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나서야 등 떠밀린 용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몰려오는 통증에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할 정도가 되고 나니,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멈추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 것 같다는,
막연하지만 거대한 두려움이 나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지금은 일을 해야 한다’는
오랜 강박을 넘어서기까지,
나는 꽤 많은 시간을 견뎌야 했다.
결국 등 떠밀리듯 선택한 퇴사.
그날 밤은 평범한 휴무처럼 느껴졌지만,
둘째 날이 되자
나는 자취방을 그대로 둔 채
오랜만에 본가로 향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정하지 못했지만,
지금 가장 그리웠던 건
부모님의 얼굴과
그 공간이 주는 묵직한 위로였다.
5시간 넘게 운전하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었지만,
마음은 마냥 편하지 않았다.
“다음 달엔 월급이 들어오지 않겠지.”
그 현실이 덜컥 떠오르자
두려움이 밀려왔다.
웃기게도 퇴사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을 때의 감정이었다.
월급이 주던 안정감이 이렇게 컸던 걸까.
남들은 다 잘 버티는 걸
나는 왜 못하는 걸까.
일할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주변의 칭찬도 자주 들었다.
그럼에도 ‘다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얼핏 고개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붙잡았다.
이건 단지,
돈에 대한 불안과
멈춰 있는 시간에 익숙하지 않은 나의 혼란이라는 걸
천천히 설명하듯 스스로를 다독였다.
낮에는 햇살을 맞으며 산책을 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썼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자
조금씩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불안은 무언가를 하지 않을 때마다
고개를 드는 감정이었다는 걸.
그걸 인정하고 나니,
글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그 시간이 나에게
‘지금 이 하루도 괜찮은 하루였어’라고 말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 더.
불안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각만 하던 행동을
질끈 눈 감고 조금이라도 해보는 것이었다.
그 작은 실천은
생각보다 빠르게
나에게 미소와 단단함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지금 나를 정리해가는 중이다.
그리고 곧 다시 일을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삶은
그 전과는 분명히 다를 테니까.
누구에게나 각자의 단단함은 있다.
다만 스스로 정돈하지 못해서
아직 잘 사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 글이,
그 단단함을 발견하고 정리해가는 누군가에게
조용한 길잡이가 되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