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 그래도 살아가고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매일 다짐한다

by 서녘

퇴사하고 본가로 넘어온 뒤로,

나는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예전에는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만 쉬면 다시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늘 그래왔으니까.

힘들어도 버티고, 지쳐도 어떻게든 해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몸이 쉬어도 마음이 쉬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도 조급함은 줄어들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이대로 내 인생이

멈춰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고,


그 두려움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어나서 뭘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는 거였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한데,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조차 헷갈렸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잘함’에만 집착하게 된 걸까.


그냥 살아가는 것도 괜찮은 건데,

나는 왜 항상 더 잘해야 하고,

더 빨라야 하고,

더 완벽해야만 한다고 믿어왔을까.


그런 마음을 안고 있다 보니,

쉬는 시간조차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 시간에 뭐라도 해야 하지 않아?’

‘이렇게 쉬기만 해도 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더 열심히 살고 있을 텐데.’


그 생각들이 나를 더 지치게 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지금까지도 충분히 열심히 살았잖아.’

이 생각이 조금씩 떠올랐다.


그렇게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서는 생각이 멈췄다.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재고 따지던 것들이

그냥 발걸음에 따라 흘러갔다.


걸으면서 처음으로 느꼈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걸.


글도 마찬가지였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쓰면 한 줄도 안 써지는데,


그냥 지금 내 마음을 적어보자고 하면

조금씩 써내려갈 수 있었다.


완벽한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누구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았다.


지금은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다.

거창한 목표도, 완벽한 결과도 없지만


나는 오늘도 걷고, 쓰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하다고,

조금은 느리지만 나는 살아가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로 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툴러도 괜찮다.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

서툴지만 살아가기로 한다.


내일은 또 어떤 마음일지 모르겠다.

다시 무너질 수도 있고,

또다시 조급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오늘을 떠올리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고 살아낸 하루였다는 걸.


완벽하지 않은 오늘을 살아낸 나도 괜찮다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조금씩 그렇게,

나는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