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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May 14. 2023

정말 초대받았던 날

"여보, 서현이가 수영선생님 결혼식에, '화동'으로 초대받았데요"

"어? 그래? 식이 언젠데? 스케줄 한번 살펴보려고"

"응, 5월 13일, 다섯 시고 서울 관악구라던데?"

"아 다행히 오전만 스케줄이 있네, 나도 갈까?"


  올해 3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약 5년여의 시간 동안, 우리 큰애의 수영을 가르쳐 주신 체육 선생님이 결혼식을 올린다고 와이프가 이야기했다. 사실 서브스냅으로서 역할을 다해 사진을 찍어 드릴까 진심 고민도 했었지만, 이 날 오전에 이미 스케줄이 있었고, 요새는 그다음 스케줄을 하루 이틀 전에 추가로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 보통은 토요일은 '비워두곤' 하였다.


"A네도 온데?"

 A는 우리 큰애와 함께 같은 기간 동안 수업을 받아온 동갑내기 여자애이다. 아이들과 애기 엄마들끼리는 매주 보는 사이이며, 특히나 A의 아버지와 나와는 우연히 '같은 회사'를 다닌 다는 것을 알고서는, 가끔 만날 때마다 신기한 듯 회사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레 화제를 이어가곤 했었다.


 아울러 A의 어머니도 매우 예의 바르고 언제나 먼저 잘 배려해 주는 스타일이었으므로, 우리 와이프가 많이 믿고 따르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나는 '현업 사진작가'로서 그들의 가족사진을 한 장 담아 드리고 싶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의 단점이 점점 부각되어 사진을 안 찍히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나 같은 경우는 머리숱이 많이 없고, 아직도 피부가 좋지 않아 사진 찍힐 때 조금 예민하기도 하고, 다른 내 또래 분들도 각자만이 아는 이유만으로 내가 사진기를 가져가도 섣불리 사진 찍히기를 좋아하지는 않는 거 같다. 

 젊었을 때야 뭘 해도 예쁠 때지만, 나이 들면서는 자신의 외모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서 점차 본인의 사진은 없어지고, 나처럼 아이가 있는 집은 '아이 사진'들만 구글포토에 넘쳐나는 경험, 아마 인플루언서 급의 자기 관리가 투철한 부모들 빼고는,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족사진'은 조금 다르다. 나도 중요하지만, 우리 '가족'의 기록이 더 중요하다.

 아무래도 가족 전체가 잘 갖춰진 옷을 입고, 준비된 상태로 카메라로 촬영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일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사실 나는 수영선생님 결혼식보다, A가족의 기념촬영을 내가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을 느끼며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영선생님? 그분 결혼식까지 챙기냐?"

 

 카톡에서, 대학친구에게 보냈던 A양의 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찍어준 사진을 보냈더니 들은 반응이었다.

사실 그렇다. 내 생각에도 남이 보기에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될 경사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 가족의 히스토리를 잘 몰라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 아이의 말이 너무 느리고, 어색하여 찾았던 발달센터에서, 또래들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발달지표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경계성 지능'을 가진 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 부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약간의 어색함 정도만 있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실제로 발달이 다른 또래에 비해 느리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와이프는 그날 이후 큰애의 발달을 촉진시키려 엄청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런 경계성 아이들을 전문으로 케어해 준다는 지금의 '수영선생님'을 만나고 큰애를 믿고 맡기기 시작한 지가 벌써 5년이 다된 것이다. 


 수영선생님은, 때로는 엄하게 우리 큰애를 다그치면서 잘 리딩하여 교육을 해 주었고, 신체적/정신적 발달 촉진에 크게 기여해 주셨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분께서 결혼을 하신다며 우리 서현이와 함께 교육받는 A양에게 '화동'을 제안하여, 나름의 역할을 부여해 주신 것에 나 또한 기뻤다. 그래서일까? 우리 와이프는 물론이고, 나 또한 오전에 결혼식 한 커플 촬영 이후에 힘든 몸을 이끌고도 가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우리 큰애 화동 입장도 찍어 주고 싶었다.)


 결혼식 당일, 우리 아이들은 식 전에 리허설을 통해 화동 입장 조명에 대한 적응을 마쳤고, 그 이후에 신부대기실에 찾아가 수영선생님과 기념 촬영을 마쳤다. 그러고 나도 우리 아이들 사진 찍어주고 싶어서 메인작가께 양해를 구하는데, 이런 우연이? 예전에 두 번 정도 함께 호흡을 맞춘 메인작가님이셨다. 먼저 반갑다고 인사해 주며 흔쾌히 메인 촬영 스폿을 잠깐 내어주었다. 


 식 시작 전에도, 다행히 메인작가에게 동선 양해를 구해 단상 앞으로 나가서 우리 큰애와 A양의 화동입장을 잘 담을 수가 있었다. 이때 정말 많이 뿌듯했다. 내가 가진 재능으로, 우리 아이들 화동입장 컷을 직접 담아줄 수 있다는 것에 말이다.


 화동입장 이후, 우리 가족과 A의 가족은 바깥으로 나가 '가족사진'을 서로 담아주기로 이야기했다.

내가 '상업작가'답게 포즈와 위치를 잡았다.


"자, A가 센터, 어 엄마 쪽으로 3칸 이동~~ 엄마도 옆으로 가주시고요 그만!"

"그리고 A랑 손을 다 잡을까요? 그게 예쁠 거 같네?"

"자 찍습니다~ A야 여기 봐야지~~"


그렇게 연사컷을 날렸다. 뷰 파인더로 초점과 표정을 확인하고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 아무래도 일반 아이들보다 주의력이 조금 떨어져 퀵하게 정확하게 찍지 않으면 그들은 내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A의 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찍어주겠다고 하셔서, 나는 촬영 잘하시라고 내 카메라를 약 30초간 그분께 간단하게 교육을 해 드렸다.

"아버님, 요 버튼 누르시면 눈에 초점이 맞춰지고요! 그 상황에서 요 위에 버튼 연사로 누르면 찍힙니다"


 역시 대기업 다니시는 아버님이라 그런가 똑똑하셨다. 촬영해 주신 결과물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훈훈하게 결혼식장으로 돌아가 본식을 모두 보고, 우리 아이들은 기념촬영까지 모두 마쳤다.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결혼식장 가서 촬영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참관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낯설었다. 그런데, 정말 편했다. '결혼식장 가서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니...'


 수영선생님이 결혼한 그날은, 우리 큰애와 A양에게는 잊지 못할 하루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날을 꿈꾸며 원피스 색도 같은 색으로 맞췄고, 그 예쁜 옷을 착장 한 채, 모든 시선과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행진을 해본 경험은 기분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와이프도, 장모님 돌아가신 이후 좋은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뜻깊은 행사에 '초대'받아서 온 것에 너무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우리 집에 걸어둘 '가족사진'이 생겼다는 것에 만족한다. 네 명이서 같이 제대로 찍힌 사진이 별로 없는데, 정확하게는 '나'까지 찍힌 사진은 거의 없는데 이번에는 가족 구성원 네 명이 예쁘게 잘 나온 거 같아서 액자로 구성하여 집에 걸어두려고 한다. 아울러, 나의 작은 재능으로 우리 애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의 좋은 축을 담아 줄 수 있어 너무 기분 좋은 날이었던 것 같다.


 온전히 좋은 날 '초대'받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예전 같으면 시간 아깝다고 결혼식 입장하고 피로연장 가서 밥 먹고 가기 일쑤였는데, 본식 끝나고 피로연장에서 신랑신부의 감사인사를 받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도 처음 알게 되었다. 비록 네 명이 결혼식장에 가느라 축의금이 꽤 들었겠지만, 생각해 보면 '남은 게' 너무나도 많았던 알찬 하루였음을 느끼게 되었다.

없던 하늘도 보정으로 넣고, 피부톤도 싹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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