!” 이런 식으로 쉽게 ‘돈’ 빼 먹는, 내가 <전문가>인 거 확실하지!!! 인정?! 도장 꾹~. (양심 고백한다. 제자가 ‘돈’ 줬다고 하는 거, ‘뻥’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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