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담 Jul 04. 2023

끈기보다 끊기

바닥을 쳐 보자

 최근 밀리의 서재를 통해 꽤 감명 깊게 본 책 제목이다. "끈기보다 끊기"

사실 내 기준에서 '감명 깊게 본' 수준이라는 것은, 내가 느끼기에 한 줄로 책을 요약할 수 있으면 Meet 하는 것인데, 이 책을 읽고 는 무려 두 가지나 내 기억에 남았다. 이 책을 간단히 요약하고 난 뒤에 필자의 이야기를 계속해나가려 한다.


 첫째, 아닌 것을 계속하기보다, 과감하게 다른 걸 찾아보길 권한다는 내용이다.

필자가 어렸을 적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사회 분위기에서 꽤나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끈기인 거 같다. 확실히 예전 사회 분위기는 '참는 것'을 당연시 여기며, "너만 힘든 게 아니다"라는 무적의 논리로 개개인의 고통을 이겨내야만 하는 사회분위기였다면, 요새 분위기는 힘든 게 있으면 안 해도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는 문화로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는 거 같다. 아무래도 예전과 달리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많이 풍족해지고 여유로워진 것도 있을 것이고 그간의 지나친 압축성장의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경쟁을 통해 수많은 비용을 들여야만 하는 현실도 반영이 된 느낌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마냥 '포기하듯' 끈기보다 끊기를 권하고 있지는 않다. 다양한 실증 사례를 통해, '자신이 잘하는 걸'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포기는 환영하나, 해보지도 않고 도망가는 포기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둘째, 바닥을 쳐야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개개인의 선택과 환경 등이 합쳐져 지금 하는 일이 정해진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시류에 떠밀리듯 이어져 온 개인의 루틴 한 업무는, '본인이 거부하지 않는 한'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부분을 강조한다. 

 물론, 그렇게 해도 큰 문제는 없겠으나, 더 많은 성장과 경험을 위해선, 스스로 내려놓고 바닥을 경험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고, 이 부분은 평소 업무에 있어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거의 일치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책에서 저자는 바닥을 경험하여 더 많은 성장을 했으면 한다는 내용을 강조하며,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롤링의 이야기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사례를 열거하며 설득에 힘을 더하고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끈기보다 끊기를 읽어보기 전, 나 또한 작은 선택의 갈림길에 들어섰었다.


 필자는 IT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커뮤니 케이션' 능력기반의 애플리케이션 분석/설계에 조금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오고 있고, 팀에서도 그런 능력을 높이 사 내가 직접 화면을 구현하거나 개발을 하지 않아도, 동료들이 딱히 나에게 그런 능력까지 기대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팀에서는 내가 잘하는 업무를 주로 맡기다 보니, 나에게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고 이끌어가는 지휘관의 역할을 주로 맡겼고, 또 이를 곧잘 해내는 편이었으므로 그런 일들만 능숙하게 처리를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화면 개발에 대해서는 주로 '위임'을 많이 하곤 하였다. 이렇게 다른 동료에게 시키게 된 이유는 아래 한 줄 때문이었다.


"필자가 해당 분야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직접 개발했을 때의 결과물에 대한 실패가 두렵다."


 상반기 주요한 KPI를 '지휘관'으로서 잘 마무리 지었고, 아마 올해 별 다른 이벤트가 없었으면 하반기도 같은 루틴으로 흘러가며 1년이 마무리가 되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고객사로부터 Sub Work에 대한 요청사항이 왔고, 나의 슈퍼바이저와 논의한 끝에, 이 Sub Work를 수락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이 일을 누가 할까?' 했을 때, 사실 처음에는 우리 팀의 서브 화면 개발자에게 맡기고, 예전처럼 분석설계 및 고객응대를 내가 하려고 하였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을 하다 보니,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시행착오가 있고, 부끄러워하며 남들 다 아는 걸 질문하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맡아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 PM님, 요 요건은 제가 '화면 개발'을 직접 하겠습니다."

 "그래?"

 "네.. 맨날 남들만 시키다 보니, 저의 '바닥'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 조금이라도 더 실무를 잡고 있는 게 나아"

 

 그렇게 내가 분석/설계 및 고객응대, 그리고 화면개발까지 모두 하기로 결정이 나자, 전에 없던 '열정'이 되살아 났다. 회사에 가서는 그간 이슈가 있거나, 누군가가 로직 확인요청할 때만 들여다보던 화면 페이지를 조금 더 디테일하게 살펴보면서 해당 기능에 대한 구현을 어떻게 해놨는지, Properties는 어떻게 쓰는지 등을 꼼꼼히 메모하게 되었고, 비슷한 업무 Flow에 대해 정리되어 있는 컨플루언스 페이지도 여러 번 정독을 하며, 머릿속에 흐름도를 계속해서 그리게 되었다.


 물론, 시급히 만들어져야 할 업무 페이지는 아니기도 하였고, Sub Work다 보니 부담감이 작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고객 앞에서 지극히 추상화된 이야기를 그들의 눈높이에서 하지만, 실제 그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선 정말 작은 tag 및 value하나 잘못 쓰면 적용할 수 없는 '원시적'인 작업을 이해하고 스스로 조금이라도 올해 업무적인 의미를 찾기 위해 결정을 하게 되었다.


 이런 결정을 먼저 하고 나서, 서두에 소개한 책을 읽어나가며, 내가 아직 업무적 의욕과 에너지가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지금껏 그냥 하던 업무를 해도 회사에서는 뭐라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도 무언가 스스로의 관성에 충격을 주며 관성을 이겨내기 위해 뭐라도 노력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생각보다 간단히 화면개발이 마무리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바닥을 다지는' 작은 업무 변화가 분명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재능이 샘이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